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19일 (수)
전체메뉴

초대전, 그 불친절한 초대/김유경기자

  • 기사입력 : 2013-01-18 01:00:00
  •   


  • △△갤러리에서 초대장을 보내왔다. ‘서양화가 ○○○초대전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평소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만큼, 당신은 ‘서양화가 ○○○’에 주목한다. 그가 어느 대학을 나왔으며, 얼마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의 화풍(畵風)을 구사하는지. 하지만 오늘만큼은 작가가 아닌, 그의 이름 뒤에 새겨진 ‘초대전’에 주목하자.

    초대전은 갤러리가 기획의도에 맞는 작가를 선정해 일정기간 작품이 전시될 수 있도록 의뢰하고 작가의 협조에 의해 전시가 이뤄지며, 궁극적으로 그림이 판매되는 전반을 가리킨다. 개인전은 작가가 직접 공간을 빌리고 팸플릿이나 오프닝 행사를 마련하는 반면, 초대전은 대관 및 홍보 일체를 갤러리에서 제공한다. 갤러리가 작가를 ‘초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답게만 보이는 초대전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몇몇 악덕 갤러리는 팸플릿이나 플래카드, 오프닝 등 홍보비용을 작가에게 떠넘긴다. 전시기획 초기에 비용문제를 명확하게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한창 전시가 진행된 후에 슬그머니 청구서를 내미는 경우가 많다.


    홍보비뿐 아니다. 상당수의 갤러리들이 대관료로 그림을 요구하는 관행을 일삼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떤 갤러리는 아예 계약서에 ‘전시 후에 가장 큰 대표작을 갤러리 측에 기증한다’는 강제조항까지 집어 넣었다. 책임지고 그림을 팔아 상생하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림을 가져야겠다는 속셈을 판판이 드러내는 장면이다. 그렇게 모아진 수십 점의 작품들은 ‘△△갤러리 소장작품전’이라는 이름 아래 당신과 같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팔려나간다.

    투명하게 공개된 미술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지역미술계에서, 알음알음으로 전시를 치르는 작가들로선 ‘갑’의 입장에 있는 갤러리의 요구를 무시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소위 ‘잘 판다’는 갤러리에 어떻게든 초대받고 싶어 안달하는 지역작가들의 행태가 갤러리의 속셈과 맞아떨어지기도 한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아직까지 많은 작가들에겐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치렀다’는 이력이, 부당함을 감내하고도 가져볼 만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불러 대접한다’는 뜻의 ‘초대(招待)’가 가진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만큼, 작가에게 불친절한 초대전엔 당신도 초대받기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유경기자(문화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유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