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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경남은 김두관의 안전지대일까?- 정기홍(논설위원)

‘지사 중도사퇴’로 도민과의 약속 불이행한 것은 심각한 문제

  • 기사입력 : 2012-07-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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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일 경남지사직에서 사퇴한 김두관 전 지사가 8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대선 출정식을 화려하게 가짐으로써 민주통합당은 문재인-손학규-김두관 후보의 3강 구도로 판이 짜여진 셈이다. 경남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두관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게다. 그런데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된 마당에 지나가버린 몇몇의 일들이 뇌리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왠지 마음 한구석이 꺼림칙하기 때문일까.

    엄연히 경남지사 신분이었던 지난 3일 그는 서울시청 부근의 한 음식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찬회동을 가졌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서울시민이 될 것 같아 시장님께 신고하러 왔다”고 말했다. 지사직 사퇴 선언 후의 첫 행보로, 수도권 공략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었다. 퇴임식도 갖기 전에 서울로 달려가는 것이 그렇게 급했을까. ‘지사 사퇴’로 약속을 파기한 마당에 사퇴하는 순간까지 경남의 현안 해결 등 경남지사로서 책무를 다했어야 했다.

    당장 자신이 구단주였던 경남FC가 STX의 협찬금 대폭 감소로 9월부터 임금도 지급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는 등 짧은 기간이지만 처리할 수 있었던 현안들이 많았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 서울시민 신고부터 하느냐” “너무 이벤트 중심 정치를 한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경남도민들이 만들어준 경남지사가 대선 출정식을 전남에서 했다. 호남을 잡아야 한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겠지만, 경남도민들 사이에서는 “이건 아닌데…”라는 말이 지금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두관은 호남지역에서 비토가 거의 없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고, 호남권 인사들이 점차 그의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남도민은 그에게 대선 출마의 교두보를 만들어준 사람들이다. 김두관은 경남을 안전지대로 생각하는 것일까. 과연 경남이 안전지대일까.

    우선 ‘지사 중도사퇴’라는 약속 불이행은 심각한 문제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후폭풍의 강도만 남아 있다. 대선 출마를 위해 경남도민들에게, 나아가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게다가 경남지사 보궐선거 비용으로 최소 100억 원이 넘는 도민들의 혈세가 낭비된다는 것도 그는 잘 알고 있다.

    경남매니페스토실천본부도 지난 9일 “도지사직 선거에서 김두관은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데 대해 도민의 지지를 고려해 당선 직후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을 것’이며, ‘지사직을 중도에 그만두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남도민 앞에 공언했으나 2012년 2월 16일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데 이어 도지사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며 “도지사직 중도사퇴는 도민과 약속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약속을 내팽개치는 중대한 약속 위반”이라고 맹비난했다.

    경남지사를 역임한 김태호(국회의원·새누리당)·김두관 두 사람은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동시대를 살며 밑바닥부터 세상을 경험한 들꽃 같은 정치인이다. 때문에 모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두 사람의 인생역정은 우리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 성격 좋은 두 사람은 당을 떠나 소주잔도 가끔 기울이며 허심탄회한 자리도 가졌다.

    40대 국무총리가 될 뻔했던 김태호 의원은 ‘있었던 사실’을 부인해 낙마했고, 김두관 전 지사는 약속을 파기하며 대선출마에 나섰다. 정치인으로서 모두 기본과 원칙을 어긴 것이다. 김 의원은 총리 낙마 후 “정치인으로서 뼈저리게, 또 뼈저리게 느꼈다”고 공·사석에서 몇 번씩 소회를 털어놓았다. 진심이 느껴졌다. 김두관 전 지사는 이 뼈저린 말을 뼈저리게 듣지 못했을까. 정치인들이 자신의 행보를 급전환할 때 “시대적 대의에 따라…” 또는 “마지막으로 국민에 헌신하고자…” 하는 식의 말들을 늘어놓았다. 이제는 구시대적 변명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가장 혐오를 갖는 것이 ‘거짓말’과 ‘뇌물수수’다.

    정기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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