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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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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긴자의 상인들- 정기홍(논설위원)

초심·신뢰·혁신 중요시하는 점 우리나라 정치인도 배워야

  • 기사입력 : 2013-01-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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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자는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가장 번화가이다. 한국의 청담동이나 명동쯤에 해당한다. 도쿄가 일본의 수도가 되면서 1860년대에 긴자거리가 형성됐다. 긴자거리의 상가 임대료는 뉴욕의 맨해턴 5번가, 홍콩의 코스웨이베이,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런던의 뉴본드 스트리트 등과 함께 세계 5위권 안팎의 수준이며, 명품 거리의 이미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일본은 타국을 침략하며 전쟁을 일삼았고, 위안부에 대한 사실 인정과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데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야욕적이고, 비신사적인 국가다. 국가를 움직이는 일본의 권력자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지만 일본이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측면도 많다. 그중 하나가 긴자의 상인들이다.

    긴자거리에는 분재점부터 백화점까지 수많은 상가들이 몰려 있는데 100년 이상 된 상가들이 즐비하다.

    100년 이상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긴자거리에는 장사를 하는 상가 가운데 길게는 400년, 짧게는 100년 이상 된 점포 100개가 모여서 지난 1954년 만든 ‘백점회’라는 모임이 있다. 백점회 소속 상인들은 백점회를 결성하는 동시에 ‘긴자백점’이라는 월간지도 발행하고 있다. 매월 12만 부의 적지 않은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데, 일본의 긴자가 아니라 ‘세계의 긴자’가 되겠다는 목표을 세워 놓고 긴자의 상점과 긴자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

    긴자백점회 상인들의 일상적 목표는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지키고, 긴자거리의 품위와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이다. 그 목표가 흐트러질까 봐 긴자 상인들은 ‘노렌’을 자신들의 목숨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노렌이란 단지 점포의 문양이 들어간 무명천으로 자신의 가게를 상징할 뿐이다. 그런데 그 노렌에는 6가지의 의미를 품고 있다. 1 영원한 심벌로서 경영이념을 나타낸다, 2 신용의 축적, 3 혁신 추구가 힘의 근원, 4 화합과 단결의 경영, 5 사회적 책임, 6 상품의 이미지 표현이다. 상인들은 노렌을 지키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오늘도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백점회 상인들은 “오랜 기간 긴자거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노렌과 함께 회원 모두가 18계명을 철저히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확실한 상품을 싼값에 팔면서 이익을 추구한다, 상품의 좋고 나쁨을 고객에게 분명히 알리고 조금의 허위도 허용하지 않는다, 경영에 정도를 걸으며 종업원들은 평등하게 대우한다, 자기 혁신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인재 양성과 지역사회에 봉사한다, 윤리의식을 가지고 올바르지 않은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등이다.

    긴자거리의 상인들이 목숨처럼 지키는 노렌과 18계명을 합치다 보면 ‘초심, 신뢰, 혁신’으로 요약된다. 18계명 중에는 ‘선의후리(善義後利)’도 있다. 즉 먼저 신의를 지키고, 이후에 이익을 취한다는 뜻이다.

    상인들의 원칙이지만 우리에게, 특히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분명 들어 있다.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원년이고, 홍준표 경남지사의 원년이나 다름없다. 광역의회 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당선 전 많은 공약들을 내놓았다. 특히 취약계층과 서민들을 위해 많은 공약을 했다. 심신을 바쳐 일한다고 했다.

    권력은 일단 잡으면 더 권력화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마음을 매일 새겨야 한다. 초심을 잃으면 자칫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우를 범하기 쉽고, 때론 부패의 늪에 빠질 우려도 있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늘 ‘처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야만 주민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신뢰를 얻어야 하고자 하는 일에, 추구하고자 하는 혁신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지도자가 마음먹고 추진하는 지역사업이, 국가사업이 삐걱대는 일이 얼마나 많이 있었는가를 지나간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정기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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