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 (수)
전체메뉴

[심강보의 논술탐험] (107) 고교 2학년 최수빈 학생과 ‘글쓰기 대화’

“주제와 어울린 글감과 학생다운 글에 공감”

  • 기사입력 : 2013-01-16 01:00:00
  •   
  • 창원경일여고 최수빈 학생이 학교 도서관에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도내 학교를 찾아 논술 특강을 하다 보면 강의장에서 눈빛이 빛나는 학생들이 더러 보입니다. 지난 연말엔 창원경일여고 최수빈(2학년) 학생이 눈에 띄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제게 메일을 보내 글쓰기에 대한 궁금점을 질문하더니, 며칠 뒤엔 전교 글쓰기 대회에서 2등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왔어요.

    학생들이 글을 쓸 때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글이 될까요? 오늘 논술탐험에선 창원경일여고 도서관에서 최수빈 학생을 만나 글쓰기를 주제로 나눈 얘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글샘: 교내 에세이 공모에서 상을 받은 것부터 축하해야겠네. 내가 강의한 내용이 에세이 주제로 나왔다니, 그럼 내가 족집게인가?

    수빈: 사실은 글샘 기자님이 강의하기 일주일 전에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세 가지를 선택하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 쓰시오’라고 주제가 정해져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강의에 더욱 집중했고, 궁금한 점을 다시 메일로 질문했던 거예요.

    글샘: 내가 보낸 조언 답글에 충격을 받진 않았니? 요즘 TV의 ‘K팝스타 시즌2’ 오디션에 멘토로 나오는 JYP 박진영처럼 혹독한 평가를 했는데도 말이야. 에세이라기보다 설명문 같아서 공감도 없다고 지적했거든.

    수빈: 제겐 약이 됐어요. 방송작가를 꿈꾸며 나름 교내에서 소설창작부 활동을 하고 있는데, 혹평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래도 조언을 구하는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 주셨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길을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어요. 입상 소식을 듣고는 소름이 돋았어요. 기자님 생각이 먼저 나더라고요. 따끔한 지적이 없었으면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겠죠?

    글샘: 네가 처음 글에 제시한 ‘내가 필요한 3가지는 창의력, 순발력, 도전정신’이라는 표현은 구성작가가 되기 위한 기본 요건일 뿐이었지. 학생다운 글이 되려면 자기 꿈에 맞춘 ‘방송’이라는 글감을 찾아 재구성해 보라고 했고, 그걸 갖추기 위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써 보라고 조언했지.

    수빈: 네. 그래서 유명 스타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 3가지를 떠올려 다시 썼어요. <싸이의 창의력>, <유재석의 순발력>, <김병만의 도전정신>으로 정하고, 그 이유를 적절하게 언급했고요. 싸이의 창의력은 기발한 춤을 곁들여 ‘강남스타일’이란 노래를 세계에 알릴 수 있었고, 유재석의 순발력은 무한도전 진행을 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든 웃음을 유발하게 하는 순간적인 재치가 돋보였고, 김병만의 도전정신은 ‘달인’과 ‘정글의 법칙’에서 보여준 도전정신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고 썼어요.

    글샘: 글쓰기 감각이 참 좋구나. 무엇보다도 학교 교과공부 하느라 시간도 모자랄 텐데도 지적한 점을 받아들여 글을 다듬었다는 노력을 칭찬할 만하구나.

    수빈: 메일로 조언 받은 다음 날이 응모 마감일이었거든요. 밤을 새워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글을 썼어요. 솔직히 제가 학교 성적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글을 쓰는 건 참 좋아해요. 대학 진로도 국문학과나 문예창작과 쪽을 생각하고 있는데, 내신 성적이 별로라서 걱정이에요.

    글샘: 학교 공부도 이번 글쓰기처럼 열정과 용기를 갖고 도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수빈: 글샘에게 제 글을 메일로 보낼 때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어요.

    글샘: 자기가 쓴 글에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해. 그 자신감은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 글쓰기 실력이 나아지려면 학교 선생님이나 주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아. 친구도 괜찮아. 맨 처음 글을 읽는 독자로서 느낌을 얘기해 줄 수 있거든. 그래야 자신의 글에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되고 고쳐 나갈 수 있겠지.

    수빈: 제 꿈이 방송작가인데 방송작가는 아이템이 중요하잖아요.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글감이 중요한데 참신하고 재미있는 글감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아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지난번 강의 왔을 때 ‘책, 텔레비전, 인터넷, 잡지 등 아주 많겠지만, 신문 읽기를 권한다’고 하셨잖아요.

    글샘: 그래. 신문은 검증된 정보인 데다 하루에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도 되니까 말이야. 물론 신문은 꾸준히 읽는 게 중요해. 입시를 앞둔 시기에만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학창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구독해야 하는 것이지. 방송작가뿐만 아니라 영화감독, 소설가, MC, 개그맨 등 소재를 신문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는 점도 알았으면 좋겠어.

    수빈: 글머리가 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 같은데, 첫 문장을 어떻게 써 나가야 할까요?

    글샘: 평소 틈나는 대로 신문 칼럼을 읽으면서 네 생각에 ‘잘 쓴 글머리’가 있으면 스크랩해 놓는 습관이 필요하단다. 그 칼럼을 소설창작부 친구들 앞에서 읽어 준 뒤에, 부원들의 생각을 들어 보면 큰 도움이 될 거야. 글머리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원칙은 없어. 중요한 건 어떤 식으로든 글의 주제와 연관된 글감을 접목해야 한단다. 그러려면 글을 쓸 때만큼은 몰입해야만 더 나은 문장이 나오는 법이지. 논술 같은 글을 써야 할 땐, 논설문의 구성방식(두괄식, 미괄식, 양괄식)이나 전개 방법(연역법, 귀납법, 변증법)을 익혀두는 것도 글머리를 제대로 찾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어.

    수빈: 학생다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샘: 학생들이 쓴 글에서 글감(소재)이 아무리 맛깔나더라도 지나친 인용은 오히려 글맛을 떨어뜨린단다. 쉽게 말해 유명인들의 일화나 격언처럼 흔히 알려진 소재보다는 학생들 사이에서 공감할 수 있는 친근한 소재로 쓴 글이 학생다운 글이 아닐까 싶어.

    수빈: 학교까지 찾아와 글쓰기 방법을 가르쳐 주셔서 고마워요. 정말이지, 오늘 이 자리는 제 삶의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편집부장 s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심강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