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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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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숲을 찾아서 (6) 함양 상림

단풍이 물들고 사랑이 물드는 ‘낭만의 숲’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만든 상림숲

  • 기사입력 : 2012-11-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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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 상림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가을옷으로 갈아 입은 단풍 숲길을 걷고 있다.
    큰오색딱따구리.
    함양 상림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낙엽을 밟으며 숲길을 걷고 있다.



    가을의 끝자락.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걷고 싶으면 함양 상림으로 떠나 보세요.

    함양의 자랑이자 경남을 대표하는 숲 함양 상림에는 막바지 가을의 정취를 느끼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11월 초 함양 상림을 방문했을 때,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숲을 걷고 있었다. 노랑 빨강 파랑 갖가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총천연색으로 곱게 물든 상림은 가을 산책길로 이만한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 중의 하나인 상림을 방문하자 함양군청에 근무하는 지인은 “요즘 평일에는 2만 명, 주말과 휴일에는 5만 명가량 방문한다. 함양은 기온차가 심해 잎이 빠르게 시든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나뭇잎 색깔이 지금보다 훨씬 진하고 잎도 무성했다”고 말했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차가 심하고, 11월 들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숲은 단풍이 모두 졌고, 숲 가운데 산책길은 낙엽으로 쌓여 있었다. 잎의 일부는 이미 시들거나 말라 비틀어져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숲의 맨 끝에서부터 산책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숲을 걸었다. 상림의 끝에 위치한 집은 물레방아 바로 옆에 있는 고운숲길 17번지. 집 앞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개 4마리가 창원에서 찾아 온 취재진 일행을 가장 먼저 맞이했다.

    숲으로 들어서자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팔짱을 끼고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고, 운동하러 나온 아주머니들이 그 뒤쪽으로 보인다. 이어 멀리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자연학습을 하러 온 모양이다.

    이렇듯 상림은 데이트 코스나 운동 코스, 산책로, 아이들 자연학습장 등 다양한 쓰임새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어 숲 한쪽에 마련된 역사인물공원. 최치원, 김종직, 정여창, 박지원 등 역사 속 인물들의 흉상이 줄지어 서 있다. 흉상의 안내문에는 이들 모두 천령(함양) 태수나 안의현감을 지냈다고 되어 있다. 특히 한가운데 위치한 흉상은 고운 최치원 선생으로, 그는 신라시대에 함양 군민을 위해 이 숲을 만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함양군 홈페이지 문화관광 소개란은 상림의 유래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상림은 역사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의 하나이다. 상림은 함양읍 서쪽을 흐르고 있는 위천의 냇가에 자리 잡은 호안림이며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에 조성한 숲이라고 전한다. 당시에는 이 숲을 대관림이라고 이름지어 잘 보호해 홍수의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 후 중간 부분이 파괴되어 지금같이 상림과 하림으로 갈라졌으며, 하림 구간은 취락의 형성으로 훼손되어 몇 그루의 나무가 서 있어 그 흔적만 남아 있고 옛날 그대로의 숲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상림만이 남아 있다.”

    숲속 바깥은 아직 가을볕으로 따스함이 느껴졌지만 숲속은 냉기가 돌 만큼 서늘했다. 둘레가 한 아름이 넘고 키가 수십미터에 달하는 나무들 때문이다.

    주요 수종은 개서어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노린재나무 졸참나무 등이다. 숲이 무성하게 잘 보존되어 산책하다 자주 다람쥐를 만나고, 다람쥐는 사람을 만나도 놀라지 않는다.

    도심 가까운 숲이지만 딱따구리 둥지도 보이고 꿩도 보인다. 숲 한쪽으로는 개울이 흐르고, 곳곳에 돌로 만든 의자와 벤치 그리고 함화루(咸化樓), 사운정(思雲亭), 화수정(花樹亭) 같은 정자가 있어 쉬엄쉬엄 쉬면서 산책을 할 수 있다. 숲 중간쯤에 지압공원도 있다. 산책이 조금 지루할 즈음 신을 벗고 발 지압을 해 보니 한결 발이 편해지는 것 같다.

    화수정 뒤편으로 연꽃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함양군이 몇 년 전 상림 옆 6만6000㎡의 부지에 연꽃단지를 조성, 열대수련원, 수생식물원, 백련지, 홍련지 등 구 간을 나누고, 300여 종의 연꽃을 심었다. 봄·여름에는 색색의 백련 홍련을 즐길 수 있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꽃은 모두 지고 말았다.

    숲 가운데 많은 연인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다름 아닌 다른 나무끼리 결합해 한 몸이 되어 자라고 있는 연리목. 연리목은 ‘사랑의 영원성을 상징’하는 귀물로 알려져 있다. 상림 연리목은 100년 된 느티나무와 서어나무가 한 몸이 돼 자라고 있다. 같은 수종 나무끼리는 결합이 쉽지만 수종이 다른 나무가 서로 결합이 돼 비슷한 크기로 자라는 나무는 희귀한 것이어서 상림 연리목은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산책길에는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주위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상림. 상림 연리목 앞에서 사랑을 기원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니 연인들은 한 번쯤 상림을 찾아가서 사랑을 속삭여 보면 어떨까.

    글=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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