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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내고장 특산물 (3) 함안 칠북면 청포도

알알이 여문 청포도에 농부의 정성이 ‘주렁주렁’

  • 기사입력 : 2012-08-3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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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군 칠북면 이령리 진순농장의 황진순 씨가 포도를 따고 있다.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첫 구절이다. 1939년 <문장>에 발표됐던 이 시는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적인 감각과 조국의 광복에 대한 희망과 환희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육사의 대표작이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인의 고향마을(경북 안동)은 유년의 사랑, 추억,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그런 꿈들이 알알이 들어와 박히는 곳이었으리라.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9월. 단일 품종으로 전국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청포도 주산지인 함안군 칠북면에는 수확을 앞둔 청포도가 탐스럽게 영글었다.


    함안에서 북면으로 가는 온천로 주변엔 포도농장이 즐비하다. 막 수확한 포도를 도로변에 쌓아놓고 파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온천로와 접해 있는 함안군 칠북면 이령리 진순농장을 찾았다. 이 농장의 주인은 칠북면 포도작목반 황진순(67) 반장이다. 칠북면 포도작목반에는 30여 농가가 속해 있다. 황 반장은 부인 한성이(61) 씨와 20년 넘게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황 반장 부부는 삼칠농협 이령지점 옆 1652㎡, 이령교회 옆 2664㎡, 영서마을 2314㎡ 등 3곳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이령지점 옆 농장에서는 비닐하우스 2동에 거봉과 청포도를 절반씩 키우고, 교회 옆에는 비닐하우스 6동에 청포도만을 재배하고 있다.

    영서마을 농장에서는 노지에 캠벨 품종만 키우고 있다. 몇 가지 포도품종을 재배하고 있지만 청포도가 주력인 셈이다.

    1970년대 맹호부대의 일원으로 월남에 파병됐던 황 반장은 제대 후 귀향해 오랫동안 벼농사를 지었으나 수지타산이 안 맞아 1990년대 초 포도농사로 전향했다.

    처음엔 포도 재배법을 몰라 고생을 많이 했으나 해가 갈수록 경험이 쌓여 지금은 여느 재배농가 못지않게 품질 좋은 청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황 반장의 비닐하우스에 들어가자 상큼한 포도향이 나면서 서로 이어진 듯한 포도나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황록색 청포도가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얼른 황 반장의 허락을 받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송이에 달린 청포도 몇 알을 따 맛을 봤다. 새콤하면서 강한 단맛이 느껴져 자꾸 손이 간다. 정신 없이 청포도를 따먹다 보니 뒤늦게 농약이 걱정된다.

    황 반장은 “칠북 청포도는 농약을 거의 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이기 때문에 씻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된다”며 포도를 입에 넣는다.

    칠북 청포도는 봉지 씌우기, 비가림시설 등을 통해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로 함안군에서는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지역특산물이다.

    대표적인 청포도 품종인 네오마스캇은 30여 년 전부터 청정지역인 칠북면의 비옥한 마사토와 따뜻한 기후를 갖춰 현재 33㏊ 재배되고 있으며, 단일 품종으로 전국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생산농가들은 우리나라 청포도 주산지라는 자부심으로 최고 품질의 청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칠북 청포도는 길고 큰 과방으로 개화전 송이 정리를 하면 원통형으로 400g 정도며, 황록색 품종으로 과피는 두껍고 열과는 적다. 당도는 16˚Brx로 단맛이 강하고 산미가 적당하며, 머스캇향을 품어낸다.

    열매가 맺힐 무렵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농약을 치지만 그 이후론 농약을 뿌리지 않아 수확한 포도에서는 농약이 검출되지 않는다. 퇴비도 제조업체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축분을 가져다 집에서 1년가량 썩혀 가스를 뺀 뒤 사용한다.

    칠북 청포도는 9월 초부터 추석 대목까지 수확된다. 4㎏ 박스에 담아 가락동 농산물시장 등 서울의 도매시장에 출하된다.

    청포도 한 송이는 400~500g. 따라서 4㎏ 박스에는 보통 8~9송이가 담기지만 농사가 잘돼 포도송이가 클 경우 6~7송이가 들어가기도 한다.

    서울의 도매시장에서는 송이가 크고 알이 굵은 청포도가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황 반장은 송이가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더 맛있다고 했다.

    그는 “입맛이 있어야 밥을 많이 먹듯이 과일도 입맛이 있도록 만든 것을 알아줘야 하는데 서울 사람들은 큰 것만 좋아한다”며 푸념했다.

    포도농사는 손이 많이 간다. 수확이 끝나면 가지치기를 하고, 순이 나오면 가지를 묶어주고, 송이가 나오면 너무 늘어지지 않게 다듬고, 알이 생기면 솎아주고, 필요 없는 잎을 떼내야 한다.

    이처럼 일년 내내 분주하고 힘이 많이 들어 고령층 재배농민 가운데는 포도농사를 접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다행히 최근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주말 고향에 내려와 일손을 거들던 자식들이 퇴직하자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해 나이 든 부모의 포도농사를 이어받는 후계농이 늘고 있다고 한다.

    황 반장은 “이제 나이가 들고 몸이 아파 힘이 부친다”라면서도 “농촌에서야 죽을 때까지 일인데 몸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이상 포도농사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사진= 성민건 기자 mkseong@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맛있는 포도 고르는 법>

    좋은 포도를 고르는 요령은 우선 포도 품종 고유의 껍질색이 짙고 분이 골고루 묻어 있으며, 알이 굵고 송이가 적당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포도송이가 지나치게 크고 포도알이 너무 많이 붙어 있으면 송이 속에 덜 익은 포도알이 있을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알이 쉽게 떨어지거나 포도알을 살짝 눌러 보았을 때 탱탱한 느낌이 들지 않으면 수확한 지 오래 되었거나 지나치게 익어버린 포도이므로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포도는 송이의 위쪽(꼭지 부근)부터 아래로 익어가므로 구입할 때에는 가장 아래쪽의 포도를 따서 먹어보고 달면, 안심하고 구입해도 좋다.


    <포도씨와 껍질 모두 먹어야>

    최근 편리성과 웰빙 식품에 대한 관심 고조로 껍질째 먹는 무핵(종자가 없는) 포도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요즘에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거봉’ 포도들을 보면 씨가 없는데, 이는 종자 형성 억제 및 과실 비대 관련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처리해 무핵을 유도한 포도이다.

    이 외에도 인위적인 생장조절제 처리 없이 종자가 태생적으로 없는‘플레임씨드레스’,‘ 톰슨씨드레스’,‘ 블랙씨드레스’와 같은 무핵 품종들이 있다.

    포도에는 과육보다는 껍질, 껍질보다는 종자 순으로 우리 몸에 좋은 물질들이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포도를 종자와 껍질을 모두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다.


    <피로 해소에 좋고 신진대사 활발>

    포도는 다른 과일보다 건강 기능성이 우수해 만 가지의 매력을 가진 과일이라 할 수 있다. 포도에 함유된 당분은 피로 해소에 좋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

    또한 빈혈에도 효과가 있으며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해 충치 예방작용도 하고 레스베라트롤이라는 항암성분이 있어 암 예방에도 탁월하다. 특히 포도 껍질과 씨에 함유된 폴리페놀은 활성산소의 피해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항산화 작용을 해 동맥경화나 노화 방지에도 뛰어나다.

    특히 청포도는 공해물질에 대한 해독효과가 강하고 노화 예방과 다이어트, 체질 개선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최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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