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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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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한국의 나침반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김병수(시인·마산문협 회장)

  • 기사입력 : 2012-07-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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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계절을 두고 꽃 질 날이 없는 뜰에 서면, 꽃의 색깔을 보지 않고 그 꽃의 기운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 너무 선명한 꽃빛이 그 빛을 이울 때까지 간직하지 못함은 세상살이에 내비친 인생무상이나 권력의 종말처럼 역사의 예감된 현실을 접하고 있는 듯하여 대한의 백성으로서 평소의 느낀 바를 피력코자 한다.

    “백성은 물과 같아(民猶水也) 이로 인하여 배를 띄우기도 하고 엎어지게도 한다.” 즉 백성을 물에 비유하고 임금을 배에 비유하여 물이 사나우면 배를 뒤엎을 수 있다는 뜻을 지닌 남명 조식 선생의 ‘민암부’에 나오는 이 말은, 오늘날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위정자들에게 커다란 보감이 되는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산자의 충언을 듣고 국민에 대한 애정의 실천을 악(樂)으로써 밝혀 나갈 때 건전한 나라의 풍토가 만들어질 것이지만, 어처구니없게 벼슬길에 오른 자 중엔 죽은 자는 말이 없는데도 하물며 죽은 자를 등에 업고 장님이 되어 정치의 밤길을 헤매고 있다. 진정 백성을 위한다면 백성을 등에 업고 후회 없는 국사를 돌봐나가야 할 것이다.

    근일에 와서 난장판인 정국을 보면 어떤 이유에서든 자기의 정체를 망각한 채 본연의 국사는 뒷전이고, 부여한 도정의 임무를 중도에 헌신짝처럼 버리는가 하면, 벼슬살이 잘못하여 쇠고랑 차고도 미소를 띠며 법정을 들락거리는 철면피 무지렁이 벼슬아치들과 권력의 집단으로 헌정을 무시하며 대항하는 무리들을 보면 추하기 짝이 없어 길거리의 개들조차도 물려고 덤빌 판이다.

    국회에 입성하여 애국가를 부르지 않은 정체성을 상실한 종북의 무리, 이미 감방 신세를 진 자가 다시 수좌의 그 자리를 버젓이 차지해 있으니 이 나라의 위정 인물에 대해 개탄스럽기만 하다. 감방 신세 질 대기자도 마찬가지로 모두 석고대죄해야 할 당연한 처사로서, 치욕적인 삶을 산 자가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면 이는 짐승과 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짐승은 그들이 하는 짓에 대해 책임질 인지가 사람과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의 세 요소를 알고 인생의 대원칙인 순리대로 사는 것에 대하여 선서하던 애국 애민의 초심을 잃지 않고 위정자의 행동과제인 금과옥조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민은 냉정을 찾아 심부름꾼 선택의 잘못을 누구의 탓으로 돌려 한탄만 하지 말고 손가락에 장을 지지는 각오로 깊이 통감하여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느 날 벼슬자리 앉고 보니 작은 이욕에 눈이 멀어 평생을 쌓아 온 공덕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결실 없는 치욕을 당한 자들을 많이 보아 왔다. 사리에 맞게 사는 것을 순리라 하고 사리에 어긋나게 사는 것을 역리라 하는데, 곧 사리를 거역할 때 역리는 패망의 길이 됨을 알고 답습지 말아야겠다.

    지혜의 도인 장자는 ‘청우성(聽無聲)’의 철리를 강조하였는데, 입을 열기 전에 먼저 귀를 열고 육체의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닌 마음의 귀와 영혼의 귀를 열고 듣는 소리다. 얼굴을 보면 입은 하나인데 눈과 귀가 두 개인 까닭은 말하는 것의 두 배를 보고 들으라는 조물주의 이치일 것이다.

    오늘의 한국 위정자에게 감히 고하노니, 한자의 들을 청(聽)자 마지막 획이 一, 心이듯 이는 아주 사소한 민의에도 한마음으로 귀를 기울여라는 의미일 것이다. 편견의 노예가 되지 말고 명경지수의 지혜로 저울대를 가늠할 제3의 눈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옥중기를 쓴 영국의 문인 오스카 와일드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자기에게 관계없는 일에 대해서 참으로 공평한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가치판단 기준을 말함일 것이다. 한국의 법집행을 보면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움츠러들고, 더구나 죽은 자와 관련된 사실은 덮어버리니 추상같은 법의 칼날이 녹슬지 않았음을 국민 앞에 보여, 정의에 찬 분노를 달랠 처방이 무엇인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왜냐면 법(法)자는 물처럼 흘러가는 평형의 유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급소를 찔러줄 정신인 한국의 나침반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정치를 함에 한 치의 부끄럼 없는 마음의 밭을 갈기를 희망한다. 함께 어깨를 겯고 사람이 되는 길, 걸어야 할 길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될 시국을 건너고 있다.

    김병수(시인·마산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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