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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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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관심과 균형- 안태운(수필가)

  • 기사입력 : 2013-01-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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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심이 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고 한다. 좋게 보면 이해가 깊어진다는 뜻이지만 마음의 추가 균형을 잃지는 않는지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겠다.

    얼마 전 동창 모임에서 단체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가가 어디든 좋은데 중국은 안 된다고 했다. 안 된다고? 왜 안 되는지 이유를 세 가지만 말해보라고 다그치자 동창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유를 모르지는 않다. 최근 우리 하늘을 뒤덮었던 중국발 스모그,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가짜 먹을거리,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와 동북공정을 비롯한 역사 문화의 왜곡 등등 어디 셋뿐이겠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내 마음의 추는 서쪽으로 기운다. 오랜 인연 탓이다.

    올 초에 만두 만들기 체험을 했다. 재료연구소의 중국 연구원들과 삼익아파트 중국어반이 오순도순 만두피를 빚고 속을 넣어서 만두를 만들어 찌고 또 떡국에도 만두를 넣어 끓였다. 식후에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내친김에 설 전에는 훠꿔(火鍋 : 중국식 양고기 샤브샤브)를 해 먹자고 약속했다. 2월이 기다려진다. 사실 이것은 중국인 연구원들과 10년 넘게 해왔던 과외 활동의 일부다. 매주 두 차례 중국어 학습이 주다. 만남의 횟수와 이해의 깊이가 비례하지는 않지만 잦은 만남으로 관심의 폭은 넓어진다. 때로 중국 관련 논쟁이 있을 때는 중국의 입장을 전달하려 애쓰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런 나를 두고 말끝마다 ‘중국’이라고 핀잔하는 사람도 있다. 마음의 추가 기운 것이겠지만 개의치는 않는다.

    요즘 국내의 가장 큰 관심사는 새 정부 출범이다. 내 관심은 아무래도 대중(對中) 관계다. 박근혜 당선인은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 연장에서 이번 당선인 인수위원들의 면면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19명 중 18명이 미국 유학파. 지난 5년 한쪽으로 치우친 대외정책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렇다면 당선인의 관심은 어느 쪽일까? 자료에 따르면 당선인은 1989년 대만문화대학에서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고 어려운 시기에는 펑여우란 박사의 <중국철학사>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2005년, 2006년, 2008년에는 당대표와 정부 특사 자격 등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2005년 시진핑이 방한했을 때는 새마을 관련 자료를 보내주는 등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들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EBS독학으로 유창한 중국어도 구사한다고 하고…. 주변국의 지도자가 교체될 때마다 우리 언론이 의례적으로 분류하는 대로 하자면 ‘친중파’라 해도 크게 무리는 아니겠다.

    1월 22일 당선인의 특사정치가 시작되었다. 그 첫 번째가 중국이다. 예전의 주변 4국 동시파견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당선인의 중국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주다. 18명의 미국 유학파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것인지, 실제 중국에 대한 관심의 표명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우선순위라는 측면에서 그들의 체면 의식을 십분 고려한 특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5세대 지도자 시진핑의 시대가 개막된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중국은 그의 지도 아래 변화와 발전을 도모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국제 정치에서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내부적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부의 불균형과 엄격한 언론 통제에 따른 정치 민주화의 열망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문제가 당면 과제다. 연초에 터진 <남방주말>의 기사 조작 사건과 이에 따른 기자들의 파업, 동조하는 시민과 학생들의 시위, 인터넷 검색어의 ‘남방’ 과 ‘주말’의 접근금지 등은 우리의 지난날을 떠올리게 한다. 일찍이 경험했던 민주화의 열기와 그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파장을 생각해보면 결코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은 아닌 셈이다.

    한·중 양국은 같은 시기에 새로운 지도자를 맞이한다. 닮은꼴이다. 정치 대물림이라는 측면에서 그렇고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점에서도 그렇다.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52대 48로 나눠지거나 5년 후를 기약하며 돌아앉아서도 안 된다. 한·중 관계는 늘 현재진행형이고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안태운(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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