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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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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책 이야기- 성선경(시인)

  • 기사입력 : 2012-08-1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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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일요일 마산의 한 중고서점에서 내 첫 시집 한 권을 샀다. 내 시집을 내가 샀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중고서점에 내 시집이 나와 있어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하고 찾아갔다. 정가가 삼천 원인 시집을 오천 원을 주고 사면서 나는 기뻤다. 내 책장에 달랑 한 권만 남은 첫 시집을 보며, 이제는 절판이 되어 어디 구할 때도 없는 시집을 행여 누군가 필요하다 할까 봐 조마조마한 가슴이었는데 이렇게 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책이라는 게 귀한 것이어서 읽은 책을 보고 또 보고 책 한 권을 사기 위하여 점심을 건너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책이 흔한 시대가 되다 보니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책이 흔하다지만 책 읽는 인구는 점점 줄고 있고, 책을 읽는 인구가 줄어서인지 그 책을 판매하는 서점들도 점점 줄고 있다. 이것은 전국적인 추세라 한다. 내가 사는 마산에도 많은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서점들이 이렇게 문을 닫다 보니 문예지를 한 권 사려 해도 그 번거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와 지식의 습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보의 습득을 뛰어넘는 기쁨의 시간이다. 특히 신간을 사서 첫 페이지를 넘겼을 때 쏴-하게 달려드는 잉크의 냄새는 행복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런 즐거움을 아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은 많은 미디어들이 발달하여 책을 떠나서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책보다 더 재미있는 여가거리가 늘어서인지 몰라도 도서 판매량의 수도 갈수록 준단다. 90년대 시집을 낼 때에는 초판이 최소한 이천 권이 기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초판이 천 권이 기준이다. 20년 사이에 절반으로 줄었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에서도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단다. 그러니 이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엊그제 만난 후배가 자신의 첫 시집 재판이 나왔다고 자랑을 하였다. 참 기쁜 일이다. 나는 심심한 축하를 해주었다. 시집이 재판을 찍는 경우는 갈수록 줄고 있다. 아니 재판을 찍는 경우는 오히려 특수한 경우라고 해야 한다.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는 경우도 발간되고 한두 달이면 책의 홍수 속에 스르르 묻혀버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책들이다.

    한 권의 책 속에는 저자의 삶과 지혜와 정서가 녹아 있다. 어쩌면 한 권의 책이 그 한 사람의 인생 전부일 수도 있다. 모두가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대다수의 책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러한 책이 인쇄가 되자마자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져버리는 현실은 아무리 자본주의 논리와 시장의 논리를 앞세운다 해도 쓸쓸한 일이다. 이 쓸쓸한 현실을 극복할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여름 휴가를 떠날 때 한 권의 책이라도 준비하고 떠나면 어떨까? 먹고 마시고 쉬다가 돌아오는 길도 괜찮겠으나, 한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들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친구의 생일을 맞이하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책을 선물하는 것이 상례였다. 나도 몇 권의 책을 선물로 받은 기억이 있고, 몇 권의 책을 선물한 기억이 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선물해보면 어떨까? 나를 위해서 친구를 위해서 그 저자의 생각을 읽기 위해서.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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