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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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의 일성 ‘부정 척결’- 박현오(논설실장)

골프·술 자제령이 너무 일찍 잦아드는 건 아닌지…

  • 기사입력 : 2013-01-1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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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침없는 말투, 아니 말솜씨, 그리고 톤 높은 목소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 홍준표 지사에 대한 느낌이다. 이런 홍 지사가 취임 후 무엇보다 강조한 것이 부정척결 의지였다. 취임 일성으로 비리혐의가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실제 고발도 하고 있다.

    2012년의 마지막 날 도청 간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골프와 술 자제령을 내렸다. 부정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골프와 술을 자제,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골프 자체를 상관하지 않겠다면서도 누구와 치느냐는 것은 중요하며, 특히 업자와의 골프는 절대 안 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고 한다. 스스로도 30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저녁 술자리를 피했고, 지사 취임 후에도 이를 지켜왔다고 말해 듣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최근 골프와 관련, “업자가 아니라면 골프를 치는 것은 괜찮다”로, 술도 도청 주변 식당가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때 공직자들이 움츠러들면서 다소의 불편한 소리가 들리자 수위가 낮아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신임 도지사가, 그것도 부패척결 의지 차원에서 불호령 내린 골프·술 자제령이 너무 일찍 잦아드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골프와 술을 ‘하지 말라, 하지 말라’고 해도 금단증세를 느끼는 흡연자처럼 슬그머니 하고 싶은 것이 인간 심사다. 그럼에도 “그것 아니면 괜찮다”는 식은 자제령이라 할 수 없다. 골프장 주위에서는 식당의 고급차량이 신분을 숨기려는 고위공직자들을 위해 골프채를 실어 안내하고, 골프가 끝나면 식당으로 태워간다는 말도 있다.

    여기에다 이름을 숨기기 위해 여러 가지 가명을 쓴다고 한다. 어떤 공직자는 이런저런 가명을 쓰다 보니 나중에는 자신의 가명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공직자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 공직자들이 골프를 자제하지 못하고 벌이는 일들일 것이다. 또 술자리도 그렇다. 막상 저녁 한번 먹자는 권유로 식당에 들렀으나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여러 잔 되면서 부정과 타협하게 될 것이다.

    국민권익위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청렴도와 관련해서도 핑계의 소리가 들린다. 경남도는 최근 몇 년간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내 시·군에서도 일부를 제외하고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남도는 ‘청렴도 순위가 낮은 것은 단순히 순위를 매기다 보니 그런 것이지 결코 경남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지수가 높아서 그런 게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귀결이다. 부패지수가 도민들이 확연하게 느낄 정도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다만 미꾸라지 물 흐리듯 몇몇의 공직자들이 부정을 저지르면서 전체의 물을 흐리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를 원천적으로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 도청 전체의 분위기가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감찰관들이 설치면서 항상 뒤통수를 뜨뜻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오금이 저리고, 가던 길도 뒤돌아 나올 것이다. 이런 것이 분위기이자 흐름이다. 열심히 하고, 잘해 보자고, 그리고 혁신하겠다는 홍 지사의 부패척결 의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런 경우는 되고, 저런 경우도 된다는 식은 얼마 가지 않아 “될 수도 있다”로 바뀌기 쉽다. ‘모래시계 검사’로 수많은 사건을 다루었을 홍 지사가 나름의 생각은 숨겨두고 있을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그 조직 나름대로 방어 논리와 자신들만의 세계를 갖기 원한다. 관료사회도 마찬가지다. 대쪽 같은 성격에 찔러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홍 지사의 성격에 부정 척결은 타협할 수 없는 과제다. 처음의 마음으로 더욱더 다지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박현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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