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사람속으로] 진해 샬롬청소년센터 운영 유수천·박선옥 부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자식으로 보듬다
지인의 청소년센터 운영 제안받고 고민
아이들 좋아하는 아내의 용기로 쉼터 문 열었어요

  • 기사입력 : 2012-11-13 01:00:00
  •   
  • 샬롬청소년센터 아이들 방문 위에 ‘잘 묵고 잘 자고 잘 웃자’는 구호가 붙어 있다.


    비행소년들의 감호위탁 기관인 샬롬청소년센터가 개소 2년을 맞았다. 2010년 10월 28일 도내 첫 남자 비행소년 쉼터로 문을 연 샬롬청소년센터를 찾아 운영자인 유수천(58)·박선옥(54) 씨 부부를 만났다. 소년범들의 재범률은 성인의 두 배를 넘는다. 2008년 25.8%이던 소년범 재범률은 2009년 32.4%, 2010년 35.5%, 2011년 36.9%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비행소년을 올바로 인도해 재비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유 씨 부부는 비행소년들의 부모가 되고, 선생님이 돼 이들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만들고 있다. 

    ◆ “연금 받고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주택가에 있는 샬롬청소년센터. 거창한 ‘시설’ 혹은 ‘기관’을 연상했던 기자는 오래돼서 초라한 단층주택이 샬롬청소년센터라는 데 우선 놀랐다. 유 씨 부부와 10대 청소년 4명, 잠시 와 있는 외손녀까지 좁고 작은 집에 북적였다.

    샬롬청소년센터는 소년법정에서 보호처분 1호(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나 6호(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6~12개월 위탁 생활을 하는 청소년 회복센터다.

    주로 1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온다. 비행 정도가 심하지 않아 보호자나 후견인의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인데, 가정 해체나 편부, 조부모 가정에서 보호가 어려운 청소년들을 데리고 있는 곳이다.

    현재 11명을 보호위탁하고 있다. 같이 사는 소년은 5명이고, 나머지는 ‘외박’(본래의 집에서 가지는 적응기)을 보냈다. 이들도 주말이면 센터로 온다.

    유 씨 부부가 청소년센터를 하게 된 것은 창원 선교교회 이상오 목사와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천종호 판사의 영향이 컸다.

    이 목사는 여자 비행소년 회복센터인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이레회복센터를 운영하고 있었고, 이 목사의 소개로 천 판사를 만나게 됐다. 천 판사로부터 남자 청소년회복센터를 맡아 부모와 가정의 울타리가 돼 줄 것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해군 준위로 전역한 유 씨는 연금으로 노후를 편하게 살 수도 있었다. 사실 비행소년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3개월을 고민과 기도로 보냈다. 아이를 좋아하는 부인의 용기로 그 길을 소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우리가 결심하고 결정한 것에 후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주위에서는 다소 의아해하고 비아냥도 들었습니다. 이곳 생활을 통해 가족 갈등을 극복하고 관계를 회복할 때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 부모 사랑 못 받은 아이들 = 센터에 오는 아이들은 가정이 해체되거나 보호자가 있어도 실질적인 보호가 되지 않는 청소년들이다. 비행을 저질러 법원의 보호처분을 받아도 돌아갈 곳이 없거나, 돌아가더라도 부모와의 갈등으로 또 다른 비행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가족 간의 관계회복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센터에서 생활하면서 상담을 통해 가족관계의 회복은 물론 사랑과 존중받는 방법, 자신의 충동조절을 익히며 혈기를 다스리는 법을 배운다.

    센터장인 유 씨는 “비행소년은 부모, 가족, 이웃, 학교, 사회로부터 소외와 냉대 속에서 마음의 상처가 많습니다. 분노와 외로움, 반항심도 크고요. 하지만 같이 있어 보면 정말 순수한 면도 많습니다. 조그마한 사랑이나 관심으로도 아이들은 긍정적으로 변합니다”고 말했다.

    박선옥 씨는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20~30년은 더 젊어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희망을 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부도 희망을 가집니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곳 위탁소년도 1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부모가 이혼한 상태. 부모의 무관심과 갈등, 이혼 후 아빠나 엄마가 재혼하면서 계모나 계부와의 갈등이 아이들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죄의식 없이 절도, 사기, 횡령, 환각물질 흡입, 무면허 운전 등의 비행을 저질렀다. 가족 간의 관계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다. 비행을 저지르고 온 아이들도 하루아침에 마음을 고쳐먹진 않는다.

    그래서 유 씨 부부는 이들의 부모가 되고 선생님이 돼 꾸짖고, 격려하며 바른 길로 인도한다. 때로는 형사 역할도 한다. 센터에서 가출한 아이를 찾기 위해 잠복을 하기도 한다.

    호준(13·가명)은 여기 와서도 1주일을 못 견디고 가출했다. 낚시터에서 데려오기도 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다른 사람의 제보로 찾아오기도 했다. 규태(16)는 김해의 한 모텔에서 잠복 끝에 데리고 왔다.

    유 씨는 “스파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유인해서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들이 속내를 털어놓고 진정으로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본래 가족과의 관계 회복에도 진전이 있습니다”고 했다.

    ◆ 재비행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 = 샬롬청소년센터 아이들 방문 위에 ‘잘 묵고(먹고) 잘 자고 잘 웃자’는 구호가 붙어 있었다. 센터 슬로건이란다. 유 씨는 “비행소년들이 대체로 밤늦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밤에 잘 자고, 마음의 상처 없이 잘 웃자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벽에 크게 붙인 가훈은 ‘자신에게 성실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며 그리고 최선을 다하자’다.

    박 씨는 이곳을 거쳐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한 아이들을 자랑한다. “선생님 같은 엄마가 있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겁니다.” 인터넷 사기로 보호처분을 받고 1년간 샬롬에서 생활하다 나간 제동(20)의 말이다.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으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오정(17)은 6개월을 센터에서 보내고 가정으로 복귀했다. 특수절도와 무면허 전과가 17회나 되는 비행소년이었다.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비행의 길로 들어섰지만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됐다.

    제호(17)도 1년의 보호감호를 마치고 거제에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며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앞으로 돈을 많이 벌면 샬롬의 후원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욱(19)도 센터에서 1년간 생활했다. 지금은 마음을 잡고 전자회사에서 기술을 배우며 자립하기 위해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회복센터를 거친 아이들의 재비행률이 훨씬 떨어집니다. 우리 아이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소외시키지 말고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사람이니까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잖아요.”

    인생 2막을 새롭게 연 유 씨 부부.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을 자식으로 보듬은 그들 부부는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글= 이학수 기자 leehs@knnews.co.kr

    사진= 성민건 기자 mkseong@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학수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