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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제2 대학병원 설립 논의’ 불을 지피자- 허충호(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13-02-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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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한 지인의 부인이 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부인을 급히 서울의 큰 병원에 입원시켰다. 부인이 중병에 걸린 상황이니 생활리듬이 다 깨졌다. 부인도 부인이지만 그도 간병하랴 사업하랴 정신이 없다. 거주지인 창원에서 암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불편이 덜하련만, 현재 창원의 의료 인프라는 그의 바람을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열악하다.

    명색이 경남 수부도시라지만 규모가 작은 도시에도 있는 의과대학병원이 없다. 인구 110만 명의 대도시로 인근 김해·함안권을 포함하면 200만 명에 달하는 지역에 이런 인프라가 없다.

    사정이 이러니 중부 경남지역의 중증 암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을 찾아 인근 부산이나 멀리 서울로 간다. 도내에서 발생하는 암 환자의 58%가 부산, 24%는 서울지역 병원을 이용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고개만 돌리면 병·의원 건물이 보이는 창원이지만 큰 병 들면 당장 떠오르는 게 부산이고 서울이니 답답한 현실이다.

    인구 330만 명의 경남 전체를 놓고 봐도 썩 내세울 게 없다. 의대라고 해야 경상대병원이 유일하다. 인구 150만 명의 강원도에 4개, 340만 대전 충남에는 5개나 있는 데 말이다. 비슷한 인구규모인 경남에 단 한 개뿐인 의과대학, 그야말로 초라한 현황판이다.

    그나마 경상대가 창원 삼정자동에 3825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700병상 규모의 경상대병원을 오는 2015년 말 개원 예정으로 설립 중이니 최소한 ‘체면치레’는 하게 됐다고 해야 할까. 창원대도 산업의대를 설립하려고 힘을 모으고 있으니 지켜볼 일이다.

    이찬규 창원대 총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구 50만 제주에는 의과대학이 있고, 인구 150만 정도의 강원도에도 4개, 340만의 대전·충남에는 5개나 있다. 창원시와 규모가 비슷한 대전시에는 대학병원만 해도 5개나 있는데 경상대 병원이 있다고 해서 창원대 의과대학 설립이 안 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총장의 주장에 동의한다. 창원대의 의대 유치 움직임은 사실 ‘산업보건 분야 특화 의대’ 설립을 의미하니 일반적인 의대와는 다소 차별화돼 있는 게 옥에 티라면 티다. 문제는 2개의 국립대학이 한 지역에 의대 건물을 만들게 되는 것이니 정부당국이 창원대의 손을 얼마나 높이 들어줄지 미지수다.

    시간도 그렇다. 부산대가 양산에 부속병원을 건립하는 데 무려 18년이 걸렸다. 경북대 의대가 437억 원 예산을 투입하는 칠곡 분원을 건립하는 데 꼬박 9년이 걸렸다. 여러 제약 요소를 제거하고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시간이 장기화되는 게 병원 인가와 국비 확보 문제니 두고 볼 일이긴 하다.

    국립대학과 별도로 민간병원인 한마음병원이 의대 설립 및 부속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초라한 현황판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일이다. 한마음병원은 기존 400병상에 더해 1000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을 만들어 의과대 부속병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의료산업은 건강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부가가치와 함께 경제적 효과도 높은 산업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의료산업은 약 6조 달러 규모로 반도체 산업의 20배, 농업의 30배에 이른다고 평가한다.

    국내 의료 산업 또한 매년 10%의 성장세를 보여 왔고, 전체 의료 산업의 80%는 병원 중심의 서비스 산업이다. 고용유발계수도 2009년 기준 13명으로 제조업(5.8명)의 2배를 넘는다니 의료산업을 확충하는 것은 주민건강의 질 제고나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일이다.

    내일모레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때맞춰 창원도 지방의 위상에 걸맞은 의대 설립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그 형태가 국립대학병원이든 사립대학병원이든 가릴 이유가 없다. 등샤오핑(鄧小平)의 말처럼 흑묘백모(黑猫白猫)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최고다.

    사립대학병원이 설립 여건을 갖췄다면 사립부터, 국립이 더 빨리 진척시킬 수 있다면 국립이 먼저 하면 된다. 자칭 메가시티라는 창원의 위상에 걸맞은 의과대학 설립 논의, 이제 활발하게 해보자.

    허충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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