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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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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톡톡 튀는 맛집 (7) 창원 반송 손칼국수

칼바람 불어올 때 생각나는 칼국수

  • 기사입력 : 2012-12-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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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치·대파·다시마 등을 넣어 우려낸 육수와 들쭉날쭉한 모양의 면발을 먹으면 입안 가득 시원함이 퍼진다.
    칼국수와 궁합인 김밥.
    칼국수를 주문하면 단무지와 김치가 밑반찬으로 나온다.




    올겨울은 초반부터 유난히 추운 날씨로 시작됐습니다. 얼마 전엔 경남에서는 12월에 좀처럼 보기힘든 폭설이 오기도 했지요. 우리에겐 날씨가 차가워지면 으레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따끈따끈한 호빵이나 잘 익힌 어묵꼬치 같은 주전부리부터 뜨겁고 맑은 복어국이나 고춧가루를 푼 얼큰한 대구탕 같은 생선국도 생각이 납니다. 이번 주에는 겨울날 점심 한때로 쉽고 빠르게, 그리고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손칼국수집을 찾아가 봅니다.

    ▲ 2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다

    창원 용호동의 한 건물, 같은 자리에서 20년 동안 손칼국수 집을 운영해 왔다는 박말선 사장. 20대 중반을 겨우 넘긴 젊은 나이부터 남편과 함께 채소 장사로 자영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러다 반송시장 안에 천막을 치고 손칼국수 집을 낼 기회가 찾아왔고, 아이를 들쳐업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반송시장에서 6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지낸 세월이 20여 년에 달합니다. “1990년 초, 처음 여기로 왔을 때 이 일대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었어요. 럭키아파트가 들어선 자리는 운동장같이 넓은 공터였고, 지금은 이렇게 잘 정비된 가게 앞의 길도 포장이 안 되어 자갈이 폴폴 날렸지요. 상남동이며 용호동이며, 지금은 빌딩숲같이 빡빡한 그런 동네는 상상도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용지호수 주변도 건물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지요.”

    그렇게 시작된 장사를 접거나 타 업종으로 변경할 수 없었던 데에는 가슴아픈 일이 숨어 있습니다. 삼미특수강에 다니던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뜨면서, 여자 혼자 힘으로는 가게를 접기도, 업종을 쉽게 변경하기도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세월을 지나오면서, 손칼국수집은 그녀의 인생이 되었고 외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내는 삶의 방편이 되었습니다.

    ▲ 즉석에서 만드는 손칼국수

    반송손칼국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인기품목은 단연 손칼국수입니다. 특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2월까지, 고객들은 메뉴판을 볼 것도 없이 손칼국수 한 메뉴만 줄기차게 찾습니다. 박 사장은 반죽을 전날 미리 만들어 하루 숙성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밀가루를 물에 개어 어깨의 반동으로 힘주어 반죽하면서, 오직 소금으로 약간의 간을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소금을 첨가하는 것은 면 자체도 간간한 소금기가 있으면 국수의 감칠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패스트푸드’라고 자신있게 이름 붙일 수 있을 만큼, 주문을 받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반죽을 밀어 칼국수 한 그릇을 5분 안에 뚝딱 만드는 신속성이 강점입니다. 아울러, 칼로 면을 썰어 육수에 푸는 수작업이 그 자리에서 바로 이뤄집니다. 따라서 면의 굵기나 모양이 일정치 않고 들쭉날쭉합니다.

    육수는 멸치와 대파, 무, 다시마만 넣어 깔끔하게 우려냅니다. 육수는 처음 한 번 강한 불에 펄펄 끓인 후 그 후부턴 매우 약한 불에 곰국을 고듯 30분 이상 천천히 우려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육수에 칼국수를 삶아 살짝 푼 뒤, 고명으로 독특하게도 묵은 호박이 올려지고 파, 김, 양념장이 첨가됩니다. 국물은 맑고 시원하며, 면발은 묵직하면서도 든든한 포만감을 줍니다.

    ▲ 여름엔 시원한 물국수와 콩국수

    뭐니 뭐니 해도 손칼국수가 단연 인기지만, 여름엔 시원한 물국수가 많이 나갑니다. 손칼국수에 쓰이는 동일한 육수에 양파와 땡초를 가미해 매운맛을 더하고,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식혀 둡니다. 그다음엔 부추와 계란, 김, 호박을 가느다랗게 썰어 고명으로 얹어 냅니다. 물국수와 함께 콩국수도 인기입니다. 특히 직접 농협에서 좋은 콩을 고르고 골라 매일 새롭게 삶아 손수 갈아두는 콩물은 진짜배기라고 자부합니다. 콩국수 또한 소금만 살짝 친 뒤 아무런 가공을 하지 않아 고소함이 배가 되는데요. 요즘 간편하게 재료상에서 중국산 콩가루를 사와서 물에 개어 콩국수라는 이름을 붙이는 국수집이 많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 착한 품질 착한 가격

    자그마한 가게 안의 탁자나 식기류 등의 면면은 손때와 세월이 묻어나는 친근한 모습입니다. 20년을 한곳에 있었던 가게답지요. 그러한 가게 모습만큼이나 시류를 타지 않고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요. 바로 음식 가격입니다. 대부분의 메뉴는 4000원, 좀 더 나가봐야 5000원입니다. 웬만한 음식점의 일인분 국수 가격이 6000~7000원을 호가하는 것에 비하면 정말로 착한 가격입니다. 그렇다고 내어오는 손칼국수의 양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필요할 땐 국물도 후하게 퍼주는 인심과 20년 동안 변함없는 맛 때문에 시청공무원과 인근에 산재한 설계사무소 직원들이 오랜 단골로 가게를 드나듭니다. 점심 시간에 특히 붐비고, 오후 시간엔 업무 때문에 끼니를 거른 직장인들이 홀로 찾아 칼국수 한 그릇을 청하는 사랑방입니다. 이렇게 공무원들 사이에서 ‘착한 가게’로 입소문을 타다 보니 올해 초 시에서 실시한 저렴한 음식 가격 집계에서 상위에 랭크됐습니다.

    ▲ 건강을 생각하는 패스트푸드

    박 사장은 ‘10년이 넘은 단골이 많아도 사생활을 알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손칼국수 한 그릇 먹으러 와 오래 머무는 사람은 없을 터, 아무리 오래된 단골도 각자의 사정을 알아보기는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패스트푸드점이지요. 물론, 햄버거나 피자 등 서구 음식보다는 훨씬 건강에 좋은 패스트푸드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면을 잘 삶는 방법’을 물었는데요. ‘그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느냐’며 머뭇거리던 박 사장은 “불투명하던 면발이 순식간에 반투명으로 색을 바꾸는 때를 잘 포착해 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손칼국수는 조금만 시간을 지체해도 쉽게 퍼져버리기 때문에 색이 변하는 즉시 건져먹어야 좋다고 귀띔합니다. 칼국수를 주력 메뉴로 삼아서는 승부를 보지 못해, 해물 등 별별 재료를 첨가한 칼국수들이 난무하는 요즘. 아무것도 넣지 않은 순수한 손칼국수 본연의 맛을 한번 즐겨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글=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 성민건 기자 mkseong@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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