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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05) ‘버킷리스트’ 활용한 글쓰기(상)

‘버킷리스트’ 실천과정 쓴 글은 ‘포트폴리오’

  • 기사입력 : 2012-11-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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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킷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오늘 논술탐험에서는 버킷리스트를 활용한 학생들의 글쓰기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죽기 전까지 이뤄야 할 목록이 아니라, 1년 또는 3년 등 일정 시한 안에 해낼 일을 말하는 겁니다. 중요한 건 실천이겠죠. 한 달에 한 번씩 실천 과정을 점검하는 글을 쓰며 글쓰기 공부도 함께하면서 말이죠.


    글짱: 안녕하세요. 창원에 사는 중3 여학생이에요. 지난번에 우리 학교에 논술 특강 오셔서 ‘앞으로 3년간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라고 하셨잖아요.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 연락 드렸어요.

    글샘: 그날 강의 땐 시간에 쫓겨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해 나도 아쉬웠어. 왜 내가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라고 했겠니? 대부분 학생들이 뚜렷한 진로 계획도 없이 무작정 ‘의대에 갈 거예요’라거나 ‘생물학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얘기하더구나. 그래서 고교 진학을 앞두고 버킷리스트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고교 생활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서였지. 버킷리스트(bucket list)란 중세 시대 교수형을 집행할 때 양동이(bucket)에 올라가게 한 다음 양동이를 발로 걷어참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 여기서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이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전해지지. 예상외로 어원이 섬뜩하지. 하지만 오늘날 버킷리스트는 ‘후회 없는 인생 설계’라는 좋은 의미로 해석된단다.

    글짱: 버킷리스트를 만들면 대학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해 또 다른 포트폴리오가 될 수도 있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글샘: 사실 그땐 너무 인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건 학생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화두만 던지고 말았단다. 하지만 이러한 버킷리스트는 앞으로 3년간 고교시절의 생활계획표라고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3년 동안 매달 목록별로 실천 과정을 점검하면서 반성과 각오의 글을 하나하나 써서 남겼다고 치자. 대학 수시모집을 앞둔 시점에선 아마 최소한 100페이지 이상의 글이 담긴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을 거야. 입학사정관제 등 수시모집 전형에 따라 이러한 노력의 산물은 자기주도학습을 해온 학생으로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고 봐. 또한 대입 자기소개서를 쓸 때 그런 과정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사안을 글감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

    글짱: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논술 공부를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왜 그런 걸 하라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질문할 때 ‘생물학자가 되고 싶다’고 얘기한 게 바로 저였거든요. 제 경우엔 버킷리스트 목록에 어떤 걸 넣으면 좋을까요?

    글샘: 네가 3년 안에 꼭 이뤄야 할 목록이니까 당연히 네가 정해야지.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적어보렴. 네가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쓴 책 10권을 읽겠다는 것도 목록 중 하나가 될 수 있잖아.

    글짱: 와~ 굉장해요. 그때 제가 최재천 교수의 ‘다윈 지능’이란 책은 읽었다고 얘기했는데, 그것까지 기억하고 계시네요. 그 과제를 제 버킷리스트에 꼭 포함시켜야겠어요.

    글샘: 그런 독서 활동은 나중에 자기소개서 항목 중 ‘감명 깊게 읽은 책과 그 책이 진로 설정에 미친 영향을 서술하시오’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거야. 내신 성적도 마찬가지야. ‘고교 내신 평균 2등급 만들기’라는 목록을 넣을 수도 있겠지. 1학년 첫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면 목표를 달성했을 수도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겠지. 그에 따른 각오를 논술 글쓰기 하듯이 평가 글을 적어 나가면 된단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것도 별거 아니란다. 자신의 능력에 맞춰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실력을 향상시켜 나가는 과정이 자기주도학습이거든. 대입 자기소개서에도 자기주도학습 과정에 대해 적으라는 문항이 있다고 강의 때 얘기했잖아.

    글짱: 맞아요. 그리고 성장환경에 대해 적는 항목도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 걸 적는 데 버킷리스트는 상관이 없나요?

    글샘: 입시 때문에 부모님과의 대화도 줄어가는 요즘이잖아. ‘일주일에 꼭 한 번은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 전하기’ 같은 목록을 넣으라고 권하고 싶어. 공부 때문에 부모님과 대립하는 경우도 있는 게 우리나라 수험생이기 때문이지. 이런 목록을 넣어두면 부모님과 갈등이 있더라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 봄눈 녹듯이 갈등이 해소되겠지.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성장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쓰면 진솔한 글이 될 수 있단다.

    글짱: 또 다른 목록으로 뭘 넣어야 할지 힌트 좀 주시면 안 될까요?

    글샘: 이젠 더 이상 안돼. 예를 드는 건 여기서 마무리 짓자. 남은 버킷리스트 목록은 네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걸 쓰려무나. 버킷리스트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지난주에 봤던 ‘휴먼 다큐 사랑’이라는 TV프로그램이 생각나는구나. 위암 4기로 ‘3개월 시한부 삶’을 사는 32살 미혼모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11살 초등생 딸과 함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다룬 사연이었어. 그녀는 딸을 위해 △운전면허 따기 △제주도 여행 드라이브하기 △가족사진 찍기 등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더구나. 이 모든 걸 하나하나 이뤄내며 딸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긴 후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어.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딸에게 보내는 병상 편지가 영상으로 전해질 때는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 지난 2007년 나온 영화 때문에 ‘버킷리스트’란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졌지만, 이러한 다큐 프로그램을 보면서 버킷리스트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됐어.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라고 하지. 오늘을 후회하지 않는 학창시절이 되도록 공책 첫 장에 ‘버킷리스트’부터 만들어 보렴. 바로 지금 말이야.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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