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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내고장 특산물 (6) 밀양 얼음골사과

얼음골서 영근 ‘청정 꿀사과’

  • 기사입력 : 2012-11-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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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백농원 권범용 대표가 얼음골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밀양농협 산지유통센터에서 얼음골사과가 당도, 크기, 색깔에 따라 선별되고 있다.
     
    서영농원 안상선 대표가 사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혜 자연환경으로 당도 높아

    여름철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이 있는 밀양 산내면. 재약산 북쪽 중턱 해발 600~750m의 노천계곡에 자리한 얼음골은 3월 초순에 얼음이 얼기 시작해 7월 중순까지 유지되며, 삼복더위가 지나 처서가 되면 바위 틈새의 냉기가 점차 줄어든다. 겨울철에는 계곡물이 잘 얼지 않고 바위틈에서 영상의 더운 김이 올라와 고사리와 이끼가 새파란 모습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이상기온지대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얼음골사과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특수한 지형적 영향과 생육기가 타 지역보다 긴 특성으로 사과의 품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인 당도가 타 지역에서 생산된 사과보다 높아 일명 ‘꿀사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산도가 낮아 신맛은 상대적으로 덜하고 과실의 크기가 큰 편이다.

    밀양농협 산내지점 박용호 지점장은 “얼음골은 남쪽에 위치한 관계로 봄이 먼저 오고 가을이 길어서 다른 지역보다 10일 정도 먼저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며 겨울이 늦게 찾아와 수확을 타 지역보다 10~15일 정도 더 늦게 한다. 따라서 사과가 나무에 달려 햇볕을 보는 기간이 20~25일 정도 더 길어 다른 지역 사과와는 입안에서 느끼는 식감에서 완전히 차별화되는 숙성된 사과맛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품종은 부사가 92%

    얼음골사과의 품종은 수확시기가 늦은 만생종 후지(부사)가 전체 생산량의 92%가량을 차지하며, 아오리, 홍로, 조생후지 등 기타 품종은 다 합해서 8% 정도밖에 안 된다. 후지는 1939년 일본 과수시험장에서 국광에 데리셔스를 교배해 1962년에 최종 선발해 명명한 품종이다. 만생종 후지는 수세가 강하고 가지의 모양은 개장성이며 결실 연령기가 빠르고 중장과지에 착과된다.

    밀양 산내면에서는 대륙성기후와 온난계절풍 지대의 분지형으로 일조량이 풍부하고 주·야 온도차가 심한 기후를 이용해 30여 년 전부터 재배가 시작됐다.

    사과 개화기인 4월 말에는 얼음골뿐만 아니라 산내면 전체가 사과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과중은 300g정도이며 과형은 원형 또는 장원형이다.

    과피는 황록색 바탕에 담홍색 줄무늬로 착색되며 과육은 황백색이다. 육질은 치밀하고 과즙이 많으며 당도가 17~18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아 맛이 뛰어나다.

    수확은 보통 11월 초순부터 시작해 11월 중순 끝난다. 냉해가 오면 사과를 상품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확한 사과는 저온창고에 보관하면서 이듬해 봄까지 직거래로 판매하거나 농협(계약 물량)에 보낸다. 직거래되는 얼음골사과는 전체 생산량의 60%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 1244농가가 850㏊에 사과를 재배해 연간 2만여t을 생산하고 있으며, 매출액은 600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농가 스스로 품질 관리

    얼음골사과는 재배 초기부터 일반대목 재배를 배제하고 품질이 우수한 사과가 나오는 왜성대목인 M-26과 M-9 대목으로 사과를 재배했으며, 품종도 거의 만생종 후지로 통일했다. 따라서 재배방법 공동연구와 토의, 교육이 이뤄져 모든 재배농가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생산농가 모두를 대상으로 우수한 사과를 생산하기 위한 교육 및 연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면서 품질이 우수한 사과가 생산되는 기본바탕이 됐다.

    밀양시 안에서도 산내면에서만 집단적으로 재배되므로 재배농가 상호간의 동질감 형성이 어느 지역보다 뛰어나 생산자 스스로 ‘밀양얼음골사과발전협의회’라는 통일된 단체를 조직해 얼음골사과 발전을 위한 전반적인 사항을 총괄하고 있다. 이 단체를 통해 생산자 스스로가 매년 얼음골사과 판매가격을 결정하고, 자조금을 모아 얼음골사과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또 2005년 설립된 거점산지유통센터를 중심으로 등급별 품질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전국 600여 개 대형매장에서 ‘얼음골사과’라는 상표로 판매해 대도시의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있다. 특품(당도 16도, 색택 80% 이상), 상품(당도 14도, 색택 60% 이상) 이하의 사과는 유통하지 않고 사과즙 등 가공용으로 유도한다.

    이러한 품질의 우수성과 체계적인 관리를 인정받아 지난 2009년 농림부로부터 지리적표시 제24호로 등록됐다. 아울러 얼음골사과는 밀양시 산내면에서 생산되는 사과에만 상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상표권 등록이 돼 있다.

    지난 10월에는 밀양을 찾는 사람들에게 얼음골사과를 홍보하고 우수한 상품을 구입토록 하기 위해 밀양시와 밀양농협이 5억1000만 원을 들여 지은 밀양시 산내면 밀양농협 산지유통센터 옆에 얼음골사과종합홍보판매관의 문을 열었다.


    ◆주민들의 효자농산물

    산내면 도로 주변은 온통 사과 농원이다.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도 있고 이미 수확이 끝나 앙상한 자태를 드러낸 나무도 있다.

    마침 사과를 수확하고 있는 농원 옆에 차를 세웠다. 수령이 오래된 고목과 심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어린 나무가 뒤섞여 있다. 작은 나무에는 사과가 몇 개 달려 있지 않지만 고목은 탐스러운 사과를 셀 수 없이 많이 품고 있다. 사람 무릎 높이까지 처져 있는 가지에도 사과가 매달려 있다.

    주인 허락도 안 받고 사과를 구경하고 있으니 인상 좋아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나와 불청객을 맞아준다. 언제부터 수확을 시작했느냐고 물으니 오늘이란다. 양해를 구하고 농원 안으로 들어가니 막 수확한 사과들이 한 곳에 잔뜩 쌓여 있다. 송백농원 권범용 대표가 구슬땀을 흘리며 사과를 수확하고 있었다. 아직 선별하지 않아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둥근 모양, 색깔은 거의 비슷하다. 한눈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여 입에 침이 고인다.

    또 다른 재배농가를 찾았다. 산내면 삼양리에 있는 서영농원이다. 지난 3, 4일 양일간 열린 제15회 밀양얼음골사과축제에서 우수재배농가로 선정된 이 농원에서도 사과 수확이 한창이다. 사과를 따는 안상선(59) 대표와 남편 서덕원(64), 며느리, 안사돈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안 대표의 경우 농협에 계약 출하하지 않고 직거래만 하고 있는데 음력설(이듬해 2월)까지는 모두 판매한다.

    올해는 큰 태풍이 3개나 지나가 수확량이 적은데다 큰 사과가 많이 떨어졌고, 새가 쪼아먹어 흠이 생긴 사과가 많아 손해가 크다고 했다. 다행히 가격은 지난해보다 조금 올라 15㎏ 특품 한 상자 (30과)의 도매가격이 10만 원으로 책정됐다.

    안 대표가 건넨 큼직한 사과를 코에 갖다 대니 사과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난다. 빛깔은 완전한 빨강색이 아니라 노란색과 적절히 배합돼 있다. 한입 베어먹으니 산뜻한 과즙이 입안에 가득하고 과육이 단단해 씹는 감촉이 아삭아삭하다. 맛은 말할 것도 없이 달다.

    어떻게 사과농사를 시작하게 됐는지 묻자 안 대표는 “어제 손자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생들이 사과체험을 왔는데 한 아이가 ‘왜 사과농사를 해요’하고 물어 남편이 ‘먹고 살려고’라고 대답했다”며 픽 웃었다.

    안 대표는 “사과가 없었다면 여기 사람은 모두 돈을 벌러 외지로 나가야 했을 것”이라면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먹고살 수 있게 해준 사과가 정말 효자 농산물”이라고 말했다.


    -사과 효능

    예로부터 사과는 허약한 위장, 식체, 구토, 변비, 설사 방지에 효과가 있고 불면증, 빈혈, 두통에 유효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과에 많이 있는 비타민 C는 피부 미용에 좋을 뿐 아니라, 암 예방, 감기 바이러스 퇴치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나트륨, 칼리, 마그네슘, 칼슘 등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혈액을 중성으로 유지하고, 팩틴 칼리 성분은 체내 소금 성분을 제거해 주며 철분은 혈액 속에 산소 운반을 돕고 섬유질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혈당을 낮춰준다. 비타민 C·A1·B1·B2·B6·E·P 등을 골고루 함유해 피로 해소, 해독작용, 면역기능 증강작용을 한다. 칼슘은 고혈압을 예방하고 식이섬유는 창자의 운동을 좋게 해 변비 해소, 대장염 예방과 위궤양·십이지장궤양 치료 효과도 있다.


    -변색 막으려면

    깎은 사과를 놓아 두면 색이 바래면서 볼품이 없어진다. 사과의 색깔이 변하는 것은 과일 속에 포함돼 있는 페놀계의 화합물(냄새나 맛, 색깔을 내는 요소)이 산화 효소와 공기의 영향을 받아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소금물을 이용하면 된다. 깎은 사과를 연한 소금물(식염수 1000배액)에 담가두었다가 내놓으면 변색될 염려가 없다. 소금물이 사과가 산화하는 것을 막는다.

    샐러드와 샌드위치용으로 잘게 자른 사과는 레몬즙을 조금 탄 레몬수를 뿌려주면 변색을 막을 수 있다. 껍질을 벗긴 바나나도 미리 레몬즙을 떨어뜨려 주면 변색이 덜하다.


    글=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사진= 전강용 기자 jky@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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