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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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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08) ‘편지 메일’로 글쓰기 접목하기(상)

매일 오는 메일은 스팸? 알짜 골라 활용땐 스펙!

  • 기사입력 : 2013-02-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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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팸메일 때문에 짜증날 때가 많습니다. 쓸데없는 메일까지 겹칠 땐 한꺼번에 삭제하다가 중요한 메일까지 지우는 실수도 하죠. 하지만 때론 마음을 다잡게 하는 글이 담긴 ‘편지형 메일’이 하루를 기분좋게 합니다. 물론 매일 오기 때문에 스팸이라며 외면하는 분도 있지만, 이런 메일도 글을 쓸 때 글감으로 활용하면 글쓰기 실력이 쌓여 스펙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논술탐험에서는 글쓰기에 ‘편지형 메일’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글짱: 날마다 날아오는 스팸 비슷한 메일을 글쓰기 공부에 접목할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글샘: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광고성 메일은 스팸이 분명하지. 하지만 글쓴이의 느낌 글이나 좋은 글귀로 생각을 나누려 하는 편지형 메일은 조금 달리 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처음엔 휴지통으로 버렸지만, 어느 날 클릭해서 읽었더니 도움 되는 글이 많더라. 그래서 지금은 내용이 괜찮은 메일 몇 군데를 남겨 두었지.

    글짱: 메일이 많이 날아들 텐데, 글샘께서는 주로 어떤 걸 받아보는지 궁금해요.

    글샘: 날마다 읽어 보는 건 ‘합포만의 아침’이야. 매일 아침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우리 경남에서 유명한 송창우 시인이지. 10년간 2000통이 넘는 편지를 썼고, 아마 수천 명이 받아볼 거야. 그의 글을 만날 때면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고, 새로운 의욕이 생기기도 한단다.

    글짱: 송창우 시인께서는 왜 합포만의 아침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는지요?

    글샘: 경남신문에 그 사연을 다룬 적이 있어.(2012년 2월 14일자). 지난 2003년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유행했을 때 마산을 소재로 글을 쓰면서 매일 하루를 돌아보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더라. 자금까지도 자기 이름을 내걸지 않고 익명으로 쓰고 있지.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올리는 편지는 정감이 물씬 묻어나지.

    글짱: 합포만의 아침 편지 내용을 글쓰기 공부엔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데요?

    글샘: 기자들도 칼럼을 쓸 때 글감으로 더러 써먹는 것 같아. 무엇을 주제로 써야 할지 애매할 때, 메일로 날아든 합포만의 아침에서 모티프를 찾는다고나 할까. 지난달 신문에 그런 칼럼이 보이더라. 기자의 메일로 날아온 ‘따뜻한 거짓말’이란 글에 인용된 옛시를 글감으로 삼아 쓴 것 같은 칼럼이었지. ‘부모’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내용은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 썼더구나.

    글짱: 인용한 옛시가 어떤 내용이길래 기자가 칼럼의 모티프로 삼았을까요?

    글샘: 조선시대 이안눌(1571~1637) 선생의 한문으로 된 ‘기가서(寄家書)’라는 시로,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다 흰머리 어버이 근심할까 두려워 북녘 산에 쌓인 눈 천 길인데도 올겨울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적었네.≫라는 내용이야. 송창우 시인은 느낌 글로 “행여 연로한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올겨울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안부를 전했습니다. 참 따뜻한 거짓말입니다. 어제는 고향에 가서 저도 그런 거짓말 하나 하고 왔습니다”라고 짧게 남겨놓았어. 칼럼을 쓴 기자는 4개 단락 중 하나에 들어갈 글감으로 시를 인용한 뒤 느낌을 적었고, 나머지 3개 단락은 독창적인 글감을 접목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글짱: 아주 흥미롭네요. 그 칼럼의 글쓰기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좋겠어요.

    글샘: 첫 단락엔 고향의 부모님께 소식을 전할 때마다 ‘아무 일 없이 잘 지낸다’고 말하는 자신의 생활을 썼어. 두 번째 단락엔 자식의 그런 얘길 ‘믿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을 쓰고, 세 번째 단락엔 옛시와 함께 거짓 안부를 전하는 자식의 심정을 덧붙여 썼지. 마지막 단락엔 다가오는 설을 키워드로, 자식만을 생각하는 부모들의 깊은 속내와, 부모를 걱정하는 자식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글을 담고 있어. ≪올 설에는 또 어떻게 해야 편한 낯빛을 띨 수 있을까. 세상살이는 더욱 힘들어지고, 마냥 불안하기만 한데.≫라고 끝맺은 문장이 짠하게 와 닿으며 여운을 주는 칼럼이었어.

    글짱: 그 기자님이 쓴 ‘부모’라는 칼럼을 읽어 보고 싶어요.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글샘: 경남신문 ‘가고파’ 칼럼에 실린 글이야. 경남신문 홈페이지에서 검색어로 ‘이안눌’을 입력하면 바로 나온단다.

    글짱: 편지 메일에서 제가 직접 모티프를 찾아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샘: 합포만의 아침 중에서 ‘다시 쓰는 이력서’라는 제목의 글을 예로 들게. ≪50대에 접어든 어느 분이 이력서를 써 보았는데, 써 놓은 경력들이 정말 복잡하더랍니다. 그럼에도 어느 것 하나 맘에 드는 것도, 내세울 만한 것도 없어, 뭐 이리 인생을 복잡하게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며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가끔 이력서를 써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꼭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서, 그리고 아직은 채워지지 않은 채 비어 있는 가슴 뛰는 삶의 이력서를 위해서.≫라는 내용이었지. 글짱 같으면 이런 내용을 모티프로 삼아 어떤 주제의 글로 재구성하고 싶니?

    글짱: 음~ 아직 학생이니까, ‘어른이 되었을 때 후회하지 않는, 아니 조금이나마 만족할 수 있는 이력서를 남기도록 오늘을 의미 있게 살아가겠다’는 다짐 같은 글을 위주로 하면 안 될까요?

    글샘: 좋아. 그런 식으로 접목하려는 게 첫 단계라 할 수 있어. 좀 더 알찬 글이 되려면 지금 50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부모님의 사례를 덧붙이면 좋겠지. 아마 읽는 이가 훨씬 더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가 될 수 있을 거야. 글쓰기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다 보니 ‘합포만의 아침’ 외의 다른 메일은 예를 들어 설명할 시간이 모자라는구나. 그건 다음번 논술탐험 때 얘기를 나누자꾸나.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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