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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몸에 좋고 보기 좋은 집 (4)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 장재용·나영희 부부의 집

암 치유 염원 담아 지은 노년 부부의 ‘힐링 하우스’

  • 기사입력 : 2012-09-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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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에 위치한 장재용·나영희 부부의 집. 봉황저수지 옆에 그림 같은 부부의 주택이 지어졌다.

    거실 앞 데크에서 바라본 정원과 저수지.

    편백나무로 인테리어를 마감한 거실에서는 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대문에서 현관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욕심이 없으면 살아가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욕심을 버리면 오히려 살아가는 길이 생기기도 한다.

    나영희(여·62) 씨. 한때 사업가로 사회봉사가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왔다.

    한 남편의 아내로 4남매의 어머니로 남부럽지 않을 만큼 살아왔지만 신은 모든 것을 주지 않는가 보다.

    지난 2007년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이 병원에 예약해 놨으니 종합검진을 한번 받아보라는 말에 귀찮기도 했지만 아들의 성의도 있고 해서 검사를 했다.

    결과는 폐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평생 나쁜 짓 한 번 하지 않고 살았는데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종양이 너무 크고 임파선에 연결돼 전이 위험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입원, 항암치료 2번으로 암을 줄인 후 수술을 했다. 이후에도 수술 6번과 방사선치료 30번의 긴 투병시간을 보냈다. 곱던 머리는 다 빠지고 의욕은 줄어들자 가족들과 의논끝에 건강도 돌볼 겸 시골에 내려가 살기로 했다.

    남편 장재용(64) 씨가 수소문끝에 저수지를 낀 아름다운 집 사진을 보여줬다. 젊은 시절부터 전원생활을 그려보기는 했지만 사업도 있고 아이들 교육문제로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사진 속의 집을 보는 순간 몸도 치료하고 마음도 쉴 겸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남편이 보여준 집은 경매로 나왔었는데 입찰 때 떨어지고 말았다. 다른 곳을 물색하다 경치가 아름다운 경북 청도에 적당한 곳을 찾았지만 외진 곳이라 우울증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했다. 실망한 나 씨에게 남편은 다른 집을 구해 보겠다며 저수지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집터를 물색했다.

    어느 날 서울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하던 나 씨에게 남편이 봐 둔 곳이 있다며 내려오라고 했다. 창원에서 30여 분 거리인 밀양시 초동면 봉황마을 봉황저수지 옆에 있는 대추밭이었다. 가꾸지 않아 버려진 듯한 땅이었는데 처음 보는 순간 이곳이 내가 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집짓기가 말처럼 쉬운 것인가. 땅은 계약했지만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문제였다. 개인 소유가 아니어서 허가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년 만에 허가를 받아 집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나 씨와 남편 정 씨가 새 집에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먼저 집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편안해야 하고, 튼튼하게 지어야 하며, 무엇보다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땅을 계약하고 전국에서 열리는 유명 자재전시관을 돌아보며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대나무를 압축한 바닥마루와 벽면에 붙인 편백나무, 안방 황토 시공 등이 그런 것들이다. 콘크리트 사용 후 나오는 냄새를 제거하는 약품도 어렵게 구해 칠했다. 남편이 우겨 실내 나쁜 공기를 바깥으로 나가게 하고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이는 공기청정기를 천장에 부착해 아내의 건강을 챙겼다.

    거실에서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다 들어오도록 거실 천장을 일반 아파트 복층 높이만큼 높게 만들어 실내를 시원하게 만들었다. 동남향인 집 방향을 따라 정면 거실 창으로는 저수지와 종남산과 덕대산이 보이고 또 한쪽의 벽면 창으로는 마당이 내려다보이도록 했다.

    또 부부가 신경 쓴 곳은 안방. 건강을 고려해 순수 황토로 둘러싸고, 침대에 누웠을 때 눈의 높이가 안방 창 높이와 같게 만들어 마치 저수지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부부가 건강만큼이나 염두에 둔 것은 모양보다는 튼튼한 집이었다. 저수지 옆에 집을 짓기 때문에 기초공사 때부터 대형 돌을 바닥에 깔아 다지고, 집 뼈대도 일반 가정집보다 두 배나 두껍게 했다. 창문도 모두 삼중으로 돼 태풍이 불어도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다. 집에 사용된 목재도 모두 다시 말려 사용할 정도로 세심함을 기했다.

    부엌을 많이 사용하는 아내를 위해 다용도실과 장독대를 부엌 바로 옆에다 만들고, 일반 가정은 그릇찬장을 싱크대 위에다 설치하지만 꺼내기 쉽게 세로로 만들어 편리에 주안점을 뒀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외진 곳이라 보일러도 땅의 열기를 이용한 신재생에너지인 지열보일러를 설치하고, 배수시설도 최첨단으로 설치해 저수지 오염까지 고려했다.

    4남매가 장성해 부부만 살다 보니 1층에 안방과 서재, 복층 형식의 2층에 마루와 방 1개를 더 내 자식들이 올 경우를 대비했다.

    정원에는 잔디를 깔고 오래된 배롱나무와 동백꽃을 비롯해 각종 나무를 심었다. 밋밋할 수 있는 정원에 25t짜리 대형 사각 바위를 옮겨 놓아 포인트를 줬다.

    나 씨 부부의 집은 초동면 안지대에서 보면 마을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마치 봉황이 활개를 치는 것 같다고 하여 봉황리라고 지명을 붙인 곳이다. 그래서인지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봉황저수지가 펼쳐져 있고 400평의 대지에 빨간 지붕의 나 씨 집이 그림처럼 서있다.

    멀리서 보면 그림에서나 봄직한 집이지만 직접 가서 둘러볼수록 단단한 아지트 같은 느낌이다. 집주인의 의도대로 실용과 멋이 어우러진 작품 같은 집으로 손색이 없다.

    요즘 나 씨 부부는 노는 게 일이다. 젊어서 열심히 일했고, 이제 남은 생 건강 지키고 즐기는 게 전부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거나 관혼상제에 참석하러 나가는 것이 전부다. 젊은 시절 그렇게 활발하게 다녔지만 밖에 나가면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한다.

    나 씨는 앞으로 남편을 설득해 저수지를 따라 산책데크를 만들어 볼 작정이다. 60여 년간 쉼 없이 살아 온 지친 몸을 자연 속에 원 없이 내맡기고 싶기 때문이다.

    나영희 씨 집을 나서면서 김연준의 가곡 ‘청산에 살리라’가 입가를 맴돈다.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 // 이 봄도 산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글=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사진= 전강용 기자 jky@knnews.co.kr

    ※이 기사는 경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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