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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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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천려일실(千慮一失)- 여환부(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

  • 기사입력 : 2012-12-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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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전무결한 인간은 없다. 제아무리 학식이 높고 인품이 뛰어난 사람도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항상 오만을 경계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조차 그 빈도를 낮출 수 있을 뿐 발생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성인들이 실수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수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실수는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아니 된다는 단순하고 고전적인 도덕률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수많은 이념과 철학을 낳고 발전시킨 것이다.

    개인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국가는 스스로에게 더욱 엄정해야 한다. 국가가 범한 실수의 여파는 개인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력을 발휘하기에 앞서 신중에 신중을 기함이 마땅하다. 차별받거나 피해보는 사람이 없도록 공정하고, 오해가 없도록 명백히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요즘 관(官)이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한 곳에 처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나고 있다. 최근 민간에서 발주하는 경로당이나 사립학교 지원시설, 농·어업 관련 시설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자금을 보조하고 입찰을 대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공사에서 분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입찰을 대행하는 공사 중에는 민간에서 투입되는 공사비가 필요 예산보다 적게 계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시설은 필요한데 공사비는 부족하고 입찰 공고하는 방법도 잘 모르다 보니 민간에서는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물의 신축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은 지자체가 부족한 공사비를 메우고 입찰까지 완벽하게 대행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가뜩이나 적은 예산에 공무원 월급 대기도 빠듯한 일부 시군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경우 사업수행 불가 결정을 내리거나 공사금액을 증액해서 발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간발주자가 자재의 단가나 양 또는 노임을 줄여 계상하고 공사입찰 공고를 의뢰하는 사례가 왕왕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재료비만 1만 원이 소요되는 상품을 어떻게든 8000원에 만들어 내는 업체를 수소문하는 식이다.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부작용은 여기에서 발생한다. 요즘에는 공공·민간공사 할 것 없이 수주난에 시달리고 있는 시절이라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관에서 발주하는 공사라면 공사비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믿고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낙찰된 업체가 공사계약을 하기 위해 내역서를 검토하는 순간 그 믿음은 깨지고 만다. 낙찰받은 금액으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수준의 공사이기 때문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놔 봐야 천장에서 물이 새고, 벽에 금이 가는 등의 하자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보상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공사를 포기하는 업체 수가 상당하다. 지자체 발주대행 공사는 응찰조차 하지 않는 업체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많은 지자체가 위와 같은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공사비를 적정하게 계상하지 않은 민간 발주자와 지방자치단체의 실수가 이처럼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만큼은 모두가 사전에 충분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일을 함에 있어 어떠한 실수도 없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도출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일찍이 당서가 말한 것처럼 승패는 병가상사(兵家常事)인 법이다.보다 훌륭한 시설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공하려는 발주자의 의도는 필자도 이해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요즘에야 워낙 정보가 풍부한 시절이다 보니 ‘물건을 모르면 비싼 것을 사라’는 옛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물건 값을 깎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제값을 주고 제대로 된 시공물을 짓도록 하는 것이 공통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민간공사 대행 입찰로 인해 피해자가 양산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환부(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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