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 (수)
전체메뉴

성별영향평가- 서정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원·마산지부 소장)

  • 기사입력 : 2012-08-17 01:00:00
  •   



  • 화재로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상해를 입었을 경우 보상금은 어떻게 될까? 여성이 더 받아야 할까? 아니면 똑같이 받아야 할까?

    가스안전사고의 경우 여성과 남성이 같은 상해를 입었더라도 남성은 여성보다 더 적은 보험금액을 적용받았다. 사회적으로 “외모는 여성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차등적 기준은 성별에 따라 외모의 손상을 달리 보는 명백한 성 차별적 조항이다. 성별영향평가 실시로 남성에게 불리하게 책정됐던 상해급수를 조정해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게 보험금액을 받도록 개정되었다.

    법과 정책은 만민에게 평등하고 중립적이어야 하는데 왜 이런 성 차별적 상황이 생기게 되었을까? 법이나 정책은 형성 과정에서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관점과 가치가 반영된다. 그러나 성별에 대한 관점이 반영되지 않을 때 이러한 성별 간의 불평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은 신체적 특징과 기능이 다르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조건과 상황에 놓여 있어 정책에 대해서도 성별로 서로 다른 기대와 요구를 가지게 된다. 법이나 정책 수행 과정에서 성을 구분하지 않거나 생물학적·사회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성별 격차가 나타나고, 의도하지 않은 성 차별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정책 전반에 성인지적 관점을 통합시킴으로써 성별에 따른 차별을 제거하고 여성과 남성의 특수한 정책 요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성별 조건과 요구를 고려해 정책이 평등한 사회 조성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평가해 개선함으로써 최대한 성 차별적 영향을 줄이고 정책의 수혜가 남녀 모두에게 평등하게 미치도록 하기 위한 정책 도구가 성별영향평가이다.

    성별영향평가제도가 국가 정책과 사업에 젠더 이슈를 도출해 성인지적 개선사항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함으로써 성 형평성을 확보하고 성 차별을 시정하는 것이라고 하여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성·여성 모두가 수혜자이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40여 개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제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규정을 두고 운영을 해오다 2011년 9월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제정돼 2012년 3월부터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법령, 정책, 공공기관의 사업 등’에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성별영향평가제도가 2005년부터 도입돼 2011년까지 분석결과를 제시한 대상사업이 7000개를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관련교육이나 컨설팅 등이 활성화되고 대상사업수가 증가하고 관심도가 제고되는 등 성별영향 평가제도 시행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 담당자의 성인지 의식과 성별영향평가제도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역량이 있어야 하며 현황자료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개선안을 도출하고, 평가에서 끝나지 않고 평가결과가 정책 개선으로 나타나도록 성인지 예산과 연계하고, 평가결과 환류를 제도화하는 등 많은 과제들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책의 전 과정에 의회, 외부전문가, 시민단체 및 언론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와 함께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성별영향평가는 결코 획기적인 사회 변혁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관점과 시각에서 새롭게 법, 정책, 다양한 문제들을 재조명해보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바로 새로운 가치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 모든 영역과 정책에 성(性)이라는 변수를 투입해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차이를 극복하며, 새로운 시도를 이끌어내는 판단의 근거를 찾게 된 것이다.

    아직도 젠더 이슈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그래서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서정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원·마산지부 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