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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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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동물복지는 생명존중이다- 김두환(경남과학기술대 동물소재공학과 교수)

최소한의 배려 통해 생명이 갖는 기본적 욕구 충족시켜야

  • 기사입력 : 2012-08-3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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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반인륜적인 생명경시에서 비롯된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사람이 이용하는 혹은 같이 살아가는 동물을 통해 생명존중과 배려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동물복지는 사람의 필요에 따라 동물을 이용하되 최소한의 배려를 통해 불필요한 고통을 방지하고 생명이 갖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을 뜻한다.

    동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고대로부터 시작됐는데,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윤회(輪廻)를 믿어 동물에 경의를 표할 것을 주장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은 이성과 권리가 없기 때문에 오로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했다. 중세 이후 시민의식이 성숙함에 따라 새로운 주장들이 대두됐다.

    17세기 데카르트는 동물은 생각을 갖지 못하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심하게 다뤄도 된다고 한데 반해, 18세기 계몽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사람과 동물은 동등한 자연의 일부라는 주장을 처음 제기해 동물도 사람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며 동물에 대한 사람의 책무를 주장한다.

    영국의 존 오스왈드는 보다 구체적으로 사람이 동물의 권리에 무감각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람은 자비심과 윤리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 동물의 희생을 목격해야 한다면 육식을 하지 않을 사람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 전제하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동물에게 가해지는 잔인한 행위에 대해 익숙해지고 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라 주장한다.

    표현의 자유, 정치와 종교의 분리, 양성 평등 및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며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로 유명한 제러미 밴덤은 동물의 고통은 사람과 같은 것이 확실하며 동물보호는 이성이 아닌 아픔이 있는가 여부로 판단돼야 한다고 설파한다. 19세기에 들어 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동물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된다. 쇼펜하우어는 동물은 이성적 능력이 결여돼 있지만 사람과 같은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복지 운동의 창시자인 영국의 헨리 솔트는 사람과 동물은 감각과 의식을 가진 존재로서 가능하면 고통에서 벗어나야 하며 동물에 대한 잔인한 행위는 사람에 대한 잔인함까지도 용납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헨리 솔트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정치권과 연계해 동물에 대한 관심이 급진파와 온건파로 이분화되기에 이른다.

    급진파는 채식주의, 모피 금지, 야생동물 포획 금지 등과 경제적 목적 사용 반대, 사람과 동등한 대우를 주장한다. 온건파는 소비자의 식생활, 동물산업의 구조 등을 고려해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중심으로 동물보호와 농식품의 안전, 생산체계의 선진화 등을 주장한다.

    현대적 의미의 동물복지 운동은 1960년대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소, 돼지, 닭 등의 경제동물의 기본적인 5대 자유에서 출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동물복지는 전생과 윤회를 강조하는 불교문화의 영향과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전통적인 관습이 유지돼 왔으며, 최근 한-EU FTA를 계기로 산업계의 현안으로 대두돼 동물보호보다는 축산업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의미를 갖게 됐다.

    동물복지를 규정하는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 및 복지증진을 꾀하고,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형성된 배려, 생명존중은 곧 사람과 사람 사이로 발전한다. 동물에 대한 배려를 넘어 생명존중 정신을 고취시킴은 물론 우리 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동물복지 활동이 전개돼야 할 것이다.

    김두환(경남과학기술대 동물소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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