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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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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대중 예술의 위력을 보며- 안화수(시인·경남문인협회 사무처장)

  • 기사입력 : 2012-09-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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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이 박재상의 말춤으로 들썩들썩한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뭇사람에게 끝없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해서 홍대 스타일, 전주 스타일, 마산 스타일 등이 만들어지더니 마침내는 경찰 오빠 스타일, 줌마 스타일을 비롯한 여러 스타일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삽시간에 바다도 건넜다. 미국, 캐나다,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흉내 내기에 바쁘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 중남미를 접수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있으니 강남 스타일이 대세는 대세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화려한 뮤직 비디오가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 동네로 알려진 강남의 풍경을 촌스럽고 유치하게 표현하고 있다. 해변이 아닌 동네 놀이터에서의 선탠(suntan) 장면은 압권이다. 노른자위 땅에 사는 강남 사람들의 허위의식을 풍자함으로써 일반인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 주효한 듯하다.

    이렇듯 싸이의 뮤직 비디오가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중 예술의 힘이다. 대중 예술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재까지의 바람보다 앞으로 불어닥칠 열풍이 더 기대된다. 이 순간에도 조회 수의 신기록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그칠 줄 모르는 대중 예술의 파급력이 부럽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문학을 비롯한 다른 장르의 순수 예술도 사랑받기를 희망한다.

    순수 예술은 창작하는 사람의 창의력과 자기 충족에 역점을 두고 있으므로 돈과 명예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아니,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은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사명감과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인기를 얻는다고 해서 모두가 대중 예술에만 눈독을 들여서는 안 된다. 순수 예술의 뒷받침 없이 대중 예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재미가 덜하고, 때로는 따분하기도 하겠지만 순수 예술이 뒷받침될 때 대중 예술 또한 동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은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고 도외시할 게 아니라, 서로 따뜻한 눈길을 보내면서 상생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문학 단체에 몸담고 있으면서, 가끔 문학 행사를 기획하거나 진행하기도 한다. 이때 가장 어려운 점은 관객을 모으는 일이다. 예술 축제는 일반 축제에 비해 썰렁하기 일쑤다. 인기 가수가 출연하는 축제는 그 나름의 신명나는 즐거움이 있겠지만, 문학 행사장에는 건강한 언어가 퍼덕이고 사유(思惟)할 여유가 있어 참여자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본명이 박재상인 싸이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의 보스턴대학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하다가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대중 음악의 재목이다. 유학까지 하면서 진로를 달리하려고 했을 때, 그 과정에서 부모와 겪게 되는 갈등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들을 싸이처럼 키우자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도 필요하고, 운동 선수도 필요하다. 사회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일을 하는 삶의 공간이기에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 될 수 없고, 똑같은 일을 해서도 안 된다. 다만, 구성원들에 대한 가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학교 성적을 절대적으로 여기고 있어 안타깝다.

    그들은 세계적인 가수, 문학가, 운동 선수가 될 수도 있다. 대중 예술과 순수 예술, 이런 사람과 저런 사람들을 두루두루 뒷받침하자. 그리고 인식을 바꾸자. ‘잘 키운 싸이 하나 외제차 안 부럽다’는 생각을 뛰어넘어 ‘잘 키운 예술가 한 명 중소기업가 안 부럽다’는 말이 진리처럼 통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인 스타일이 된 지금, 뮤직 비디오를 접한 외국인들로 하여금 한국어에 관심을 갖도록 했으면 한다. 더 나아가 한국문학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안화수(시인·경남문인협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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