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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을 말한다 (39) 극단예도 연출가 이삼우

연극인의 작은 몸짓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연극을 사랑하는 재능과 포기하지 않는 재능만 있다면

  • 기사입력 : 2012-08-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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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흉가에 볕 들어라’


    2008년 ‘거제도’


    2010년 ‘주인공(酒·人·空)’


    2012년 ‘선녀씨 이야기’

    극단예도 연출가 이삼우씨가 거제문화예술회관 객석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거제지역의 극단예도 연출가인 이삼우(41) 씨는 올해 상복이 터졌다.

    그가 속한 극단예도는 올해 6월 광주에서 열린 제30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희곡상(이삼우), 연출상(이삼우), 최우수연기상(고현주), 연기상(강진홍)을 휩쓸며 5관왕을 차지했다. 그가 연극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극단예도는 그해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9년, 2010년, 2012년 잇따라 대상을 차지했다. 모두 그의 작품이다. 거기다 네 작품은 4년간 전국연극제에서 모두 1~3등 안에 들었다.

    그는 원래 배우로 출발했으며, 연출을 따로 배우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1991년 거제대를 다닐 때 연극을 하는 과대표 형의 권유에 따라 시작했다. 그를 연극으로 이끈 같은 과 형은 현재 극단예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최태황(거제고 교사) 씨의 제자였다. 이삼우 연출가는 “그때 연극이 뭔지도 모르고, 선배가 사주는 술이 좋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장으로 갔다”고 말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진로를 결정할 때, 학생회장 출신인 그에게 거제 내 대기업 조선소에 취업시켜 준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그는 연기를 배우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1997년 성균관대 사회교육원 연기과 2학년에 편입해 학교를 다니면서 대학로에서 공연을 했다.

    그는 “서울서는 영화 오디션도 많이 봤고, 합격해 출연한 영화도 있지만 공교롭게도 영화가 중단된 게 많았다. 대학로서 연기를 하면서 수없이 많은 연극을 보았다. 5년간 서울서 살면서 대학로라는 큰 스승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 기간 그는 거제와 서울을 오가면서 여러 영화와 연극에 배우로 출연했으며, 지난 2001년 서울서 짐을 싸 거제로 내려왔다.

    그가 연출을 시작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에서다. 연출을 맡았던 사람이 개인적 사정으로 빠지면서 단원 중 전업으로 연극만 한 사람이 그 혼자뿐이어서 배우 겸 연출을 맡게 됐다. 첫 연출작은 1999년 공연한 ‘작은할매’. 하지만 처음부터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초창기부터 지금처럼 인정받은 건 아니다. 감각적이고 만화적인 작품이 많았다. 센스는 있지만 예술성이나 작품성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연출가로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지난 2003년 거제문화예술회관 무대감독으로 들어온 심봉석 감독이다. 심 감독은 당시 사천의 유명한 극단인 ‘장자번덕’에서 연출을 맡다 거제문화예술회관에 들어왔다. 심 감독의 묵직하고 진중한 태도가 자신의 감각적인 취향과 결합되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이어 전국연극제에 나가 수상한 네 작품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2007년 ‘흉가에 볕 들어라’= 그는 이 작품에서 연출과 배우를 겸했다. 처음으로 큰 상을 탔다. 그해 전국연극제에 출전해 2등상인 금상(행자부장관상)을 탔다. ‘흉가에 볕 들어라’는 현재 영화배우와 탤런트로 활동 중인 오달수 씨가 주인공으로 초연한 작품으로, 인간의 탐욕 때문에 벌어지는 귀신들과 지낸 하룻밤 이야기다.

    그는 “잘 알려진 작품이다. 서울에서 이 작품을 보고 전국연극제에서 우리 연극을 본 평론가는 ‘흉가는…’을 이렇게 재미있게 풀이할 수가 있냐고 했다. 슬프면 슬플수록 웃고, 웃길 때 슬퍼하는 나만의 문법이 있다. 그때 연출로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8년 ‘거제도’= 이듬해에도 이 작품으로 경남연극제 대상과 전국연극제 금상을 받았다. 이때는 전국연극제 사상 처음으로 연출상과 연기상을 동시에 받았다. 작품은 거제 출신인 손영목 소설가의 작품 ‘거제도’를 각색한 것으로, 1951년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가 들어선 자리에 원래 살고 있던 토착민들의 애환을 다룬 이야기다. 원작 소설 속에는 포로수용소 안의 이야기도 있지만 작품에서는 포로수용소 밖 토박이들의 이야기만 다뤘다.

    그는 “거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이고, 근간 예도 작품 중에서 가장 고급스런 작품이다. 앞으로 끊임없이 레퍼토리화해 공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0년 ‘주인공(酒·人·空)’= 한 해 건너뛰어 다시 경남연극제 대상과 전국연극제 3등상인 은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창작작품으로, 서울에서 연출하는 후배가 쓴 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용은 섬에 있는 파출소에서 술 때문에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예술축제가 한창인 아트아일랜드에 설치된 특별 지구대에서는 술로 인해 사건이 발생하는데, 술로써 행복한 그리고 불행한 사람들의 축제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다소 급하게 작품을 만들었고 무게 중심이 분산돼 전체적으로 산만했다. 대상 작품 중에서는 다소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2012년 ‘선녀씨 이야기’= 대통령상 외에도 전체 6개 상 중에서 5관왕을 차지한 작품이다. 전국연극제가 한 극단에 이렇게 상을 몰아준 적 없었다. 특히 그는 30년 전통의 전국연극체 최초로 개인상인 연출상과 희곡상을 같이 받았다. 작품은 그가 처음 소설로 썼고, 단원들이 모여 에피소드를 더해 재각색했다. “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자식이 15년 만에 어머니 장례식에 찾아와 엄마 혼령과 하룻밤 같이하면서 엄마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어머니의 삶의 통해 현대인을 치유하는 이야기다. 상을 독식해 다른 연극에 죄송할 정도였다.”

    그는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연극인으로, 현재 같이 일하는 심봉석 무대감독과 우리나라의 마임 전문가인 고재경 씨를 꼽았다. “심 감독과는 같이 작품하면서 배운다. 고재경 씨는 2008년 세계희곡제 때 우연히 만나 2008년 ‘거제도’ 작품할 때 배우들 움직임을 봐달라고 요청하면서 인연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배우로 출연하면서 연출을 하는 그는 “따로 연출공부를 하지 않는다. 책을 많이 읽고 영화를 많이 보고 공연작품도 많이 본다. 그게 공부라면 공부고, 저를 상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연극은 배고픈 직종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상대적 빈곤감이다. ‘내 주위 친구 연봉이 몇 천인데…’라며 물질적 가치를 크게 잡으면 배고프다. 요즘 연극하는 사람들 라면만 먹는 건 아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재미를 추구하는 작업 스타일”이라며, “후배나 주위에서 연극을 잘하려면 어떤 재능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저는 연극을 사랑하는 재능과 포기하지 않는 재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말 사랑해야 견딜 수 있고, 견뎌내야 잘할 수 있다. 혼자 하는 마임조차도 음향 조명 등과 같이하는 공동체 작업이다. 연기도 이겨내야 하고 사람 관계도 견뎌야 한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재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워 오브 원’이라는 영화 중 ‘물 한 방울이 폭포가 될 때까지’라는 대사를 좋아한다는 이 연출가는 “연극하는 사람의 작은 몸짓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꿈꾼다. 작품 하나로 관객 중 단 한 명이라도 감동해 가치관이 바뀌고 인생이 바뀐다면 연극은 가치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글=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사진= 성민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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