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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남의 말 하기는 식은 죽 먹기?- 윤갑석(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장·경남교총 수석부회장)

  • 기사입력 : 2012-12-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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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대통령 후보들과 그 도우미들, 사회 각 계층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이 방송 저 방송 옮겨 다니며 온갖 말들을 생산했습니다. 서로가 남의 이야기를 경쟁적으로 해 댔습니다.

    옛날, 마을 빨래터에 마주 앉은 아낙네들이 남의 집 가정사 이야기를 신나게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모습들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떠오릅니다. 물론 이 이야기들은 한 가정의 좋은 일보다 좋지 않은 일의 내용들일 것입니다.

    학교 현장의 쉬는 시간, 몇몇 아이들이 운동장 한편에 둘러앉아 특정한 한 아이에 대해 열심히 지껄이다가 그 아이가 오면 동시에 흩어지고 그 아이는 멍하니 친구들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는 광경이 떠오릅니다. 이 아이는 나중에 왕따가 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생활에서 말의 소중함과 가치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에 대한 속담이나 격언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중에서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고사성어가 하나 생각납니다. 조선시대 학자 홍만종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언타사식냉죽(言他事食冷粥)’이란 말이 있습니다. 뜻은 ‘다른 사람의 일을 말하는 것은 식은 죽을 먹는 것 같다’로 풀이됩니다. 이 말에는 ‘자기 잘못은 감추려 하면서도 남의 잘못은 꼬집어 말하기 쉽다’는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남의 말 하기가 식은 죽 먹기’라지만 그것도 잘못 먹으면 체하는 법입니다. 이것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란 속담과 통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 곤욕을 치르는 사례가 역사 속에서 한둘입니까? 좋은 말도 다 못하고 떠나야 하는 세상에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남의 말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한 번쯤 둘러보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윤갑석(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장·경남교총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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