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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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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김일한 한국토종닭협회 부산경남지회장

“품질·맛 뛰어난 토종닭 보급 이어갈 겁니다”
창녕서 토종어류 양식하다 실패 후 재래닭 키우며 ‘닭’ 사업 시작
축산과학원 종계기술 1호 이전 받아 무항생제 ‘우리맛닭’ 사육

  • 기사입력 : 2013-02-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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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일한 한국토종닭협회 부산경남지회장이 창녕군 대합면 도개리 엘림농장에서 토종닭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일한 회장이 부화 중인 계란을 들어보이고 있다.



    “품질과 맛이라는 장인정신으로 힘들지만 무항생제 친환경 토종닭 사육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외래품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닭시장에서 15년째 우리 토종닭을 키우고 있는 김일한(50) 한국토종닭협회 부산경남지회장은 토종을 지키는 애착심으로 부화를 준비중인 발육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 회장의 사업장은 창녕 엘림농장(대합면 도개리)이다.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친환경·인증 농식품 명품대회에서 그의 토종닭 (상표명 우리맛닭)이 명품으로 선정됐고, 농업인의 날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또 매년 유정란 2만여 개(1000만 원 상당)를 교도소 및 장애인 복지재단 등에 기부하는 꾸준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연 80만개 부화

    지난주 그의 농장을 찾았다. 그는 발육실에서 온도와 습도를 점검하며, 계란이 별탈 없이 부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발육실은 항상 화씨 100도(섭씨 37.5도), 습도 60%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1시간에 한 번씩 계란이 상하좌우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어미닭이 알을 품을 때의 환경과 같이 하기 위해서란다.

    이곳에서 계란은 18일간 머물러 있다가 발생실로 옮겨진다. 발생실은 계란이 껍데기를 깨고 나오기 전에 머무르는 곳이다. 3일이 지나면 병아리로 탄생한다. 100일 정도 키운 후 출하한다.

    엘림농장은 연 80만 개의 계란을 부화시켜 25만 마리 정도는 직접 키우고, 나머지는 분양을 한다. 주로 수천 마리 단위로 각 군 농업기술센터에 병아리를 보급하고 인근 주민들에게도 판매를 하고 있다.

    종계는 1만 마리까지 키우다가 지금은 3000마리 정도 키우고 있다.



    ◆토종과의 만남

    그는 창녕 남지가 고향이다. 부산 수산대 양식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고향인 창녕에서 토종어류인 잉어와 붕어를 키우며 관광농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농원사업은 만만치 않았다. 어류를 출하하는 데 2년이 걸리는 등 회전율이 낮아 IMF 외환위기 때 도산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토종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갔다. 우리 전통의 토종들이 도태되는 것이 안타까워 사업구상을 하던 중 토종닭에 눈길을 돌렸고, 순수 재래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재래닭은 출하하는 데 6개월 정도 걸렸다. 어류보다는 회전이 빨라 사업성도 좋겠다 싶어 관광농원에서 3만 마리 정도를 키우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일반 토종닭에 비해 크기가 60% 정도밖에 되지 않아 판로개척에 애를 먹다가 또 실패하고 말았다.

    “재래닭이 맛은 있는데 크기가 작고, 사료값도 많이 들어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빚만 잔뜩 늘었지요.”

    그는 시중에 유통되는 닭의 ‘사료지수’를 열거하며 사료를 얼마만큼 먹여야 닭의 무게가 1㎏이 느는지 설명했다. “육계는 1.6㎏, 토종닭은 3.4㎏, 우리맛닭은 5㎏, 재래닭은 7㎏정도의 사료를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무항생제 우리맛닭

    우리맛닭은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이 재래닭 품종복원 실용화 사업을 추진해 얻어낸 첫 결실을 ‘우리맛닭’이라는 상표로 브랜드화한 고품질 토종닭이다.

    김 회장의 엘림농장은 축산과학원 종계기술 1호 이전업체이다.

    우리맛닭은 일반 육계에 비해 콜라겐 함량이 높아 탄력감과 쫄깃한 육질을 가지고 있고 후각과 미각을 돕는 성분인 맛 관련 아미노산 성분이 함유돼 맛도 뛰어나다. 또한 유전형질이 순계에 기반하고 있어 외모적인 특징이 균일하고 특히 수컷은 깃이 화려하고 위풍당당하다. 정강이 부분의 껍질이 검푸른 색을 띠어 다른 육계나 유사토종닭과 구분이 가능하다. 특히 혈통확인이 불가능하고 종계와 실용계의 구분이 없어 방역관리가 불가능하던 기존 토종닭에 비해 우리맛닭은 순계, 종계, 실용계 단계의 구분이 명확하고 종계에서 요구하는 방역관리와 능력개량도 가능하다.

    엘림농장 닭은 항생제를 먹이지 않아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항생제 대신 곡물사료 1t에 숯가루와 매실, 마늘, 양파, 비타민제 등 첨가제를 5㎏ 정도 섞는다.

    김 회장은 “우리맛닭은 몸집이 크지도 않아 백숙을 하면 가슴살이 전혀 퍽퍽하지 않고 일반 육계보다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이 18배나 많고 콜라겐 함량이 높아 육질이 쫄깃하고 육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판매 부진에 파산위기도

    축산과학원은 토종닭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2002년부터 전국 32개 농가에 우리맛닭을 보급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사육환경과 판매망의 미구축 등으로 대부분 실패하고 엘림농장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김 회장은 “종계를 키우며, 자체영업을 통해 판로개척을 해 나갔지만 불안정한 판매망으로 인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정부에서 우리맛닭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유명백화점 등에서 주문량이 늘었지만, 그해 여름 성수기 때 비가 많이 와 예상보다 판매가 부진하자 백화점의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파산직전까지 몰렸던 것이다.

    우리맛닭의 경우 100일 전에 물량공급 계획을 세워 출하를 준비하는데, 갑자기 주문이 줄어들면서 재고가 급속하게 늘어난 것이다.

    “하루 평균 사료값이 600만 원 정도 들어가는데 그 당시에는 1500만 원 이상 나갈 때도 있었죠. 먹는 음식이라 재고상품으로 남기기 어렵기 때문에 자금압박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후 냉동설비를 보완해,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할 수 있었죠.”



    ◆새로운 판로개척 위해

    김 회장은 새로운 판로개척을 위해 차별화된 레토르트 가공품(즉석가열식품) 개발과 ‘천년지계’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홍콩 쪽 바이어를 통해 삼계탕과 백숙 시제품을 보내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홍콩은 겨울에 집중적으로 판매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소비패턴이 반대로 되어 있어 농장활용도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토종닭에 맞는 전용사료를 개발했고, 생산시설도 준비하고 있다. 연내 완공될 계획으로 질 좋은 토종닭 개발과 가격인하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토종닭이 한 종으로 축산법에 등재됐지만, 전용 도계장 설치 등이 아직 미비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토종닭은 육계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털이 뽑히고 시간도 더 걸려 육계 위주로 설비된 도계장에서 우리는 찬밥신세”라며 토종닭 전용 도계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창녕 친환경연합회 사무국장을 맡아 무농약·무항생제 농법을 보급하고 있으며 충북 금산의 벤처농업대학을 다니면서 토종닭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토종닭이 계속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어렵더라도 토종닭 보급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글= 이종훈 기자 leejh@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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