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나의 작품을 말한다 (42) 시인 성선경

깨우침의 순간, 나는 시가 된다
고2 때 시인 되기로 결심
1988년 대학 4학년 때 등단

  • 기사입력 : 2012-12-03 01:00:00
  •   
  • 성선경 시인이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마산 무학여자고등학교의 도서관에서 최근 펴낸 수필집을 들고 웃고 있다.
     


    등단한 지 24년 된 시인도 신춘문예 등단 이야기가 나오면 설레는 모양이다.

    마산의 성선경(52) 시인은 경남대학교 4학년 때인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로 통보받던 순간을 어제 일처럼 기억했다.

    “88년 12월 24일 당선을 통보받았다. 그해 대선이 있었고 양 김이 후보단일화에 실패해 노통이 대통령이 되던 해. 대선 개표 날짜가 12월 23일이었다. 그날 밤 정일근 시인 출판기념회 참석하고 새벽까지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갔는데 다음 날 아침 한국일보 문학담당 기자였던 김훈이 ‘당선 축하합니다’하면서 주민번호를 물었다. 그런데 당황해서 생각이 잘 안 나더라.”

    성 시인은 앞서 대학교 3학년 때인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부문 최종심까지 올랐었다. 중앙지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다는 건 당선에 버금가는 명예이기도 하지만 26살에 일찌감치 문재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듬해 그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고, 학교 교정에 당선 축하 플래카드가 붙었다.

    그가 시인이 되기로 결심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녀 국어선생님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칠판에 시를 적어 줬는데 그중 하나가 윤동주의 ‘참회록’이었다. 그 시에 큰 감동을 받았다. 저렇게 감동을 주는 게 시라면 나도 시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에 관심을 갖고 습작을 했다.”그는 시에 사로잡혔을 때 자리에 누웠다 일어나 불을 10번도 더 껐다 켰다 한 적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6권의 시집과 한 권의 시선집, 그리고 최근 시 에세이 1권을 냈다. 등단 뒤 20여년 동안 낸 시집과 작품 세계에 대해 그의 해설을 들어 보았다.

    ◆널뛰는 직녀에게(1993·도서출판 푸른숲)

    그의 첫 시집은 등단 뒤 5년 만에 나왔다. 시집은 ‘바둑론’ ‘빗살무늬토기’ 등 등단작을 중심으로 묶어졌다. 80년대 후반 민주화 열기가 고조된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듯 사회 참여적인 성격의 시가 많이 들어 있고, 특히 통일을 소재로 한 시가 눈에 띈다.

    “표제인 ‘널뛰는 직녀에게’ 등은 사랑시로도 읽혀지지만 통일 지향적인 시이다. ‘밀밭에서’ ‘맘맘파파식적’ ‘눈내리는 날’ ‘바둑론’ 등은 민족적 화합을 화두로 한 것으로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옛사랑을 읽다(2001·한국문연)

    두 번째 시집은 비교적 오랜 공백을 갖고 8년 만에 나왔다.

    “이 기간 삶에 휘둘려 한동안 시를 놓고 있었다. 포스트모던이 유행하고 서정시는 한쪽으로 밀려나던 시절이다. 문학판도 빨리 움직인다. 잠시만 문단을 떠나도 청탁도 안 오고 잊혀지게 된다. 자연히 시도 안 쓰게 되고 시집을 내려고 해도 상황이 어려웠다.”

    시집에는 송아지, 도바뱀, 악어, 게, 개구리, 두꺼비, 은어, 개미, 새 등 각종 동물이 등장한다. 그는 동물을 알레고리로 삼아 사람에게서 수성을 발견하고, 동물에서 인성을 발견하는 교훈을 중심으로 시를 풀었다. 그는 ‘인간은 얼마나 동물적인가’ 하고 시에서 질문을 했다.

    ◆서른 살의 박봉씨(2003·문학과경계사)

    이때부터 본격적인 시 쓰기가 시작됐고, 2~3년을 주기로 시집을 냈다. 이 시집으로 그해 한국예술위원회(옛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우수작품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다. 우수작품집으로 선정되면 전국 도서관에 시집 1000~2000권이 배포된다.

    “서른 살의 박봉씨는 30대의 내 삶을 이야기한 것이다. 제2부에 서른 살의 박봉씨 시리즈를 따로 묶었다. 부산에 있는 최영철 시인의 권유로 두 번째 시집 내고 남은 작품을 모아 시집을 냈다.”

    ◆몽유도원을 사다(2006년·시작시인선)

    그는 2005년 문예진흥원 창작기금 800만 원을 받았고, 그해 마산시 문화상을 받았다. 창작기금을 받으면 다음 해까지 시집을 내야 한다.

    “40대에 마산시 문화상을 받아 굉장히 기분 좋았다. 신춘문예 당선 뒤 첫 상이었다. 이 시집은 불혹의 나이인 40대의 내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불혹이다. 불혹은 미혹됨이 없다라는 뜻인데 사실은 제일 많이 흔들릴 그때 같았다.” 이 시집 역시 한국예술위원회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모란으로 가는 길(2008년·서정시학)

    이 시집으로 그는 김달진 월하지역문학상과 경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이 시집을 내면서 자신의 시에 대해 좀 자유롭고 편안했다고 밝혔다.

    “모란이 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번쩍하는 깨우침의 순간을 환하게 핀 모란이라고 생각했다. 4번째 시집까지는 들끓는 욕망이 시의 흐름을 끌고 나갔다면, 깨우침 또는 트임에 대한 이야기인 모란으로부터는 좀 차분해지고 안정됐다. 시도 많이 온화해졌다. 나이를 먹으면서 이해심도 풍부해지고 마음이 열렸다. 삶에 대한 깨우침, 충만 그런 것이 있었다. 그전까지 시를 써야 한다는 욕망이 나를 괴롭혔다면 시에 쫓기지 않아도 되었다.”

    ◆돌아갈 수 없는 숲(2009년·문학의전당)

    지금까지 낸 5권의 시집에서 20편씩 골라 100편을 묶었다. “젊은 시절의 시와 사람으로 인해 들끓던 감정과 상처를 위무하는 의미에서 선집을 냈다. 지천명의 나이에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진경산수(2011·서정시학)

    그는 이 시집에 진경산수 시리즈 29편을 썼다. 또 그의 고향인 창녕군 고암면 억만리 청학재에 대한 기억을 담았다. 그는 청학재에서 삶의 한 원형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진경산수는 조선시대 정선에 의해 시작된, 상상 속 그림인 남종화를 넘어서 실제 우리 자연을 그리자는 운동인데, 혜원 신윤복으로 가면 서민의 삶으로, 단원 김홍도로 가면 풍속화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난 우리 삶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다 진경으로 보았다. 아름다움 기쁨은 우리 삶의 순간순간에 있다고 보고 이것이야말로 진경이다.”



    그는 6권의 시집을 관통하는 것에 대해 “서민들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민중들의 삶에 대한 연민의 시선 그런것 아닐까요”라며 “저로서는 시라는 것은 ‘이게 삶이다. 이게 사랑이다. 이게 슬픔, 비극이다’ 하는 깨우침의 빛나는 한순간이다. 깨우침의 빛나는 한순간이 시가 발화하는 점이라고 본다. 그 순간을 잡고 맛본다는 것은 굉장한 희열”이라고 말했다.

    글=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사진= 성민건 기자 mkseong@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상규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