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나 사물, 즉 현상이 오고 가는 것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떠올려보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
지난 12월 초순, 35년 전에 졸업한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6학년 제자들의 초청이 있었다. 수많은 만남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의미를 안겨준 만남이었다.
벌써 40대 후반이 된 제자들은 사제지간이기보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동기 같은 느낌이었다. 지나간 세월만큼이나 희미한 기억과 추억을 나누며 스승과 제자라는 인연 하나만으로도 긴 시간을 즐거운 대화로 함께하였다.
세월을 넘나들며 소소한 이야기까지 나누는 동안 대부분이 평범하게 잘 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제자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치 내가 죄인인 양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본다’라는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는 단지 높이 날기 위해서가 아니라 멀리 보기 위해서 높이 날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큰 꿈을 가져야 한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화살을 쏘아야 한다.” 틈만 있으면 강조했던 지난날. 어떤 꿈을 가져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부족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지나간 시간은 미래를 위한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지난 세월의 교훈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부족했던 것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육공동체가 다 함께 노력해야겠다.
올해는 목적과 과정 모두를 중요시하면서 학생들의 꿈을 구체화시키며, 다변화되어 가는 미래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도록 진로교육에도 중점을 두는 학교경영을 해야겠다.
아울러 제자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선생님을 찾아주기를 바라지 않고, 내가 먼저 잊고 있었던 제자들을 찾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권만옥(동산초등학교장·경남인성교육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