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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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함양 선비문화탐방로

푸른물 벗 삼고 푸른숲 부채 삼아 걸어봅니다
거연정~군자정~동호정~농월정 옛터까지
굽이굽이 화림동 계곡물 끼고 걸으며

  • 기사입력 : 2012-09-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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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양 선비문화탐방로
    함양 선비문화탐방로를 걸으며 만날 수 있는 정자 동호정. 화림동 계곡 정자 중 가장 화려하고 규모가 크다. 바위 모양새에 맞춰 지어져 정자를 지탱하는 통나무의 길이가 제각각이다.
    거연정
    군자정




    영남의 정자들은 애초부터 자연 속에 정자가 있었던 것처럼 눈에 띄지 않게 보일 듯 말 듯 자리를 잡곤 한다. 위태해 보이는 바위 위나 산등성이를 돌아야 간신히 눈에 띄는 곳에 나뭇잎에 가려진 정자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가 보고 싶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이 영남의 정자다.

    특히 함양의 정자는 자연 속에 정자가 알맞게 들어앉아 있어 거부감 없이 경관과 어울리고 관조하는 차원 높은 경지의 정자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함양의 남덕유산 자락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계곡을 타고 굽이굽이 내려오며 기이한 바위와 담과 소를 만들어 낸다. 선비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경관 좋은 곳에 정자를 짓고 자연과 함께하고자 했다.

    화림동 계곡은 육십령 고개 넘어 금천 (錦川)이 만들어 낸 계류가 흙과 모래를 밀어내고 화강암 바위만 남은 곳에 못을 이루고, 너럭바위의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절정을 이루는 곳이다.

    예전 선비들은 화림동을 팔담팔정이라 했고, 계곡 전체에 골고루 아름다움이 충만한 이곳에 정자들을 세우고 끝없는 정신 지향의 세계로 삼기도 했다.

    함양군은 정자가 바라보이는 계곡 건너편에 산책길 11㎞를 만들어 옛 선비들의 발자취를 걸으며 느낄 수 있게 했다. 거연정에서부터 시작해 군자정, 동호정, 경모정, 람천정, 농월정 옛터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작은 솔숲의 아름다움이 아늑한 월림마을을 지나 안의면의 훌륭한 그림이 되는 오리숲을 통과해 함양의 3대루(학사루, 함화루, 광풍루)의 하나인 광풍루에 이른다.

    선비문화탐방로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거연정에서 시작해 황암사를 통과한 다음 농월정 옛터까지 걷는다. 그러나 가을이 다가오는 지금쯤에 월림마을에 접어들면 색다른 걷기를 체험할 수 있다. 작은 국화라 흔히 부르는 ‘소국’이 흙과 돌로 마무리된 좁은 길 옆으로 빼곡히 얼굴을 내밀어 발걸음을 경쾌하게 한다. 월림마을의 작은 솔숲은 규모에 비해 품격 높은 소나무 숲을 이루고 있어 탐방객들의 발길을 끈다.

    선비문화탐방로에는 화강암 바위가 널브러진 계곡의 숲을 따라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길이 놓여 있다. 두 사람이 다정히 손잡고 걸을 수 있을 만큼의 넓이로, 이른 봄엔 새색시처럼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하얀 산자고와 노란 괴불주머니가 핀다.

    또 6월에 만나는 뽕나무는 맛있는 열매 오디를 달고 있어 탐방로를 걷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굽이치듯 물길 따라 걷는 산책로에서는 다람쥐를 만날 수 있으며, 귀여운 오목눈이들이 재잘재잘 드나들며 합창을 한다.

    가을에는 열매를 키운 수고로움이 묻어나는 빨간 사과가 탐스럽게 눈길을 빼앗고, 한여름의 고생 끝에 누렇게 익은 벼들이 추억과 정겨움을 준다.

    선비문화탐방로에선 정겨운 시골동네도 만나게 된다. 또한 걷다가 힘이 들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싱그런 바람이 이마를 스치는 상쾌함을 느끼며 심신의 피로도 풀 수 있다.

    이렇듯 함양선비문화탐방로는 자신이 걷고 싶은 만큼, 자신이 선호하는 구간만큼, 또는 전체를 다 걸어도 좋도록 걷는 길의 다양성과 오목조목한 볼거리들이 탐방로 전체를 채우고 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며 한 번쯤 선비의 마음을 닮아 본다면 또 다른 걷기의 기쁨이 될 것이다.

    한편 함양군은 탐방로의 초입인 거연정 주변에 자리한 옛 봉전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다볕자연학교’의 문을 열고 생태체험, 선비체험, 농촌체험 등 체험과 교육이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는 10월 20일 열리는 선비문화탐방로 전국걷기대회는 거연정에서 출발해 농월정까지 약 6㎞를 걷는 행사다.


    ★탐방로에서 만날 수 있는 정자 3곳

    ▲거연정(居然亭)= 화림동 계곡의 가장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 거연정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야 만날 수 있다. 계곡 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는 정자의 위치가 이색적이다.

    ▲군자정(君子亭)= 일두 정여창 선생을 기리기 위한 정자이다. 선생의 처가가 이곳 서하면 봉전마을로, 자주 이곳을 찾아 쉬었다고 한다. 군자가 올라 쉬었던 곳이라 해 군자정이라 했다. 작지만 당당하고 기품 있게 큰 바위 위에 서 있다.

    ▲동호정(東湖亭)= 화림동 계곡에서 가장 화려하고 큰 정자이다. 바위 모양새에 맞취 정자를 지었는데 지탱하는 통나무는 선도 고르지 않고 길이도 제각각이지만, 자연과 동화되고자 했던 선비들의 지혜가 오롯이 전해진다.

    글·사진= 서희원 기자 sehw@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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