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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7) 진주 진양호의 노을

하늘 끝까지 호수 속까지 물들인 노을

  • 기사입력 : 2013-02-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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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시 진양호공원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노을./진주시 제공/
    진양호공원 전망대로 오르는 ‘1년 계단’.
    진양호공원 전망대.



    진주의 자랑 중 하나로 ‘진양호 노을’을 빼놓을 수 없다. 진주를 찾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 바로 진양호다.

    멀리 덕유산에서 발원한 경호강과 지리산에서 시작된 덕천강이 만나 남강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호수가 바로 진양호다.

    진양호 전망대에 올라서면 가슴속 찌꺼기가 말끔히 씻겨 나갈 듯 탁 트인 진양호와 장엄하기까지 한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답고 위대한 자연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자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황홀하게 느껴진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인 지난 18일, 댐 조성을 위해 인공으로 만든 진양호를 찾았는데 이를 둘러싼 호반도로는 벌써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실타래처럼 구불구불한 호반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진양호는 ‘천의 얼굴’을 가진 호수로 때로는 울창한 산자락 사이를 흐르는 계곡 같기도 하고, 때로는 크고 작은 섬을 보듬은 바다처럼 웅장하다.

    덕유산과 지리산의 실핏줄 같은 계곡을 쉼 없이 달려온 덕천강과 경호강이 만나는 드넓은 호수는 보는 위치와 계절, 그리고 아침저녁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진주 사람들조차 진양호의 풍경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의 젖줄인 진양호가 완공된 때는 지난 1970년. 진주시 내동면과 대평면, 사천시 곤명면, 산청군 단성면 일부가 수몰되면서 육지 속의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만들어졌다.

    진양호는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친 남강댐 숭상공사를 거쳐 면적 29.4㎢, 유역면적 2285㎢, 저수량 3억1000만t이다. 남강을 막아서 만든 남강댐에 의해 생긴 인공호수다. 홍수 조절과 주변 일대의 상수도·관개용수·공업용수 등으로 이용되며 물이 맑고 주변 경관이 좋아 진주시의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진양호공원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휴식처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경남도 유일의 동물원에서는 호랑이, 사자, 곰, 독수리, 기린 등 야생동물을 관람할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진양호 전망대는 3층 규모의 현대식 휴게 전망대로 시원하게 트인 넓은 호반과 주변 시가지, 지리산, 와룡산, 자굴산, 금오산 등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와 연결된 365개의 ‘1년 계단’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있고, 대곡면과 수곡면 등의 아름다운 산들이 호수에 닿아 있는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우약정도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장소이다.

    종합복지타운인 상락원이나 가족쉼터의 휴식 공간, 동물원, 진주랜드의 오락공간 등에서는 다양한 즐거움과 볼거리를 체험할 수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인 진양호는 1급수인 데다, 수초 등 새들의 먹이도 풍부해 겨울엔 큰고니 등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변신한다. 진입로가 없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경호강 줄기의 동쪽 수변은 우리나라 최대의 수달 서식지로 밝혀질 만큼 청정지역이다.

    진양호가 가장 아름다운 곳은 상류의 대평교에서 하류의 진수대교를 잇는 약 14㎞ 구간으로, 섬으로 변한 산봉우리와 크고 작은 수초섬들이 두루마리 그림처럼 펼쳐진다. 수몰되기 전 마을과 텃밭이 자리 잡았던 수백만 평의 갈대밭 습지엔 고사목으로 변한 유실수 몇 그루가 한때 사람이 살았던 곳임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대평교 서쪽의 옥방동은 수몰 과정에서 2500년 전 청동기시대의 유물 1만2573점과 함께 목 없는 시신과 돌화살 4개를 맞고 숨진 시신이 발견됐던 곳이다. 식량을 둘러싸고 부족 간에 전쟁이 벌어졌던 사실을 증명하는 귀중한 증거물로, KBS 역사스페셜 ‘2500년 전 한반도는 전쟁 중이었다’는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곳이다.

    또 하촌리 물안개휴게소 인근 습지는 창녕 우포늪을 연상케 하는 새벽 물안개와 백로 무리가 만들어내는 풍경으로 인해 한 편의 시처럼 서정적이다.

    이곳은 거울 같은 수면에 비친 제 모습에 취해 넋을 잃고 있는 고사목과 고사목 가지를 쉼터로 삼은 백로 등 모든 동식물이 나르시스로 변하는 신비의 습지다.

    ‘애수의 소야곡’이 동심원을 그리며 진양호로 퍼져 나갈 무렵 진양호공원의 전망대인 우약정에 오르면 겹겹의 산에 둘러싸인 진양호의 황홀한 노을이 기다린다. 경호강과 덕천강을 이루는 두 갈래 물줄기가 지리산과 덕유산을 거슬러 오르고 조정선수들의 힘찬 구령과 함께 형형색색의 보트가 쐐기 모양의 물결을 만들어 내며 황금빛 호수를 가른다.

    이어 수초섬에서 날아오른 백로 서너 마리가 지는 해를 배경으로 그립엽서를 그리면 양귀비꽃보다 더 붉고 강낭콩보다 더 푸른 진양호의 물은 진주성을 보듬은 남강을 향해 500년 전처럼 소리 없이 흐른다.

    진양호 호반도로는 아직 완전히 연결되지 않아 일부 구간은 우회를 해야 한다. 진주에서 산청 방향 3번 국도를 달리다 명석면 오미리에서 대평 방향 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호반도로가 시작된다. 벚꽃이 만발하는 3월에는 마라톤대회와 함께 승용차로 쉬엄쉬엄 구경하며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이면 족하다.

    진양호를 한눈에 굽어보려면 남강댐 물홍보관이나 진양호공원의 전망대를 찾아야 한다. 해질녘 아시아레이크사이드호텔의 테라스에서 차 한 잔의 여유로움과 함께하는 진양호의 노을이 감동적이다.

    진양호공원에는 동물원, 진주랜드, 산책로, 365계단, 선착장 등 다양한 놀이시설이 갖춰져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높다.

    특히 선착장 인근의 남인수 광장에는 남강댐 공사를 시작하던 1962년에 44세의 나이로 요절한 진주 출신의 가수 남인수를 기리는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선 ‘애수의 소야곡’, ‘무너진 사랑탑’,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 그의 대표곡들이 하루 종일 흐른다.

    진양호를 찾아가려면 진주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진양호행 시내버스를 타거나, 사천공항에서 승용차로 20분, 고속도로에서 서진주인터체인지로 빠져나와 2분 정도 달리면 나온다.

    정경규 기자 jkgyu@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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