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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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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로봇산업과 뿌리산업 그리고 로봇랜드- 박명환((주)로봇밸리 대표)

  • 기사입력 : 2012-12-1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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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가 로봇에 입문한 지 벌써 28년이 훌쩍 지났다. 로봇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모 대기업 연구소에서 로봇 일을 시작했다. 당시 로봇의 기술 수준은 지금 보면 격세지감이 있지만, 수직관절 5축을 겨우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국내 로봇 역사로 기록될 수 있는 최초의 국산 로봇은 포항의 POSCO에 1985년에 설치됐고, 1986년도에는 국내 최초로 미국에 100여 대 수출까지 했지만, 빈번한 잔 고장으로 결국 철수해야 했다. 1980년대에는 일본 로봇도 5축이었으며, 로봇의 현장 적용에 있어서는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로봇의 왕국이 됐다.

    로봇은 항상 최첨단 기술로서 미래를 선도해 나갈 산업으로 각광받아 왔다. 1980년대 국내의 모든 대기업이 캐시카우(Cash Cow)로 보이는 산업용 로봇사업에 참여했고, 경영자들은 로봇사업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로봇은 많은 R&D 인력과 각종의 기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돈 먹는 하마로 판단하게 된 기업들은 속속 사업에서 철수했다. 그리고 지금은 국산 산업용 로봇은 한 개 기업만이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70% 이상을 공급하며 로봇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IFR(세계로봇연맹) 통계에 따르면 다섯 번째로 큰 시장을 갖고 있으며 로봇밀도(인구 1만 명당 로봇설치 대수)는 세계 2위다. 이러한 수요로 인해 국내는 세계 모든 산업용 로봇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로봇은 최첨단산업이기도 하면서 뿌리산업이다. 로봇은 우리나라 산업에 있어서 쌀과 같은 존재이다. 그다지 돈 버는 사업이 되지 못하면서 많은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고 산업에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

    로봇이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자동차, 벽걸이TV,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조선, 그 외 가전제품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수출 등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이유는 로봇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뿌리산업에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로봇 만드는 공정도 최첨단 전자기술 이외는 뿌리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결국 로봇산업도 뿌리산업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로봇을 만들기 위한 핵심기술은 동역학적 해석과 좌표계의 변환, 가감속 제어 등,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설사 이러한 핵심기술이 있어도 로봇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인력 구성과 생산기술이다.

    초창기 산업용 로봇에 종사하던 산학연의 우수 인력들은 산업용 로봇이 어렵고 고되다고 판단되었는지 거의 모두 청소로봇, 가사로봇, 도우미로봇, 엔터테인먼트 로봇 등 매스컴 등에서 자주 오르내리고 누가 봐도 팬시(Fancy)하게 보이는 쪽으로 옮겨갔지만, 사업화는 상당히 미진한 상태이다.

    우리의 현실을 냉철하게 보자. 우리의 로봇산업은 어느 분야보다도 제조분야에 수요가 많고 시장이 확보된 산업용 로봇을 중심으로 발전해야 한다. 미래 산업, 최첨단 산업이라고 하지만 사업의 통로는 뿌리 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산업용 로봇은 필자가 여기 모두 열거할 수 없지만 상세하게 분류하면 그 응용분야가 100여 가지는 될 것이다. 28년간 로봇 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산업의 발전에 따라 로봇 응용분야가 계속 생기고 있어 아직 접하지 못한 분야가 많다.

    경남에서는 로봇랜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성, 콘텐츠 등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기획안을 잡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로봇랜드 사업은 아마 국내에서 로봇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마지막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미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요소도 있어야 하겠지만, 로봇랜드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법을 로봇산업과 뿌리산업을 잘 연계해 절묘하게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특히 로봇랜드 사업 주관자는 대한민국 로봇에 대한 사명감과 로봇산업과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 사업 성공에 대한 철학을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명환((주)로봇밸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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