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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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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개발로 환경 훼손… ‘보물섬’이 망가진다

외지 자본 대거 유입으로 기업형 펜션 많아져 토착민 생계형 민박 피해 우려
객실요금 대부분 현금 처리돼 탈세 의혹…군 “허가 때 거주연한 기준 있어야”

  • 기사입력 : 2012-07-3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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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군 남면에 자연경관을 훼손하며 펜션 공사가 한창이다./정경규 기자/
    남해군 이동면 용소리 펜션 공사현장. 이곳은 펜션이 완공된 후 중장비를 동원, 부대시설 작업이 한창이다./정경규 기자/




    남해 ‘기업형 펜션’ 난립

    천혜의 관광자원을 지닌 보물섬 남해군. 다른 섬들과 달리 산세가 수려하고, 특히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맞물려 있는 넓은 들판과 바다로 쏟아져 내리는 듯한 산자락을 타고 형성돼 있는 계단식 논밭은 푸른 바다빛과 어울려 하늘과 땅을 연결해 놓은 듯 풍광이 수려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해안 해안 절경지를 중심으로 농어촌 민박을 가장한 외지인의 대자본이 유입되면서 순수한 농가소득 차원을 넘어 기업형 민박(펜션)이 성업 중이고, 이로 인해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경관 훼손과 탈세, 민박을 개조한 건축법 위반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남해군에 외지의 자본이 몰리면서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난립하고 있는 펜션의 실태와 문제점, 대책 등을 알아본다.

    ●펜션 현황과 실태

    2만 가구에 불과한 남해군에 성업 중인 민박(펜션)은 지난 1월 기준, 877곳(4.3%)이 지정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지금은 102곳이 폐업신고를 하고 775곳만 운영 중이다.

    어떻게 저런 곳에 건축물을 앉혔는가 하고 놀랄 정도로 기상천외한 곳까지 해안 절경을 따라 펜션이 들어서고 있다. 현행 건축법에는 펜션 건축허가는 없다. 대부분 민박을 변형한 것이 펜션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남해군의 해안 절경지를 중심으로 펜션이라 간판을 단 건축물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민박의 본래 취지는 농어촌정비법에 근거해 농사를 짓는 농어민들이 농사만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게 힘들어 부수입원으로 민박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도록 한 조치다.

    하지만 요즘에는 외지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처음에는 민박형태로 사업 신고를 한 후 편법으로 이름을 바꿔 기업형 형태의 펜션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 기준, 남해군에 신고된 민박 현황을 살펴보면 상주면 252곳과 남면 159곳, 삼동면 121곳, 창선면 60곳, 설천면 55곳, 미조면 47곳, 서면 42곳, 이동면 35곳, 고현면 3곳, 남해읍 1곳 등 지역에 총 877곳이 영업하는 것으로 신고됐지만, 현재 102곳이 폐업하고 775곳만 운영 중이다.

    또 군에 신고된 공식적인 관광 펜션은 7곳(미조 1, 서면 1, 창선 4, 상주 1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나머지 760여 곳은 모두 민박을 개조해 편법적으로 펜션이란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민박사업자 신고를 한 후 펜션 이름을 달고 영업을 해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남면에서 펜션을 8년째 운영하고 있는 재미들펜션 신동성 대표는 “실제 토박이들이 운영하는 곳은 전체의 10%에 불과할 정도다”며 “모두 외지 자본이 유입돼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펜션, 허술한 법의 사각지대

    남해군 지역에 펜션이 난립하고 있는 원인은 농어촌정비법의 허술한 법 규정 때문이다. 애초 민박사업은 객실 7실 이하였다. 그러나 7실 이내 제한이 1실의 규모를 크게 늘려 지을 수 있는 등 애매하고, 각 1실의 규모를 넓혀 지은 후 7실 이상 쪼개 영업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규모를 연면적 150㎡로 제한했다.

    그러나 농어촌 정비법 시행규칙이 바뀌어 연면적을 230㎡로 늘렸다. 펜션이 민박 개념을 넘어서 고급 숙박시설로 변질돼 가는 상황에서 연면적 150㎡는 펜션업자에겐 너무 좁아 면적 증대를 요구했고, 이를 정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적인 숙박시설이 자연경관이 빼어난 지역에 들어서기는 쉽지 않다. 공공복리 등을 목적으로 제정한 건축법에서 숙박시설의 인·허가는 까다롭다.

    최근 들어서는 외지 자본을 동원한 기업형 민박이 늘고 있다. 민박의 시설기준은 농어촌지역 주민이 직접 거주하는 연면적 230㎡ 미만의 단독 또는 다가구주택을 지으면 가능하다.

    남해군 관계자는 “펜션이 민박사업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며 “민박사업자의 기준이나 규모를 강화해 민박사업이 본래 취지를 찾도록 개정할 것을 수년 전부터 요구했지만, 개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펜션의 문제점

    펜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연 경관 훼손과 가격 자율화에 따른 세금 탈루, 불법건축물 양산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5일 남해읍을 지나 펜션이 밀집해 있는 남면을 가기 위해 해안도로로 들어서자 곳곳에 전망 좋은 산 중턱을 절개해 펜션공사가 한창 진행 중으로, 무분별하게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곳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남면의 한 펜션. 가천 다랭이마을 인근에 자리한 이곳의 하룻밤 숙박요금은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저가 28만 원이다. 비수기인 금요일엔 29만~39만 원. 성수기인 주말엔 42만~55만 원이다.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빠르면 1시간 이내에 입금해야 한다. 완전 현금장사다.

    또 다른 펜션은 객실 인원은 최대가 2명이다. 연인을 위한 러브호텔(?)로 하룻밤 숙박요금은 비수기인 주중은 12만~20만원, 주말은 17만~27만 원이다. 스파시설까지 갖춘 스위트룸과 같은 곳은 하룻밤 요금이 70만 원인 곳도 있다.

    이처럼 현금장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펜션은 민박사업자로 연소득이 2000만 원 미만일 경우, 비과세 대상이어서 높은 가격에도 정상적인 세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면에서 펜션업을 하고 있는 A 씨는 “펜션 이용 가격도 남면의 경우 펜션관광협의회가 구성돼 요금을 조절하고 있다”며 “새로 신축된 펜션의 경우 시설 등이 좋아 이 같은 요금을 받을 경우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협정요금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

    경치가 좋은 곳에 그림 같은 고급집을 짓고 가끔 별장을 겸하면서 돈벌이하는 펜션이 새로운 투자처로 인기를 끌면서 남해가 펜션으로 멍들어 가고 있다.

    특히 펜션의 난립으로 신규 펜션업자 간 고급화 경쟁이 붙다 보니 실제 지역 주민이 민박사업을 하거나 은퇴 후 시골에서의 전원생활을 겸한 펜션(민박)사업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소박한 꿈이 빼앗기고 있다.

    이처럼 난립하고 있는 펜션사업을 규제할수 있는 대책은 없는 것일까.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펜션 난립을 막을 수 있는 해결방안은 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에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과연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을까. 지자체 건축허가 담당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건축법상 하자가 없는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 건축 허가를, ‘당신은 펜션 영업이 목적이니 건축 허가를 내어줄 수 없다’고 거부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남해군 민박 담당자는 “이 같은 폐단이 발생하면서 수년 전부터 민박사업자 기준에 최소한 거주 연한이라는 기준만 새로 넣어도 공익적인 자연경관을 해치면서 펜션이 난립하는 현실을 막을 수 있다”며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관·정경규 기자

    jkgyu@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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