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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몸에 좋고 보기 좋은 집 (3) 산청군 단성면 백운리 주남원·주기숙 부부 집

행복한 노년 꿈꾸며 ‘소박한 정원’ 가꾸다

  • 기사입력 : 2012-08-1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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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군 단성면 백운리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주남원·주기숙 부부의 집. 주 씨 부부가 직접 만든 양어장과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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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창이 있는 2층짜리 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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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방으로도 이용되는 곶감 말리는 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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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씨 부부가 가꾸는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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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엔 늙은 상추, 쑥갓 뽑아내고, 한낮엔 낮잠 자고 쉬고, 해거름엔 잔디 깎고 물을 준다.”

    산청군 단성면 백운리 지리산 밑 주남원(周南員·58)·주기숙(朱己淑·58) 부부가 사는 방식이다.

    자연과 더불어 욕심 없이 지내는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다.

    주 씨 부부가 지리산 밑 골짜기에 정착한 것도 벌써 7년째. 결혼을 앞두고 그맘때면 남자들이 지나가는 말처럼 했던 “결혼하면 그림 같은 집을 지어 주겠노라”는 사탕 발린 말을 주 씨는 결혼 30여 년 만에 덜컥(?) 실천하고 말았다.

    90년대 말 언론사를 퇴직한 주 씨는 교편을 잡는 아내와 함께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거제에 내려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을 지었다.

    자녀들도 출가하고 둘만의 노후를 위해 마련한 아담한 집이었지만 집 뒤로 도로가 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팔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겼다.

    마침 바다보다는 숲에서 살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자형이 살고 있는 지금의 단성면 백운리 마을을 찾았다.


    조그만 땅을 사서 빈집을 고쳐 살겠다는 마음으로 들렀지만 마음에 들면 가격이 비싸거나 땅주인이 팔지 않으려 해 한동안 애를 먹었다.

    결국 2005년 말 논이었던 지금의 땅을 싸게 구입했다. 농지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제는 2723㎡(824평)에 달하는 넒은 땅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였다.

    집을 짓기에는 너무 넓고 농사를 짓기에는 경험이 적었기 때문. 본의 아니게 귀농자가 되는 계기가 됐다.

    거제에서 집을 지어 봤지만 오히려 경험이 시행착오를 부르기도 했다. 찜질과 손님방 용도인 별채 바닥을 다지면서 인건비도 아낄 겸 부부가 직접 나섰지만 잘 짓겠다는 과욕에 지나치게 두껍게 깔아 난방이 안돼 다시 걷어내기도 했다.

    또 처음부터 집 설계를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고 주 씨 부부의 의도대로 먼저 토목공사를 한 뒤 집 설계를 의뢰하면서 당초 생각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게 됐다.

    주 씨 부부는 결국 지금의 집 형태만 남기고 설계를 새로 하다시피 해 집을 완공했다. 부부만 살다 보니 1층엔 거실과 방 하나, 2층에도 방 하나만 넣고 널찍하게 사용하게 했다. 2층 방에는 누우면 하늘이 보이는 창을 달아 밤하늘 별을 헬 수 있는 포인트를 넣었다.

    설계과정에서 주 씨 부부가 요구한 것은 크게 두 가지.

    평소 습기가 많은 동네 특성상 바람이 잘 통하게 해 달라는 것과 앞산과 정원이 잘 보일 수 있는 대형 창을 내달라는 것이었다. 주 씨 집에는 에어컨이 있지만 지금도 앞뒤 창을 통해 통풍이 잘 돼 습기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

    또 하나 거실에서 대형 창을 통해 보이는 지리산 자락은 시시각각, 계절마다 새로운 풍취를 느끼게 해 대형 그림액자 역할을 하고 있다.



    놀이 삼아 일 삼아

    2006년 말 입주를 했지만 허허벌판에 온돌방과 손님방을 겸한 별채(46㎡)와 큰 창이 내다보이는 2층짜리 본채(1층 95㎡·2층 49㎡) 딱 두 동만 덩그렇게 있었다.

    주 씨 부부는 이듬해인 2007년부터 부부의 힘만으로 볼품없는 집을 조경하고 주변 정리에 들어갔다. 정원을 만들고 나머지 터에 텃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공을 들인 것은 양어장. 평평한 논인 탓에 집을 돋울 흙이 필요했고 마침 개울가여서 연못을 만들면 가능하다는 생각에 준비했지만 농지에 연못을 만들 수 없어 양어장으로 대신했다. 거제에 집을 지으면서 쌓았던 연못 만들기 경험으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양어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주씨는 “말이 양어장이지 바닥부터 큰 바위를 쌓아 올리고, 물이 바닥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세밀한 공사까지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조경의 백미인 나무 심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비싼 나무는 엄두도 내지 못해 지인들의 도움으로 나무를 구해 옮겨 심었다. 분꽃과 금낭화, 장미, 하늘나리, 원추리, 수련…. 계절마다 달리하는 꽃도 옮겨 심었다.

    백운마을 인근이 곶감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감나무도 심었다. 부업거리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이 커져 곶감을 말리는 덕장도 만들게 됐다.

    말이 덕장이지 웬만한 펜션에 가깝다. 덕장은 겨울에 두 달 정도 사용하고 나머지 기간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주 씨는 약간의 돈을 들여서라도 사계절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는 생각에 나무를 이용해 손님방을 겸한 덕장을 만들었다. 아직 내다 팔 정도의 감이 생산되지 않지만 팔 목적이 아닌 만큼 크게 개의치 않는다.

    주 씨의 하루는 바쁘다. 잔디도 깎아줘야 하고 양어장과 정원, 채소밭을 돌보거나 집안 곳곳을 돌아보며 손볼 것을 찾는다. 남들은 겉으로 보기에 푸른 잔디와 정원을 갖춘 아름다운 집을 갖고 있어 부럽다고 하겠지만 사실 주 씨처럼 집을 가꾸는 것은 막노동에 가깝다. 그러나 주 씨는 놀이 삼아 운동 삼아 일 삼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웃는다.



    사람이 끊이지 않는 집

    진주에서 산청 방면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단성IC에서 내려 중산리 방면으로 가다 보면 백운계곡으로 들어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다시 개울 따라 난 길을 따라가면 왼편으로 고개가 절로 따라 움직이는 집이 한 채 보인다. 숲으로 뒤덮인 저런 곳에 집이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내 저런 집에는 누가 살까라는 호기심이 생긴다.

    집 입구에는 바위에 소박한 정원이란 뜻의 야소원(野素園)이라 새겨져 있다. 지인이 거제에 살던 집을 야소원이라 말한 것에 착안해 주 씨가 붙인 이름이다.

    주 씨 부부는 성은 같지만 한자가 다르다. 53년생 동갑내기로 연애 결혼해 30여 년간 거의 떨어져 본 일이 없을 정도라며 부부애를 과시한다. 남편 주 씨는 아내에게 예쁜 여인이란 뜻을 담은 소아(素娥)라는 아호를 선물할 정도로 닭살이다.

    주 씨는 여전히 뜨거운 부부사랑만큼이나 사람 만나는 것을 즐거워한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손님을 치를 만큼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집을 지을 때부터 별채를 구상하고, 덕장을 손님방으로 구상한 것도 찾아오는 손님을 생각해서다.



    유유자적을 꿈꾸며

    주 씨 자신의 집 이름을 딴 야소원(野素園)이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하루 일어난 소소한 이야기와 자녀, 이웃 이야기를 비롯해 집안 가꾸기를 옮겨다 놓고 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늘그막에 우리가 살아왔던 지난 세월을 되새김하기 위해서다’라고 블로그에 밝히고 있다.

    요즘 주 씨 부부는 새로운 여가 생활에 빠져 있다. 아내 주 씨는 군에서 지원하는 요가교실과 전통춤을 배우고, 친구가 무료로 운영하는 규방공예를 배우고 있다. 남편 주 씨는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던 색소폰 교습을 받고 있다.

    아내 주 씨는 “전원살이는 문화혜택이 적어 불편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요즘은 시골까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을 만큼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도시에 살 때는 출퇴근한다고 자연이 아름다운 줄 몰랐는데 예쁜 싹을 보고, 눈을 뜨면 물안개가 가득한 걸 보면 여기에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연신 자랑이다.

    주 씨 부부는 “우리 집을 다들 그림 같은 집이라고 과찬하지만 돈을 많이 들여 지은 집이 아니고, 정원은 우리들만의 땀과 정성으로 가꿔오고 있는, 우리 내외의 자력으로 세운 보금자리”라며 “좋은 집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내 손때가 묻어 애착이 간다면 그 이상 좋은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 씨는 큰 공사를 계획 중이다. 앞으로 5~6년에 걸쳐 집옆 냇가를 소공원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놀이 삼아 일 삼아 집을 가꾸는 그의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벌써 궁금해진다.

    글=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사진= 성민건 기자 mkseong@knnews.co.kr

    ※이 기사는 경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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