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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내고장 특산물 (4) 산청 배

과즙 풍부하고 아삭아삭한 황금배 ‘꿀맛’

  • 기사입력 : 2012-10-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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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에서 원숙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원재 씨가 배를 수확하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 제5구간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재배되는 배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당도가 높고 저장성이 뛰어나다.



    지리산 둘레길 19개 구간 중 제5구간은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와 함양군 휴천면 동강리를 잇는 12㎞다.

    이 구간은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걸으며 산행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걷는 산길로, 4개의 마을을 지나 함양에 이르는 길이다.

    둘레길 개통 이후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이던 수철리는 탐방객들이 몰리면서 제법 분주한 곳이 됐다.

    둘레길 입구 주변에 들어선 숙박시설과 음식점을 지나 오른쪽 샛길로 올라가면 배를 재배하는 과수원이 있다. 김원재(73) 씨의 원숙농원이다.

    농막 앞에 차를 대니 김 씨가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볼라벤을 비롯해 잇따라 몰아닥친 3개의 태풍으로 80%가 넘게 낙과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과수원의 배나무 아래에는 종이봉지를 씌운 배가 수두룩하게 떨어져 있었다. 배나무에 달린 배보다 낙과된 배가 휠씬 많았다. 배가 많이 달려 있지 않은 데다 나뭇잎마저 강풍에 떨어져 배나무들이 앙상해 보였다.

    김 씨는 해마다 450그루의 배나무에서 6만 여 개의 배를 생산해 대부분 서울 농산물유통센터로 보내고 있지만 올해는 20%도 보낼 수 없게 됐다.

    그는 “서울의 도매상들이 연일 배를 보내달라고 독촉을 하고 있지만 낙과 피해가 너무 커 주문물량을 댈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농막에서 김 씨의 부인 이숙희(66) 씨가 낙과 배를 깎아 내놓았다. 맛을 보니 근래 산청 배가 각광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꿀처럼 달고 아삭아삭한 데다 즙이 많아 몇 조각 집어먹으니 금세 갈증이 해소됐다.

    산청군의 배 재배면적은 62ha로, 55농가에서 신고 50ha, 원황10ha, 기타 2ha가량을 재배하고 있다. 대부분 Y자 밀식수형과 평덕형으로 재배되는데 관수시설 등 고품질의 배를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자연환경이 청정하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지리산 인근에 위치해 당도와 색상이 좋고 다른 지역 배보다 저장 기간이 길어 배 특유의 시원한 맛과 향, 풍부한 과즙을 즐길 수 있어 서울 등 도시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다.

    김 씨는 직장에서 퇴직할 무렵이던 1988년 과수 재배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과수원 1만1570㎡(3500평)에 배농사를 시작했다.

    전문서적으로 독학하면서 배 재배 농업인을 찾아 귀찮아할 정도로 묻고 선진지 견학도 다니면서 배 재배기술을 하나하나 터득했으며, 지주대를 새로 설치하는 등 시설환경을 정비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김 씨는 서울의 도매상들이 인정하는 품질 좋은 배를 생산하는 농업인이 됐다. 그는 무엇보다 토양 관리와 병해충 방제에 주력하고 있다.

    가을 수확이 끝나는 11월께 인근 한약방에서 한약찌꺼기 15t가량을 가져와 미생물과 섞어 한 달가량 숙성시켜 과수원에 뿌린 뒤 트랙터로 갈아 땅심을 높이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다른 과수원에 비해 병해충 발생이 덜하고 열매가 충실하고 당도가 높은 편이다.

    또 액비를 한 달에 3번가량 뿌리고 미생물제제를 한 달에 2번 살포해 병해충에 대한 배나무 저항력을 높여주고 수시로 병해충 예찰을 하면서 흑성병, 적성병 등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친환경약제를 방제한다.

    김 씨는 직접 숙성시켰거나 정부에서 지정한 유기질 퇴비, 미생물제제, 친환경약제 등을 사용함으로써 저농약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수확 후 가지 치기, 인공수정, 꽃눈 따기, 접과, 열매에 종이봉지 씌우기, 고온 시 물 살포 등도 시기에 맞춰 꼼꼼히 해주는 등 품질 좋은 배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일흔이 훌쩍 넘은 김 씨에게 일년 내내 땀을 흘려야 하는 배농사는 벅찬 일이다. 4~5년 정도 더 하다가 그만두고 지금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아들(46)에게 과수원을 맡길 생각이다.

    김 씨는 배와 6년근 도라지, 생강 등을 넣어 20시간 넘게 가마솥에 끊여 만든 배즙도 판매하고 있다. 이 배즙은 감기와 천식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주문량이 늘고 있다.

    그는 좀 더 일찍 배농사를 시작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직장에서 퇴직할 무렵 간이 안 좋고 당뇨로 고생했는데 지리산의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땀흘려 일을 하다 보니 건강을 되찾았고, 과수원 일이 힘들지만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뒤늦게 천직을 찾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태풍으로 배농사를 망쳤어도 김 씨는 낙담하지 않고 다음번 수확을 기약했다. 그의 과수원에 황금색 배가 주렁주렁 매달릴 내년 이맘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배의 효능

    배는 예부터 기관지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능을 인정받았다.

    기관지염, 가래, 기침, 천식 등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는 루테올린 성분이 배 1㎏당 2~4.5㎎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는 감기나 천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배즙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배는 고혈압 예방에도 효능이 있다. 배에 들어 있는 칼륨성분이 고혈압을 유발하는 체내 잔류 나트륨을 배출시켜서 우리 몸의 혈압을 조절해 준다. 혈압 조절효과와 혈액 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하는 펙틴도 풍부하다.

    주독을 풀어주는 다당류인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해 숙취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배에는 소화를 돕는 인벨타제, 옥시다제와 같은 효소가 들어있어 후식으로도 그만이며, 육회, 불고기, 갈비 등의 고기 요리에 넣으면 육질이 연해진다.

    최근에는 항암효과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배는 수분 함량이 85~88%로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고 식이섬유가 많아 육류 섭취 증가 등 서양식 식생활로 인해 갈수록 늘어나는 대장암, 유방암 등 비만 관련 암 발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좋은 배 고르기

    품종에 따라서 과실의 색상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단적으로 어떠한 색깔의 배가 좋다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신고’ 품종은 수확기가 되면 껍질이 황갈색으로 곱게 변하며, 대부분의 배 품종은 이런 색깔을 띤다. 황갈색 배에서 좋은 과실은 껍질에 푸른기가 없으면서 색이 맑고 투명한 과실이다.

    다 익었는데도 과피에 푸른기가 남아 덜 익은 풋과실로 오인될 수 있는 품종은 ‘원황’, ‘금촌조생’, ‘만풍배’, ‘화산’, ‘감천배’, ‘만수’ 등이다. 이런 품종들은 과피색이 황갈색으로 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과실로 인정해주지 않아 억지로 푸른색 과실을 황갈색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때문에 품질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 배 보관법

    과일이든 채소든 적당한 양을 구매해 신선하게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자주 사기 귀찮아 한 번에 많이 구입하거나 명절 때 선물로 많이 받아 오래 두고 먹어야 할 경우가 생긴다. 특히 배는 구입하고 며칠 지난 뒤 먹으려면 변질되거나 맛이 없어지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무처럼 바람이 드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입 즉시 배 하나하나를 신문지나 비닐랩으로 감싼 뒤 지퍼팩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비교적 장기간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아울러 배는 사과와 같이 보관하면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글=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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