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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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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우물- 박옥위(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08-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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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과 산 사이의 경계는 안개가 가린다, 못 잊을 기억들이 산인 듯 에워싸도

    시간의 차창 밖으로 날아가는 새가 있다



    아득한 경계 사이에 그리운 우물 있다. 아직도 날 풍뎅이 수풀 속을 헤매는 날, 한 번씩 물 긷는 소리 첨버덩 들려온다



    켜켜이 자란 초록은 첩첩이 깊어 있어, 시정(市政)에 잡힌 생각이 먼지 같다 싶다가도, 풀냄새 안고 돌아와 나는 또 여자가 되고



    수묵 담채 진경으로 새 한 마리 돌아온다, 어둠살 지기 전에 날아 앉는 새떼들, 그리움 그 사이 깊어진 우물 하나 찾고 있다

    - <서정과 현실. 2012 상반기>에서

    ☞ ‘호수는 하늘만 올려다보고 하늘은 호수만 내려다보는, 어디에도 길은 없고 길이 모두 막혀버리고 물어볼 만한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외로운 호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섹덴 호수’를 아는가? 솔제니친의 고향 같은 호수를, 정든 우물 하나를 그림 그리듯 그리고 있다. 화자의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샘솟는 물. 물은 노래가 되고 그리움이 되어 흐른다. ‘새의 노래’가 흐르는 무반주 첼로 현의 연주가 들려오는 듯하다.

    ‘아직도 날 풍뎅이 수풀 속을 헤매는 날’ ‘풀 냄새 안고 돌아와 나는 또 여자가 되어’ 그리운 우물 하나 찾는다.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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