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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한 지붕 두 가족 ‘따로 공모전’… 낭비일까, 활력일까

  • 기사입력 : 2013-02-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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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제25회 성산미술대전 심사장 모습.
    지난해 제3회 3·15미술대전 심사 모습.


    ‘△△미술대전 특선’, ‘○○미술대전 입선’…. ‘웬만큼 활동했다’ 싶은 화가의 이력에 빠지지 않는 공모전 수상 경력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공모전에서 입상 경력이 화가의 작품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공모전 위상이 예전같지 않은 것이 사실. 창원에서도 성격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공모전이 두 개나 열리고 있어 ‘불필요한 공모전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미술계 일각에서는 공모전이 많아 나쁠 것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한 지역미술계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봤다.


    ▲성산미술대전 & 3·15미술대전

    매년 봄이 되면 창원에서는 ‘성산미술대전’과 ‘3·15미술대전’ 공모전 두 개가 치러진다. 성산미술대전은 창원미술협회와 성산아트홀이 주최하며, ‘가야미술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창원미술대전’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성산아트홀 준공 이후에 ‘성산미술대전’으로 바뀌어 현재 25회에 이르고 있다. 한국화, 서양화, 조각, 공예, 서예 5개 분야로 시작해 현재 한국화, 서양화, 민화, 시각디자인, 일러스트, 공예, 서예(한글/한문), 문인화, 서각 10개 분야로 늘었다. 출품수도 1회에 282점이었던 것이 차츰 늘어 2012년 840점이 모집됐다.

    3·15미술대전은 ‘3·15 정신을 이어가자’는 의미로 마산미술협회와 3·15아트센터가 주최하며 입체, 평면, 서예 분야로 나눠 모집한다. 2010년 시작돼 2012년 제3회를 맞았으며 약 400명이 응모했다.



    ▲두 공모전 무엇이 문제인가?

    두 공모전에 대해 ‘다양한 공모전은 지역미술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창원시가 마산시와 진해시를 아우르는 통합시로 거듭나면서, 각 단체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시점에서 창원미술협회 마산미술협회 진해미술협회가 통합되지 못한 채 존속하고 있는 점과, 창원미술협회와 마산미술협회가 창원문화재단과 공동주최로 각기 다른 공모전을 치르는 데 대한 적합성이 제기되고 있다. 즉 두 미술협회가 같은 시 관할에서, 동일한 재단의 후원을 받아 각기 비슷한 공모전을 운영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창원문화재단은 “두 공모전을 같은 재단에서 각기 후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둘을 합쳐서 하나의 내실 있는 공모전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면 상금도 올라가고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각자의 것만 고수하지 말고 상생하려는 두 협회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다.



    ▲성산미술대전에서 손 떼는 성산아트홀

    성산아트홀은 2013년부터 성산미술대전 공동주최를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성산아트홀 측은 “문화재단이 공모전을 주최하는 경우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 미술협회의 수익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공모전에 재단이 관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공동주최에는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장소를 제공하는 후원의 개념이 컸다. 25회 정도 대회를 치러왔다면 자생력이 생길 때도 됐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올해 26회부터는 창원미술협회가 독자적으로 대회를 치러야 할 상황. 이에 창원미술협회는 “자력으로 치를 생각이다. 한 달이던 대관 기간을 반으로 줄이고 작품 반출도 하루 만에 신속히 끝내는 등 새로운 계획안을 짜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성산아트홀은 성산미술대전 공동주최를 하지 않는 대신 창원미술협회 회원들의 스케치 기행을 후원하기로 했다. 창원의 명소를 탐방해 작품으로 남기고, 전시까지 마치는 행사 전반을 아트홀 측에서 매년 후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공모전, 뚜렷한 색깔이 필요하다

    현재 성산, 3·15미술대전 모두 응모자들에게 응모작 1~2점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1점당 5만 원, 2점을 낼 경우 8만 원의 참가비를 받는다. 지금껏 창원문화재단에서 전시실을 후원한 덕택에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가량 되는 대관료를 세이브하고 참가비로 여러 가지 경비를 충당해왔다. 창원미술협회는 “1200점 정도 모집돼야 200만 원 정도 흑자가 남는다. 상금만도 2000만 원 이상 나간다. 따라서 거의 매년 적자 안 나면 다행”이라고 밝혔다. 마산미술협회도 “매년 600점은 모집되어야 흑자를 본다. 매년 적자다”고 말한다. 즉, 두 공모전 모두 수익사업으로서의 기능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것. 또 두 공모전 모두 뚜렷한 색깔 없이 타지역 공모전과 비슷하게 치러지면서 존립 여부에 관한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두 공모전이 존속하는 데에는 경남지역 미술 초심자들이 화단에 데뷔할 수 있는 공식적 루트로서 활용돼 왔다는 점이 가장 크다. 이강민 창원미술협회장은 “대한민국미술대전도 문제가 많지만 여전히 존치한다. 신인 데뷔 무대로 여전히 기능하고, 12점이라는 포인트를 얻고 또다시 5~6년 이상 활동해야만 초대작가가 될 수 있기에 기성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각 미술협회의 반응

    아울러 이 회장은 “공모전 입상이 작품세계를 평가하는 기준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공식적이고 가시적인 목표 없이 지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힘들어하는 작가들이 많다”고 말한다. 정외영 마산미술협회장은 “생활밀착형 미술이라고 말들 하는데, 그것을 실현하는 통로가 공모전이다. 또 예술인들과 지역민들을 배려하는 취지로 비어 있는 전시공간을 공모전에 활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두 협회 모두 “힘 닿는 데까지 독자적으로라도 운영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공모전, 21세기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① 금품·학연·지연 ‘악의 고리’ 끊자
    ② ‘입상 확률 50% 이상’ 상 남발 막자
    ③ 도식적 장르 구분·평가 타파하자

    지난 2007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모전으로 일컫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이 대대적인 검찰수사를 받았다. 1차 심사에서 낙선한 작품 3점이 특선으로 둔갑하고,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미술대전뿐 아니라 전국의 여타 미술대전에서도 공공연히 일어나는 일이다.

    금품뿐 아니라 학연과 지연이 작용하는 인맥문제도 고질적이다. 성산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화가 A 씨는 “문하생의 작품이 대상 후보작으로 올라와 있었는데 차마 내 손으로 뽑을 수 없었다. 결국 자진해서 문하생의 작품을 후보작에서 내렸다. 그런데 뒤에 알고 보니 다른 심사위원들은 자기 문하생, 선후배 작품을 입상시키려 안달이었다. 이후엔 심사위원에 위촉돼도 고사했다”고 말했다.

    또 응모자의 반 이상이 입상하는 수상 남발에 따른 질적 저하도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성산미술대전은 작년 한 해 840점 응모작 중 538점이 입상했으며 3·15미술대전은 400여 명 응모자 중 235명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포트폴리오를 1차적으로 제출한 뒤, 주제에 맞는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지명공모제 도입 등을 검토해 수상자 소수정예화가 필요하다. 무조건 많이 참여시키는 것이 수익이 아니라, 대회의 위상을 높여 참신한 신인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진정한 이익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공모전에서 근대적이고 도식적 장르 구분과 평가가 답습되면서 신예작가들의 새로운 작업 방향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미술기획가 윤태건 The Ton 대표는 “결국 이 모든 것은 공모전을 주최하는 미술협회가 운영위원이나 심사위원 선정 등 기득권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고 말해 자구노력 없이는 공모전 개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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