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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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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00) '프로야구 올스타 투표' 생각 나누기

올스타 투표처럼 선거하면 강민호가 대통령?
몰아주기 투표로 한 팀이 ‘베스트10’ 독차지한 건 문제
중복투표 없애고 ‘1인 1표’ 도입 등 투표방식 개선해야

  • 기사입력 : 2012-07-1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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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 프로야구 올스타 투표에서 역대 최다 득표를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뉴시스/


    올해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이번 주 토요일(21일) 대전구장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올해는 롯데 선수들이 이스턴(동부)리그 올스타 베스트 10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논란이 되고 있답니다. 국내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초유의 일로, 투표 방식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늘 논술탐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글짱: 프로야구 올스타 투표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올스타전이 이벤트로 열리는 축제라고 할지라도, 포지션별 최고 인기선수는 대부분 야구 팬들이 수긍할 만한 선수가 뽑히는 게 맞지 않나요?

    글샘: 그랬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이번엔 롯데 선수들이 동부리그 모든 포지션을 독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지. 현재 정규리그 1위를 달리는 삼성뿐 아니라 두산, SK에선 한 명도 베스트 10에 들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어. 왜 이런 이상한 일이 생겼을까?

    글짱: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8일까지 인터넷과 모바일 투표기간(41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매일 투표할 수 있더라고요. 산술적으로는 1인당 41표까지 가능하다고 하는데, 열성 팬이 가장 많은 롯데 선수들이 유리했죠. 반면 웨스턴(서부) 리그에선 KIA·LG(이상 3명)·넥센·한화(이상 2명)가 베스트 10을 나눠 가졌잖아요.

    글샘: 맞아. 롯데 강민호는 89만2727표로 역대 최다 득표를 기록하기까지 했지. 만약 연말 대통령 선거를 이런 올스타 투표처럼 치른다면 강민호가 대통령도 될 수 있겠네? 그뿐 아니라 롯데 지명타자 홍성흔은 4주차 집계까지 삼성 이승엽에게 2만표가량 뒤지다가 5주차부터 몰표가 쏟아져 72만1694표로 7만표 넘게 앞서며 베스트 10에 뽑혔지. 롯데 2루수 조성환은 5주차까지 SK 정근우보다 4만표 이상 뒤졌지만, 마지막 6주차 집계에서 71만608표를 기록하며 약 2만표 차이로 뒤집었어.

    글짱: 신문기사를 보니, 투표수(172만1475표) 중 95%는 인터넷 투표였다네요. 모바일은 2%, 패밀리마트 오프라인 투표는 3%에 불과했고요. 인터넷투표는 네이버에서만 가능한데,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3개 계정까지 만들 수 있으니 1인이 61일간 가능한 투표수는 183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있어요.

    글샘: 이러한 중복투표 방식으로는 어느 구단도 롯데 팬의 표심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난 셈이지. 조금 심하다 싶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투표한 롯데 팬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눠야 할까? 어차피 올스타 투표는 실력이 아니라 인기 순이라고 다 알고 있잖아.

    글짱: 저도 롯데 팬이라 롯데 선수들이 올스타전에 많이 나오는 게 싫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이건 아니에요. 내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중복투표를 없애고 1인 1표로 제한하든지, 투표 기간을 줄이든지, 선수단이나 기자단 투표 등을 혼합하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거예요.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이런 일이 없다던데요?

    글샘: 한 구단이 올스타전 베스트 10을 싹쓸이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지. 구단이 많을 뿐 아니라, 소속 팀만 보고 몰표를 던지지는 않기 때문이지. 어쨌든 베스트 10에 들어가야 할 선수가 몰아주기 투표 때문에 탈락해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 물론 베스트 10에 선정되지 않았더라도 감독 추천선수로 리그당 12명씩 24명이 참가할 수 있지만 말이야. 올스타전의 취지가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서 수준 높은 경기를 팬들에게 선사하는 데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어느 한 팀의 선수가 베스트 10을 독점하는 건 문제가 있지.

    글짱: 올해 성적으론 롯데 송승준(4승8패)은 같은 팀 유먼(7승3패)이나 이용훈(7승3패)에 밀리는 데도 투수부문 베스트 10에 뽑힌 것도 불합리해요.

    글샘: 포지션별 후보는 팀 감독이 한 명씩만 이름을 올리기 때문이지. 만약 두 명씩 올리는 방식이었다면 표의 분산 현상이 생겨 ‘롯데 독식’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의회의 투표방식 변화가 생각나는구나.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거든. 특정 세력이 과반의석을 확보해 자리를 나눠 갖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야.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지방의회들은 ‘교황선출방식’에서 ‘후보 등록제’ 방식으로 바꿨단다.

    글짱: 교황선출방식과 후보자 등록후 자유투표방식의 차이점은 뭔가요?

    글샘: ‘교황선출방식’은 후보자 없이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투표하기 때문에, 후보 검증 절차가 없고 의원 간 담합과 이합집산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지. 광역의회의 경우 서울 대구 인천 경기 충남 제주 등 6곳이 교황선출방식으로 의장단을 뽑고 있어. 후보등록제는 사전 등록을 하고 정견 발표 후 투표하는 방식인데, 경남도의회, 창원시의회, 진주시의회, 사천시의회 등 일부 지방의회에서 도입하고 있지.

    글짱: 교황선출방식과 후보등록제 중 어느 방식이 공정한 건가요?

    글샘: 물론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어. 오늘 다뤄 본 프로야구 올스타 투표 방식처럼 몰아주기 투표 같은 폐해가 나온다면, 아무리 좋은 방식이라 하더라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없겠지. 가장 중요한 건 투표를 하는 의원들의 정치의식 수준에 있다고 봐야지. 신문기사를 읽어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렴.

    글짱: 프로야구 올스타 투표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치 문제로까지 이어졌네요.

    글샘: 연말엔 우리나라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어. 대선 투표는 올스타 인기 투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지.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지도자가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늘 논술탐험은 여기서 마치자꾸나.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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