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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숲을 찾아서 (3) 하동 송림

노송은 하늘빛 도화지에 세월의 흔적을 그린다
송림서 섬진강 바라보면 속 시원하게 뚫려

  • 기사입력 : 2012-08-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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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큰 소나무들이 가지를 걸쳐 만들어내는 그림과 그 사이로 비치는 푸른 하늘이 장관이다.
    캠핑객들이 야영을 즐기고 있다.
    양팔을 벌려서도 잡을 수 없을 만큼, 굵은 소나무가 빼곡하다.



    하동송림은 서부 경남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소다. 하동을 비롯해 산청 함양 등 서부경남 지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에게는 소풍 장소로 익히 알려진 곳이다.

    휴가철이 한창인 지난달 27일 하동송림을 방문했을 때, 하동송림 앞 섬진강 백사장은 여전히 깨끗했다. 송림 백사장 섬진강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이 아름다웠다. 바람 한 점 없는 더운 날씨였지만 송림에서 섬진강을 바라보면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다.

    섬진강 없는 하동 송림은 상상이 안 된다.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과 장수군 장수읍의 경계인 팔공산에서 발원해 전라남·북도의 동쪽 지리산 기슭을 지나 남해의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강. 섬진강은 본디 모래가람·다사강(多沙江)·사천(沙川) 등으로 불릴 만큼 고운 모래로 유명하다. 섬진강 백사장은 송림과 대비돼 더 눈부시다.

    송림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재첩을 파는 아주머니가 손님들을 먼저 맞이한다. 이어 매실 더덕 칡이 함유됐다는 일명 ‘뻘떡주’(메뉴는 매실 동동주와 녹차 동동주로 나뉘어 있었다)를 파는 포장마차가 눈길을 끈다.

    송림 입구에는 작은 안내판이 있다. “하동 송림: 수령 200년이 넘는 소나무 군락. 천연기념물 제445호.” 방문하기 전, 네이버 사전으로 하동 송림의 유래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다.

    “1983년 8월 2일 경상남도기념물 제55호로 지정되었다가 2005년 2월 18일 천연기념물 제445호로 변경됐다. 1745년(영조 21) 당시 도호부사(都護府使) 전천상(田天詳)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을 목적으로 섬진강변에 식재했다. (중략) 깨끗한 백사장을 끼고 있으며 보호구역은 2만1874㎡에 달한다. 260년 된 750여 그루의 노송이 넓은 백사장 및 파란 섬진강 물결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송림 속으로 들어갔다. 양팔을 벌려서도 둘레를 잡을 수 없을 만큼 굵은 소나무들이 빼곡하다. 200년이 넘은 노송들은 한 그루 한 그루마다 독특한 풍모를 지니고 있어 한 그루씩 감상해도 묘미가 있다. 노송들이 이리저리 가지를 걸쳐서 만들어 내는 그림과, 키 큰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푸른 하늘도 장관이다. 자세히 보면 바닥에 소나무마다 금속 번호표가 박혀 있고, 하동군에서 소나무를 철저히 관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숲 바닥은 멀리서 보면 잔디를 깔아 놓은 것처럼 보였으나 가까이 보니 잡초와 풀들이 섞여 있고, 잔디가 벗겨진 것처럼 보인 곳은 솔잎과 솔방울이 쌓여 부토가 되어 있었다. 송림 바닥은 폭삭하고 은은한 솔향이 배어 나왔다.

    소나무 사이사이에 방문객들이 쉴 수 있도록 평상과 긴 의자가 배치돼 있고, 송림 가장자리에는 각종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다. 또 송림 중간에 식수대도 있고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미끄럼틀도 들어서 있다. 인근에 이처럼 멋진 휴식처가 있기에 하동 사람들은 송림 하나만으로도 복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 가운데 신기한 물건이 눈에 띈다. 얼핏 보면 큰 소나무를 자르고 남은 그루터기처럼 보이는 것들로, 그루터기에는 작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송림에 놀러 온 아이들은 이를 노래하는 나무라고 불렀는데, 자세히 보니 전선이 바닥으로 이어진 스피커(하동군은 이를 ‘솔솔 음악기’라는 이름을 붙였다)였다. 숲에 들어설 때부터 은은하게 흘러나온 노랫소리의 발원지였다.

    숲 가운데 정자가 하나 있다. 정자 이름은 하상정 (河上亭). 예전에는 활 쏘는 장소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정자로 사용하고 있는 이곳은 여름휴가철을 맞이해 피서객을 위한 간이 문고로 활용되고 있었다. 정자에는 ‘새마을문고 하동군지부 운영 북캉스 (Book+Vacation), 피서지 문고 및 환경 안내소(7월 24일~8월 17일)’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숲의 3분의 2쯤 지났을 때 ‘하동송림 단계별 자연휴식년제 실시’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안내판에는 ‘자연 그대로의 숲 기능 보존과 훼손된 노송을 체계적으로 살리고 가꾸고자 자연공원법 제28조에 의거, 단계별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한다. 실시지역은 솔림공원 서편, 실시 면적 1만9800㎡, 2010년 3월 1일~2013년 2월 28일’이라고 적혀 있다. 주변에는 펜스가 쳐져 있었고, 그 지역은 휴식년제를 하는 곳으로, 송림 전체의 절반쯤 됐다.

    이어 나타난 깨끗하고 큰 화장실. 현판에는 ‘은모래 화장실’이라 적혀 있다. 화장실을 지나면 야영장이 있고, 금요일인 이날 가족 단위의 캠핑객들이 여러 팀 와 있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주말에는 이곳이 텐트로 꽉 들어찬다”고 말했다. 캠핑장에는 ‘대한특전동지회 재난구조협회 진주지회’라는 플래카드를 붙인 큰 텐트도 보인다.

    매년 자원봉사 활동을 벌인다는 그들은 올해도 구조용 보트까지 챙겨 갖고 왔다. 이들 중 한 명은 “섬진강에서는 물놀이 사망사고가 자주 난다. 올해는 사고가 없어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글=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사진= 성민건 기자 mkseong@knnews.co.kr


    ※이 기사는 경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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