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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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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소인 오락- 최환호(통영잠포학교 교장)

내일의 에너지 충전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만들자

  • 기사입력 : 2012-07-2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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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사는지 상상할 수 없어요. 내가 보기에 정말 미친 짓 같거든요…. 80% 이상의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하는 일에서 아무런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 아이콘 51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위즈덤(wisdom)에서 극사실주의 화가이자 포토 리얼리즘의 창시자인 척 클로스의 말이다.

    현자라면 물질적으로 화려하고 긴 삶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즐거운 삶을 원할 터이다. 도가에 의하면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명예·권력·재물 등을 물(物)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욕망의 물(物)을 바람처럼 가볍게 여기고 자신의 즐거운 삶을 목숨같이 중시하는 ‘경물중생(輕物重生)’의 인생관을 역설한다.

    일찍이 맹자 왈,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 부모가 살아 있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일락(一樂)이요, 하늘을 우러러보아도 주변 사람에게도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이락(二樂)이요, 천하의 인재들을 얻어서 교육시키는 것이 삼락(三樂)이다. 군자삼락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까지 도달함을 목표로 했기에 너무 고매하고 관념적이다. 솔직히 평생 가도 수신제가조차 간당간당하는 소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문제는 이 세상에 군자는 극소수지만 소인이 대다수라는 사실이다. 하여 군자만 즐길 권리가 있는 게 아니다. 매일 생존의 칼날 위에서, 죽음의 춤을 추는 소인(小人)이기에 더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까닥하다간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내 묘비명으로 삼아야 할 터. ‘그러니까 인생의 한창 때에 즐길 수 있는 것은 마음껏 즐겨라, 세월은 물같이 흐른다(오비디우스).’

    소인의 첫 번째 낙은 편안한 잠이다. 삶의 질이 수면의 질에 비례한다는 점이다. 잠이 얕고 불규칙하다면 삶은 조잡하고 칙칙해지며, 잠이 깊고 규칙적이라면 삶은 평화롭고 즐거워진다.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은 안정된 인격과 편안하고 즐거운 심성을 갖는다. 또 아는가. 그런 아늑한 잠 속에서 로또대박의 꿈이라도 꿀지.

    소인의 두 번째 낙은 매일, 매사에 감사함이다. 데보라 노빌의 연구. ‘내 인생을 바꾸는 0.3초의 기적, 그것이 감사의 힘’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만 바꿔도 삶의 많은 것이 바뀐다. 심리학자들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기만 해도 행복해진다고 한다. 최선의 방법은 ‘자주 표현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합니다’보다 더 고귀한 말, 바로 ‘감사합니다’를 자주 말하는 것이다.

    소인의 세 번째 낙은 진정한 인간관계의 유지다. 유흥준의 시.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고 했다. 곧 ‘나’ 속에 상대방이 함께해야만 제대로 된 사람 쬐기가 된다. 사랑과 인생의 희로애락에 대해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고단한 인생, 그 아니 즐거우리. 그 사람이 친구든, 가족이든, 세상의 그 누구이든지 간에.

    소인의 네 번째 낙은 자연과의 조화이다. 인간 자신이 자연의 일부이니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 때 가장 쇄락하며, 가장 유쾌할 수밖에. 중국 속담에 ‘자연은 시시한 의사보다 낫다’고 했다. 자연에는 인간의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신성이 있다. 가끔 소로처럼 헐렁한 옷에 편한 신발 신고 숲길을 걸으며, 홀로 웃어 보지 않겠는가.

    소인의 다섯 번째 낙은 맛있는 음식이다. 신산한 삶에서 맛있는 음식을 통해 얻는 위안도 적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깔난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 아닌가. 소박하지만 정성이 깃든 음식으로 그날 하루의 삶을 자축하고, 내일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행위야말로 신성한 의식이다. 그 누구라도 자기 삶의 가치 여하에 대해서는 자신이 최종 평가하고 결정해 행동하게 돼 있다. 어떤가? 당신도 나름대로 ‘소인삼락’이든 ‘소인오락’이든 한 번 만들어 보는 것이.

    최환호(통영잠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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