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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세계 3대 제빵왕 대회 ‘독일 이바컵 대회’ 우승 박용호 창원 그린하우스 대표

세계 입맛 사로잡은 제빵왕 “장수빵 만들고 싶어요”
24살 때 제과점서 1년 정도 일한 뒤
창원 도계동에서 혼자 빵집 열어

  • 기사입력 : 2012-10-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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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3대 제빵왕 대회인 독일 이바컵 대회서 금메달을 수상한 제빵왕 박용호 씨가 자신의 빵집인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그린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창원에 사는 제빵왕 박용호(40) 씨. 그는 최근 세계 3대 제빵왕 대회인 독일 이바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제빵 제과 분야 장인이다.

    그는 빵 만드는 기술을 늦게 배웠다. 대학의 제빵학과를 나오지는 않았고, 제과점에서 일하면서 빵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 옛 마산 진전면 고사리 대정 출신인 박 씨는 부산에서 수영강사를 하다 24살 때 처음으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도 처음엔 학원에 등록했으나 곧 그만두고 빨리 기술을 익히기 위해 제과점에서 일을 하면서 기술을 배웠다.


    1년 정도 제과점에서 일한 뒤 25살 때 창원에서 빵집을 시작했다. 자취방 전세금을 빼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3000만원으로 창원 도계동에 ‘그린하우스’라는 조그마한 제과점을 열었다.

    목표는 5년 뒤 1억 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열심히 빵을 연구·개발해 빵을 팔았고, 잠은 가게 문을 닫은 뒤 바닥에서 잤다. 빵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는 첫 번째 목표를 이뤘다. 이어 그는 아내에게 10년 뒤에는 10억 원을 모으겠다고 말했고, 그 목표도 달성했다.

    제과점을 연 지 15년 만인 올해 현재 빵 공장 직원은 12명이며, 매장 직원까지 합하면 직원이 23명이나 된다.

    그는 “창원에도 파리바게트나 뚜레주르 같은 유명한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많지만 지금은 매출액 기준으로 창원에서 한두 번째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4층짜리 전문 제과점을 만들 계획이며, 이 꿈이 곧 실현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큰 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제빵왕 대회 중 하나인 독일 이바컵 대회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수상했다. 독일대회는 프랑스·미국에서 제과제빵 박람회 때 열리는 대회와 함께 세계 3대 대회로 꼽힌다.

    박 씨는 지난 9월 16~21일 6일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과제빵 관련 박람회(IBA 2012) 중 마지막 이틀간 개최된 이바컵(IBA-CUP KONDITOREN) 대회 제과분야에서 부산에서 제과점을 하는 권순승(41) 씨와 팀을 이뤄 이 대회에 출전한 세계의 8개 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는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과 제빵 박람회 기간 중 열리는데, 대회에는 각국의 내로라하는 제빵제과 부문의 장인들이 출전한다.

    그는 이 대회 출전에 대비해 한국 대표팀으로 같이 뽑힌, 부산에서 제과점을 하는 권순승(41)씨와 5개월간 열심히 대회를 준비했다. 대회는 △쇼피스- 설탕 공예작품 △프라린- 초콜릿 작품 △푸티 프로- 작은 구운 과자로 가로 세로 3㎝ 이내 크기로 작업 △피규어- 음식으로 여러 동물 캐릭터 표현 △케이크 △각국의 전통과자 등 6개 분야에서 경연을 벌여 종합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나라별로 경기를 따로 하니까 상대팀이 뭘 어떻게 하는지 몰랐는데 대회 첫날 관중들이 우리에게 쏠린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기대를 가졌다. 둘째 날 다 만든 작품이 혹시라도 무너지지만 않으면 상을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나무, 가을 별자리, 국화꽃 등 한국 가을의 풍성함을 주제로 한 작품을 완성해 금메달을 받았다. 그는 “독일 심사위원들은 한국의 작업이 깔끔하고, 모든 팀들이 한국의 작업하는 모습이나 환경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며 대회 심사평을 전했다. 그는 또 “한국이 제과에서 이런 맛을 내는 줄 몰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제빵왕 중의 한 명으로 현재 김해에서 제과점을 하고 있는 김덕규(48) 씨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독일 이바컵 대회는 세계에서 제일 큰 제과제빵 대회다. 그동안 한국이 은메달을 받아본 적 있는데 이바컵에서 단체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제과협회의 경사”라고 말했다.

    박 씨는 김덕규 씨에 대해 “제가 좋아하는 선배이자 저의 멘토다. 이번 대회 나갈 때 우리 팀장으로 가 주셨고, 경연할 때 코치를 많이 해 줘 도움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세계적인 제빵왕이 되기 전 그는 이미 국내에서 실력을 검증받았다. 박 씨는 지난 2011년 2년마다 열리는 서울 국제 빵 박람회 중 빵공예 부문에서 1등인 최우수상을, 2009년 2등인 금상을 받은 적 있다. 또 전국 제빵왕 경연대회에서 경남 선수 3명을 가르쳐 선수 한 명이 금상을 받도록 지도했다.

    그는 현재 제과협회 창원시협회 사무장과 경남제과기능장협회 사무국장도 맡고 있으며, 양산대 호텔제과제빵 과목 강의를 맡는 것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강의 요청을 받고 있지만 일 때문에 모두 응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

    “제가 은퇴할 즈음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러 가도 될까요”라고 물으니, 그는 “빵을 만드는데 굉장한 체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쓰는 밀가루 종류만 25가지다. 제빵 제과와 관련된 공부도 꾸준히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철인3종경기 마니아이기도 한 그는 체력 유지를 위해 매일 한 시간 이상씩 운동을 한다. 그는 우리나라 철인 3종 경기에 여러 번 출전, 1~3등을 모두 해 본 적 있다고 했다. 그는 평일에는 수영과 사이클을, 주말에는 육상이나 등산을 주로 한다고 했다.

    그는 “늦게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운 만큼 정말 열심히 배우고 빵을 개발했다. 오래 하다 보면 같은 빵을 반복해서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항상 어떻게 하면 새로운 빵을 맛있게 만들어 낼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100년, 200년 가는 제과점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저는 10년 뒤를 그려 본다. 목표가 있고 그 꿈을 잊지 않으면 반드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립된 4층짜리 제과점 건물에 창원에서 가장 큰 제과점을 만드는 꿈을 가진 박 씨의 다음 계획도 꼭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글=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사진= 전강용 기자 j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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