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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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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중소기업도 ‘건강진단’이 필요하다- 안병규(경남중소기업청장)

  • 기사입력 : 2013-01-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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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연말 경남에 많은 눈이 내렸다. 교통두절 등 큰 불편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내린 눈이 만들어낸 설경에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다.

    그 후 추위가 계속 이어져 새해 들어서도 아파트 모퉁이나 시장 골목길, 공단 도로변 곳곳에 언 채로 쌓인 눈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구석진 곳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현장방문 때 만났던 시장상인, 중소기업인과 현장 근로자들의 모습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불편을 생각하지도 않고 잠시나마 설경에 취했던 나 자신이.

    지난 1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중소기업 규제개혁 기능 강화를 위해 지식경제부의 중견기업 정책과 지역특화발전기획 기능을 중소기업청으로 이관한다고 했다.

    중기청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창업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및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구축해 기업성장의 전(全) 단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됨으로써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육성 효과가 커지게 될 것이다.

    KDI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중소 제조업체 중 10년간 생존한 기업은 약 25%이고, 종업원 300인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0.1%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채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은 마치 생명체와 같아서 유년기, 성장기, 성숙기를 거치면서 단계별로 서로 다른 성장통을 겪는다고 한다. 기업이 장수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성장 단계별로 찾아오는 다양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해 성장통을 극복해내고 장수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소기업 CEO를 만나보면 생존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영업, 생산, 자금관리 등이 CEO 1인에게 집중돼 있어 항상 바쁘고 여유가 없다고 얘기한다. 특히 50인 이하 중소기업에서는 CEO를 도울 수 있는 참모와 조직체계가 없어 변화나 혁신, 장기적인 전략수립은 도저히 엄두도 못내고 있다.

    다행히 중기청은 작년부터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중소기업의 건강을 외부전문가가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려주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건강관리 시스템은 먼저 전문가가 기업을 진단하여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적절한 사업을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며 향후 로드맵까지 제시해주는 기업 중심의 문제 해결형 시스템이다.

    경남중기청에서는 작년에 328개사에 681개 사업을 처방하고 안내해 1185억 원 규모의 지원을 이끌어 냈다. 또한 건강관리시스템을 통해 경영위기를 극복한 중소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이 시스템이 중소기업의 위기관리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양산 A 기업은 한미 FTA 체결 이후 수출 증가로 설비 증설에 총 15억 원의 시설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자금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돌파구를 찾던 중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을 통해 2억 원은 긴급 지원받고 향후 3년간 시설과 운전자금 35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설비라인이 증설되면 총 300억 원 매출로 30여 명의 신규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이 무병장수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건강 이상 유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속성장 가능한 장수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꾸준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중소기업 건강진단’을 신청해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진단한 ‘처방’을 받아 보기를 바란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모든 분들의 소중한 일터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안병규(경남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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