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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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식에 대한 생사여탈권이 없다- 허영희(한국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자식은 독립된 생명권의 주체… 부모는 생명 빼앗을 권리 없어

  • 기사입력 : 2013-03-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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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우리 경남 지역에서 우울증을 앓던 주부가 여섯 살 아들과 함께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웃한 곳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필자에게는 대단히 큰 충격이었고 가슴 아팠다. 대한민국에서 자살은 드문 사건이 아니다. 2008년 1만2858명, 2009년 1만5412명이던 것이 2011년에는 1만5906명, 2012년에는 1만642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45명이 자살을 선택한 셈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이 자살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벗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가족 동반자살’은 서구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특수한 자살 유형이다. 가족 동반자살에서 필자가 문제로 제기하는 것은 어린 자식을 먼저 죽이고, 부모가 자살을 선택하는 유형이다. 우리 사회는 어린 자식과 함께하는 자살을 ‘동반자살’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것이다. 왜냐하면 판단능력이 없는 어린 자식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어린 아이를 죽이고 자살을 선택하는 사건이 많은 것일까?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부모들의 특별한 자식관(?)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부모의 자식사랑은 각별하다. 물론 자기 자식에 대한 애착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중한 존재라는 것과 나의 소유물이라는 것은 엄연히 구별해야 한다. 부모의 몸을 빌려 나온 자식은 독립된 생명권의 주체이다. 그 누구도 타인의 삶과 죽음에 관여하거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부모는 어린 자식들이 독립하여 살 수 있을 때까지 형편에 맞게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자식을 마치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고, 자식의 성장과 발전을 부모의 그것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자식을 엄친아(엄마친구아들)와 비교하면서, 남들보다 더 잘되기를 강요한다.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린 자식들은 부모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그중 시험 성적 비관, 부모와의 갈등 등을 이유로 자살한 사건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헌신’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로서는 내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는데, 자식이 부모의 뜻에 따라주지 않는다거나,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거나 극도의 허탈감을 느끼고 심지어 우울증까지 겪게 된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부모와 자식은 거래관계가 아니다. 주는 것만큼 받아야 하는 관계도 아니고, 받은 만큼 주어야 하는 관계도 아니다. 주는 것만큼 받을 것을 기대하는 부모의 생각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다.

    세상을 뜨고 나면 홀로 남겨질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자식이 부모의 소유라고 하는 잠재적 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부모는 자식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죽으려면 자식은 죽이지 말고 혼자 가시오’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자살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죽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동시에 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질병이나 경제적 빈곤 등 생활고 때문이 아니라, 더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고, 사회적 책임이다. 자식에게 부모는 그 자체로 희망이다.

    부모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식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된다. 지금 이 순간 자살을 생각한다면, 생명의 전화(1588-9191)를 걸어 보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삶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허영희(한국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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