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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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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1- 민병도(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08-1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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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구헌 날

    베이고 밟혀

    피 흘리며

    쓰러져놓고



    어쩌자고

    저를 벤 낫을

    향기로 감싸는지……



    알겠네

    왜 그토록 오래

    이 땅의

    주인인지

    - 민병도 시조집 <들풀>에서

    ☞ 지금쯤 그곳에는 머리카락 풀어 헤친 듯 바람에 마구 흔들거릴 것이다. 흔들리면서도 결코 쓰러지지 않고 ‘피 흘리며 쓰러져 놓고’ 다시 일어서는 들풀.

    뽑으면 쑥쑥 자라나고 베이고 밟혀도 일어서는 너, 네가 흔들리는 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 사랑은 용서하고 또 용서하는 것, 흔들리면서 사랑하는 것이다. 오래 참고 또 참는 것이다.

    그래서 ‘저를 벤 낫을 향기로 감싸야 하리’ ‘왜 그토록 오래 이 땅의 주인’이 되었는지를 이제야 알겠네.

    시의 화자는 나약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들풀을 민초들의 아픈 삶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시조집 ‘들풀’은 제2회 김상옥 시조문학상 수상작이다.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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