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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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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내고장 특산물 (2) 삼천포 전어

가을까지 기다릴 거 있나예
삼천포 여름전어 한점 하이소

  • 기사입력 : 2012-08-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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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천포수협 활어위판장에서 전어 등을 경매하고 있다.



    모든 먹거리는 그것이 가장 맛있는 때가 있다고 한다. 전어는 기름기가 많고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가을이 제철이다. 전어만큼 계절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생선도 드물다. 가을이면 며느리 친정 보내놓고 몰래 먹는 생선이고,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도 돈을 아끼지 않고 사먹지만 기름기가 적은 여름과 뼈가 억세 맛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찬밥 신세다. 한여름 초입인 7월 말이지만 전어를 만나러 사천시 삼천포항으로 갔다. 아직 제철이 아니지만 삼천포에서는 벌써 전어잡이가 시작됐고 경남에서 가장 먼저 전어축제(올해는 8월 8~12일)가 열리기 때문이다.

    삼천포항은 경남 서부 연안어업의 중심지이자 우리나라 3대 어항의 하나다. 구항과 신항으로 이뤄져 있는데, 구항으로 행선지를 잡아야 항구 주변에 펼쳐진 수산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삼천포수산시장은 먹는 재미만큼이나 보는 즐거움도 크다. 삼천포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활어전문 상설전통시장이다. 40년 전만 해도 인근 어촌과 도서지방에서 밤새 잡은 생선을 사고팔던 포구 물양장이었다. 싱싱한 생선이 들어오니 진주, 남해 등지에서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됐고, 1978년 정식으로 시장이 개장했다. 항구를 중심으로 활어와 회를 판매하고, 농산물, 건어물, 조개류 등을 판매하는 상점과 노점이 즐비하다.

    예로부터 사천만은 전어의 주산지였다. 그 유래는 시도무형문화재 제28호 마도갈방아소리에서 찾을 수 있다. 삼천포항 앞바다에 있는 마도에서 전어잡이 면사 그물에 갈을 먹이기 위해 소나무 껍질을 방아로 찧을 때 부르는 노래로 섬 주민들의 민속놀이로 전승 보존되고 있다.

    면사어망은 풋감을 찧어서 그 즙으로 갈칠을 했으나 전어잡이 그물은 대형이어서 마도에서는 하동에서 장날에 팔려고 오는 소나무 껍질을 사서 갈을 만들었다. 한 번 갈을 먹이는데 필요한 3~4가마니를 가루로 만드는 데 부녀자들이 찧어 내기에는 너무 힘이 들어서 힘센 장정들이 메방아로 작업했다. 큰 절구통 하나에 메를 든 장정 4~6명이 3~6시간 동안 찧어야 하는데 고단함을 잊고 능률적으로 작업하기 위해 부르던 노래가 갈방아소리다.

    ‘학섬 학떼가 학춤을 추면 전어떼·멸치떼 독안(사천만)에 논다. 배마다 배마다 다 실어도 아직도 전어는 수백통이다’란 노래 구절에서 사천 일대가 전어의 주 어장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어잡이는 갯장어 잡이가 끝나는 7월부터 시작해 9, 10월까지 계속된다. 7월에는 씨알이 작고 어획량이 적어 거의 출어하지 않다가 전어가 많이 잡히기 시작하는 8월부터 본격적인 조업에 나선다. 7, 8월에 잡히는 전어는 뼈가 연해 횟감으로 좋고, 기름기가 많고 뼈가 억세지는 9, 10월에는 구이가 맛있다.

    갓 경매된 싱싱한 활어회를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삼천포수협 활어위판장 옆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선착장에 정박해 있던 4t짜리 자망어선인 ‘강성호’에 오르자마자 굉음을 내며 힘차게 출항한다.

    한여름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바닷바람이 제법 시원하다.

    40여 년간 전어를 잡아온 베테랑 어부인 선장 박봉렬(64) 씨는 능숙하게 배를 몰아 사천만으로 향했다. 저도, 마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을 지나 30분가량 나가자 드넓은 사천만이 눈앞에 펼쳐지고 멀리 사천대교가 보인다.

    박 선장은 비슷한 또래의 선원과 함께 자망을 내리기 시작했다. 자망은 배드민턴 네트 모양의 그물을 물속에 수직으로 길게 쳐 놓아 지나다니는 물고기가 그물코에 걸리거나 말려들도록 하는 그물. 그물코 크기는 어획 대상 물고기의 아가미 둘레와 같게 한다.

    박 선장에게 그물을 내리는 지점이 정해져 있느냐고 물으니 수십 곳이란다. 수십 년간 전어를 잡으면서 쌓은 경험으로 시기, 물때 등을 고려해 그때 그때 그물을 던지는 지점을 정한다고 한다.

    양 끝에 부표를 단 300m 길이의 그물을 던진 뒤 잠시 기다렸다 천천히 끌어당겼다. 이윽고 은빛 전어가 몇 마리씩 퍼드덕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조업철이 아니라서 이날 어획량은 많지 않았지만 철이른 때에 만난 전어가 반가웠다.

    박 선장은 8월 이후에는 새벽 3~4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밤새 조업해 오전 9시 30분 위판 시각에 맞춰 위판장에 내놓는다고 했다. 그는 삼천포 전어를 취재하러 왔으니 맛을 봐야 한다며 칼과 도마를 꺼내 전어 손질을 시작했다. 먼저 비늘을 제거하고 꼬리, 머리, 지느러미를 잘라낸 뒤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 바닷물에 한 번 씻고 식수에 헹군다.

    이어 작은 놈은 뼈째로 자르고 큰 놈은 반을 갈라 뼈를 제거해 도마 위에 가지런히 썰어놓고 된장을 꺼내 먹어보란다.

    아직 맛이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갓 잡아선지 살이 탱탱하고 야들야들한 데다 고소해 가을 전어의 풍미가 느껴졌다. 박 선장은 손질한 전어를 얼음물에 잠시 담근 후 먹으면 살이 단단해져 더욱 맛있다고 귀띔한다.

    배를 돌려 돌아오는 길, 지척에 보이는 마도를 지날 때 어디선가 흥겨우면서도 애절한 갈방아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글 =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사진 = 성민건 기자 mkseong@knnews.co.kr



    지방이 가장 많은 가을철 맛도 좋아

    ●가을 전어가 고소한 이유

    가을 전어의 고소함과 풍미를 표현하는 말이 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것인데 고된 시집살이에 시달리다 못해 가출한 며느리가 가을 전어의 맛 때문에 돌아왔을까마는 그래도 돌아오는 핑계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참깨가 서 말’이라는 말도 있다. 참깨 서 말이면 엄청난 양인데 그만큼 가을 전어가 고소하다는 이야기다.

    전어는 봄에 태어나 여름 동안 플랑크톤과 유기물을 먹고 자라며 가을이 되면 월동준비를 한다. 그중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는 철이 9월과 10월 사이이다. 생선의 맛은 보통 지방의 함량과 직결된다. 즉, 지방이 가장 많은 철이 바로 맛이 제일 좋을 때다. 봄에는 100g당 전어의 지방이 2.4%에 불과하지만 이때는 6%로 증가한다. 이것이 가을전어가 유독 맛있는 이유다.


    구운 전어는 머리에 고소한 맛이 집중

    ●전어 맛있게 먹으려면

    전어는 회로도, 무침으로도, 젓갈로도 그 먹는 방법이 다양하지만 그중 최고는 전어구이를 손꼽는다. 전어에 칼집을 내고 굵은 소금을 뿌린 뒤 숯불이나 연탄불에 얹어 석쇠에 굽는 것이 그 최고의 방법이라고 하는데 서서히 익어갈수록 퍼지는 고소한 냄새는 1km 밖까지 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어를 먹을 때는 머리부터 먹는 것이 좋다. ‘전어는 깨가 서 말’이라는 말도 이 ‘머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굽는 과정에서 나는 연기를 머리가 가장 많이 흡수해서 고소함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단백질과 무기질·비타민등 영양 풍부

    ●맛뿐 아니라 영양도 최고

    가을전어는 그 맛만큼이나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가을 보약’이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나다. 전어 100g은 수분 71g, 단백질 25g, 지방 2g 등으로 이뤄져 120kcal의 열량을 낸다. 또한 전어는 수분이 적고 단백질과 지질, 무기질,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단백질에선 라이신, 트레오닌 등의 필수 아미노산이 많아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쌀이 부족한 아미노산을 보충할 수 있고 무기질과 비타민 함량도 높아 영양성분의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

    전어의 지방에는 DHA(607mg)와 EPA(119mg)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므로 ‘중년의 보약’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인병 예방에 좋다.

    또 뼈째 먹는 생선이므로 칼슘이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은 물론,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 촉진에 효과가 있다.

    인체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이 8종류나 있고 콜레스테롤과 체지방을 분해하는 타우린이 풍부하다. 게다가 비타민 D와 E가 들어있어 피로 해소와 피부미용에 좋으며 껍질에 많은 비타민 B2, B6 등은 칼슘의 흡수율을 높여 빈혈, 각기병을 예방한다. 양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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