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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사건이 남긴 것/이지혜기자

  • 기사입력 : 2012-12-0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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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5일 친모의 손에 맞아 죽은 36개월 된 남자아이의 시신이 가방에 담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에 버려졌다가 이틀 뒤 낚시꾼에 의해 발견됐다.

    생후 36개월이면 한창 뛰어놀며, 늘어가는 말솜씨와 재롱으로 부모를 즐겁해 해줄 나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숨진 채 가방에 넣어져 차가운 저수지 물속에 버려졌다.

    아이는 3형제 중 둘째로 부부가 한창 다툼이 많던 시기에 태어나면서 형과 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랑을 덜 받고 자랐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예민하고 발달도 느렸다. 아이는 4살이 되도록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했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울었다. 특히 폭식을 하다 먹은 음식을 토해내고 굶다가 다시 폭식하기를 반복하는 증상도 있었다.

    친모는 이런 아이를 ‘짐’처럼 느꼈다. 그녀는 “더부살이를 하는 동안 아이는 더욱 예민해졌고 보채고 우는 횟수가 늘어 정이 떨어졌다”며 “아이가 없어져야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친모의 자수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아이의 시신 사진이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모성애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애정인가 하는 의문도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이가 죽기 전에 “아빠를 보고 싶다”고 말한 투정은 엄마에 대한 반항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엄마 아빠 모두의 따뜻한 사랑을 기대했을 것이고 이것이 여의치 않자 투정과 울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을 것이다.

    작은 풀도 따스한 햇살을 바라보며 자란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의 안타까운 죽음은 남아 있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이 사건이 많은 부모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큰 울림으로 남길 바라며, 아이가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기를 소망한다.

    이지혜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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