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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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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2) 통영 미륵산서 본 한려수도

섬 너머 섬, 그 너머 섬…
한산도에서 여수까지 뱃길 300리 한려수도
크고 작은 섬들이 쪽빛 바다 위에 보석처럼 뿌려졌다

  • 기사입력 : 2013-01-1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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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해상국립공원. 쪽빛 바다 위에 구름처럼 떠 있는 섬들을 보면 절로 감탄이 새어나온다.
    통영 미륵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미륵산에서 바라본 통영 시가지.
    미륵산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한려수도.


    쪽빛 바다 위에 구름처럼 떠 있는 크고 작은 섬. 해질녘 노을이 지면 쪽빛 바다는 금빛으로 색을 바꾸고, 섬은 바다에 반사된 빛 때문에 보석처럼 몸을 바꾼다.

    한려수도, 한산도에서 여수까지 뱃길 300리이다. 이 아름다운 섬과 해안을 보호하기 위해 1968년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87년 국립공원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국립공원 1호는 지리산이며, 한려해상국립공원은 네 번째로 지정됐다. 국립공원이 관리하는 구역은 거제 지심도에서 여수 오동도까지로 한려수도 전 구역이 포함돼 있다.

    공원 면적은 545㎢이며, 이 중 72%인 395㎢가 해상 면적이고 나머지는 해안·육상부이다. 공원은 통영·한산지구, 거제·해금강지구, 사천지구, 남해대교지구, 상주·금산지구, 오동도지구 등 6개 지구로 나뉜다. 해상에는 29개의 유인도, 69개의 무인도가 자리 잡고 있다.

    한려수도 그 중심에는 문화·예술·관광의 도시, 충무공의 호국혼이 서려 있는 성지, 동양의 나폴리 통영이 있다.

    지난 4일 한려수도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있는 미륵산에 올랐다. 걸어서 오르려면 1시간~1시간 30분의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케이블카 덕분에 10여 분 만에 상부 승강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미륵산 정상까지는 10분, 천천히 걸어도 15분이면 족하다.

    미륵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목재데크 계단이라 오르기가 팍팍하지만, 오르는 길 곳곳에 전망대를 조성해 놓아 한려수도의 비경을 사방팔방으로 조망할 수 있다.

    통영항 남쪽 미륵도 중앙에 자리 잡은 미륵산은 해발 461m로 1억2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에 분출된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산이다. 미륵산 명칭의 유래는 신라 고승 원효대사가 이곳을 방문해 미륵존불이 강림할 곳이라 해 이름 지었다고 전해진다. 미륵산 자락에 천년고찰 용화사, 미래사 등 고찰이 산재해 있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륵산 정상에 서면 한려수도의 다도해 조망이 압권으로 국내 21개 국립공원 조망지 중 최고의 장소로 선정됐다. 맑은 날에는 일본의 대마도, 지리산 천왕봉, 여수의 돌산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미륵산을 오른 지난 4일에는 대마도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돌산도와 천왕봉은 뚜렷하게 보였다. 천왕봉 우측으로 중봉, 하봉은 물론 좌측으로 제석봉, 촛대봉까지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미륵산은 먼 거리까지 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고려말부터 외적의 침입을 알리는 봉수대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한려수도는 장구한 세월 속에 솟아오르고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무너져 태어난 섬과 기암괴석, 섬과 육지 사이로 빛나는 바다, 아름다운 해안선 등 오래도록 보전해야 할 우리의 자연유산이다.

    이제 한려수도의 섬들과 섬에 얽힌 역사, 자연에 대해 살펴보자.

    정상에서 바다를 향해 서면 좌측으로 한산도가 보인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삼도수군통제영이었던 제승당이 있고, 섬 옆 바다에서 임진왜란 3대 대첩 중의 하나인 한산대첩이 벌어졌다.

    옥포, 당포, 당항포 전투에서 패한 왜군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1592년 7월 7일 육군과 협력해 총공격을 위해 거제 견내량 해역에 군함 70여 척을 집결했다. 이를 간파한 조선 수군은 적선을 한산도로 유인해 학익진을 치고 거북선을 앞세워 총공격, 적선 60여 척을 침몰시키거나 불태워 왜적을 궤멸시켰다.

    이 전투는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해 적 육군의 전투 의지를 꺾는 한편, 조선 수군이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한 전투로 역사적 의의가 크다.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한산대첩은 살라미스, 칼레, 트라팔가 해전과 더불어 세계 4대 해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산도 앞쪽 11시 방향으로는 땅콩 모양처럼 생긴 비진도가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백사장과 몽돌이 어우러진 해수욕장이 있고, 천연기념물인 팔손이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배로 30여 분 거리이다.

    비진도 우측에 선사시대 유적지인 패총이 있는 연대도와 학림도, 좌측에 죽도, 추봉도 등이 위치해 있다.

    10시 방향으로 거제·해금강지구에 속하는, 최근 꽃섬으로 단장된 장사도가 눈에 들어온다.

    비진도 너머 좌측으로 저 멀리 등대, 기암절벽을 깎아놓은 듯한 소매물도가 아스라하다. 그림 같은 등대와 절경을 보려면 통영항에서 1시간 20여 분 배를 타야 하고, 선착장에서 내려 또 1시간 이상 발품을 들여 언덕을 올라야 한다. 한 번쯤은 꼭 가 보기를 추천한다.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면 12시 방향에 불교의 성지인 연화도, 1시 방향에 수산업의 전진기지인 욕지도가 눈에 들어온다.

    2시 방향엔 가깝게 가래 모양의 추도, 멀리 안거칠리도·밖거칠리도, 두미도가 자리 잡고 있다. 일몰 촬영지로 소문난 달아공원 전망대에서 보면 해는 이 두 섬 사이 바다로 빠진다.

    2~3시 방향에 남해 미조·상주면 송정해수욕장 앞바다에 미조도, 노루섬, 큰섬, 사도 등 10여 개의 섬이 점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한려수도 섬들을 둘러보니 지난해 여름 보았던 베트남의 하롱베이 섬들이 떠오른다. 3000여 개의 아름다운 섬을 자산으로 유람선 관광 하나로 아시아 관광객들을 흡입하고 있다.

    한려수도에도 거제~오동도 전체를 아우르는 유람선 관광상품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다시 4시 방향에 또 다른 ‘지리산’이 있는 사량도가 자리 잡고 있다. 윗섬, 아랫섬 2개로 이뤄진 사량도는 윗섬에 불모산~옥녀봉으로 이어진 환상적인 등산코스가 있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로프와 사다리, 가파른 계단, 아찔하면서도 재미가 있는 산이다. 처음 온 등산객들은 산행이 힘들어 ‘해발 400m도 안 되는 산이라고 얕보고 왔다가 큰코 다치는 산’, ‘웃고 왔다가 울고 가는 산’이라고 말하는 산이다. 사량도 앞에 질도, 화도, 아랫섬 등이 올망졸망 떠 있다.

    고성공룡엑스포의 모티프가 되었던 공룡발자국이 있는 상족암 일원은 칠현산, 사량도에 가려서 아쉽게도 잘 보이지 않는다.

    미륵산에서 본 한려수도의 섬들은 한마디로 친구처럼 어깨를 기대거나 나란히, 때론 형제자매처럼 다정히 손을 잡고 있는 것 같다.

    미륵산 정상에서 이곳 출신 시인 유치환의 시심과, 소설가 박경리의 작품의 모태는 어디였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뒤로 보이는 아름다운 통영항과 미륵산 앞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가 아니었을까.

    글= 강태구 기자 tkkang@knnews.co.kr

    사진= 전강용 기자 j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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