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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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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2012 창원조각비엔날레 미리보기

돝섬의 가을, 보석같은 스무개의 조각들이 반짝입니다
26일부터 11월 25일까지 한 달간 열려

  • 기사입력 : 2012-10-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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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라는 뜻을 지닌 비엔날레(biennale).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엔날레로 꼽히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해 1995년부터 광주비엔날레, 2000년부터 부산비엔날레가 국내에서도 열리고 있지만 사실 미술 자체를 접하기 어려운 일반인들에게 비엔날레의 개념은 여전히 생소합니다. 간략하게 말해, 비엔날레는 각국의 최신 미술의 경향을 읽어볼 수 있는 일종의 박람회입니다. 오는 26일부터 국내 최초로 조각을 주제로 한 비엔날레가 창원 돝섬에서 선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그곳을 한발 앞서, 둘러보았습니다.

    ▲2012창원조각비엔날레의 탄생

    창원, 특히 옛 마산지역은 수많은 예술인들을 배출한 예향으로서 인정받아 왔습니다. 여러 예술분야 중에서도 조각이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가 된 배경에는 문신과 김종영, 박종배 등 걸출한 조각가들을 배출한 도시가 창원이라는 사실이 한몫을 했습니다. 특히, 2010년 문신미술관이 주축이 되어 추산공원 내에 조각가 10명의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공개하고 영구히 보존한 행사였던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이 바로 2012창원조각비엔날레의 모태가 되었는데요. 조각가들이 직접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심포지엄’에서, 완성된 조각작품을 공개하는 ‘비엔날레’ 형식으로 행사의 얼개가 변형되면서 국비 8억2000만 원과 시비 8억 원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돝섬유원지에 투입, 국내외 중견작가 20명의 작품 20점을 섬 곳곳에 설치했습니다. 행사 기간은 26일부터 내달 25일까지이며, 27일에는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조각의 미래’라는 주제로 학술심포지엄도 열립니다. 이번 행사는 이화여대 김봉구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안동대 미술학과 서성록 교수가 총감독을 맡았고, 해외작가 섭외는 미술전시 에이치존(Hzone)의 이대형 큐레이터가 맡았습니다.

    ▲꿈꾸는 조각, 꿈꾸는 섬

    이번 비엔날레의 타이틀은 ‘꿈꾸는 섬’입니다. 서성록 총감독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만 하는 작품이 아닌, 시민참여형 작품과 공감각적 작품, 돝섬이라는 장소의 특정적인 요소를 반영한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전시 방향을 밝혔습니다. 이 취지에 맞는 작품 제작을 위해 지난 6월부터 이뤄진 두 차례의 답사와 1~2개월 동안의 현장작업을 거쳐, 현재 돝섬 곳곳에는 완성된 조각이 설치된 상태입니다. 국내 작가로는 김병호, 김상균, 김영섭, 김주현, 김태수, 김황록, 노준, 서정국, 신치현, 안규철, 안병철, 정명교, 정현, 최태훈, 황영애 15명이, 해외 작가로는 제임스 홉킨스, 윌 라이먼, 카즈야 모리타, 데이비드 브룩스 5명의 작가가 초청됐습니다. 특히 매끈한 스틸을 통해 섬의 풍경을 되비추는 제임스 홉킨스의 ‘지구본’, 벽돌과 시멘트로 쌓아올린 카즈야 모리타의 돔 형태의 조각 ‘벽돌더미’, 태양열을 이용해 조각물이 미세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김병호의 ‘21개의 조용한 확장’,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생명의 영속성을 드러낸 서정국의 ‘생명의 줄기’, 문명을 상징하는 트랙터를 작품 안에 집어넣은 데이비드 브룩스의 ‘숲 속의 기계’ 등 가을 섬의 풍광과 잘 어우러진 작품들이 눈길을 끕니다.

    ▲조각, 이렇게 즐겨 보세요

    근래의 미술계 경향은 ‘인터렉티브(Interactive)’, 즉 관객이 멀리서 작품을 바라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쌍방향 개념으로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조각비엔날레에서도 정명교는 ‘물잠자리-休’를 통해 관람객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와 탁자 형태를 수초의 이미지를 이용해 구현했고, 안규철은 입방체 내부에 관람객이 들어가 생소한 자연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성벽처럼 벽돌을 쌓아 올려 관람객들이 작품 위에 올라볼 수 있는 미쉘 드 브로인의 ‘인터레이스’, 동 파이프와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직접 두드려 소리를 낼 수 있는 정현 ‘소리의 숲’이 그러한 경향을 잘 보여줍니다. 비엔날레 기간에는 돝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2편에서 3편으로 증편해 시간에 관계없이 만선이 되면 출발하도록 해 관람객의 편의를 고려했습니다. 주말에는 홍보관에서 페이스페인팅 행사와 작가들의 작업과정을 담은 영상을 상영하며, 관람객의 소원을 적은 쪽지를 담은 병을 쌓아 배를 만드는 이벤트도 함께합니다. 비엔날레 사무국 ☏ 222-2016.

    ▲전망과 과제

    창원시 관계자는 “비엔날레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향후 계획을 밝혔는데요. 일정기간 미술품을 설치했다가 철거하고 다시 새로운 2년 후를 기약하는 것이 비엔날레의 개념인 데 반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조각의 특성상 영구히 작품을 한 곳에 설치해 두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창원시는 앞으로 조각공원화된 돝섬에 걸맞은 미술관, 전망대, 식물원을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하려는 장기적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사실상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예술분야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또 얼마나 지속적으로 실현해 나갈 것인지 지켜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아울러 ‘창원’이라는 지명을 사용했음에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거의 참여하지 않은 점과, 미술을 관광객 유치와 도시 이미지 구축의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의도뿐 아니라 본래 비엔날레가 가진 실험성과 지역성, 젊은 미술가를 육성하려는 의도를 조각이라는 한정된 주제로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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