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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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선물로 ‘잘 듣는 귀’ 어떠세요?- 서정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원·마산지부 소장)

나만의 기준이 아닌 가족의 기준에서 의미와 역할 생각해봐야

  • 기사입력 : 2012-09-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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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이 지난 직후에는 가족갈등 문제로 평상시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담을 한다. 최근 들어서는 부모 부양과 관련한 사건이나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전 세대들은 대가족 중심의 미분화된 가족구조로 양육과 부양이 자연스럽게 한 공간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들을 낳아 키우면서 따로 자신들의 노후를 준비할 필요가 없었고, 또 자녀들이 당연히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이 하나의 사회적 관례로 굳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60, 70대들이 흔히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듯 이 세대는 ‘부모를 책임지는 마지막 세대이며 자녀에게 부양받기를 포기하는 첫 세대’로서 노후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이러한 문제들이 가족 간의 갈등을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치매에 걸린 부모의 간호나 병원비 문제로 형제간에 법정 소송까지 가는 경우, 노부모가 아들부부를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했는데 며느리가 시부모가 나를 키운 것도 아니고 해준 것도 없으면서 왜 부양을 하라는 거냐? 아예 이혼을 하고 말겠다고 항변하는 경우, 또 입양된 아들이 성인이 되어 노부모를 부양할 수 없다며 파양을 청구했는데 사유가 자기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입양되었고 호강도 못 하고 고생만 했다며 파양을 통해서 그 의무관계를 끊고 싶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 간에 최소한의 소통과 공감이 있었다면 늙고 병든 부모의 부양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위기로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사건들을 상담하다 보면 단지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가족 간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가족 간의 관계 형성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소통’이다. 누구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소통의 첫 단계는 ‘잘 듣는 귀’를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공감하는 마음, 배려하는 입의 삼박자가 맞는 쌍방향의 상호작용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고 진정한 가족 간의 관계가 시작된다.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평범한 많은 사람들은 가족을 위해 일을 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가족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힘이 되고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 그 자체로 보람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한다. 이성의 눈으로 보면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유보한 채,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남편으로서 삶, 엄마로서 삶, 자식으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이 불합리해 보일 수도 있다. 가족은 하나의 고정된 관계가 아니다. 다른 가족과의 결합에 의해 여러 개의 관계가 복잡한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한 가족 내에서도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역할과 의미는 모두 다 다르다.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나의 부모는 나의 배우자의 시부모, 장인, 장모가 되고, 내 자녀의 배우자는 나의 사위나 며느리가 된다. 쉽게 말해 나의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 장모의 사위, 손자의 아버지라는 또 다른 역할과 의미를 가진다. 이런 관계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나의 입장에서만 바라보게 되면, 다른 가족 구성원이 가지는 가족의 의미와 소통하지 못하게 되고 갈등이 생기게 된다.

    나만의 기준에서 생각했을 때가 아니라 가족의 기준에서 다양한 역할에 대해 공감하며 소통하고 있는지, 배려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서로에 대해 쌍방 모두 노력과 헌신을 서로 인정할 수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다. 그래야 진정한 가족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틀 후면 추석이다. 가족들이 함께 모이기 위해 힘들고 먼 길을 떠나고 수많은 차들이 고속도로를 뒤덮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가 얼마나 깊고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들을 위해 ‘잘 듣는 귀’를 선물로 가져가 보는 것은 어떨까? 또 뒷담화와 갈등 대신 ‘소통’이라는 판을 펼쳐 보는 것은 어떨까?

    서정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원·마산지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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