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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육아카페 ‘창원 줌마렐라’ 운영자 임경아 씨

“또래 엄마들과 즐겁게 소통하다 줌마렐라 됐어요”

  • 기사입력 : 2013-03-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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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경아(여성행복연구소 소장) 씨가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2동 대동주상가 2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원 줌마렐라’ 홈페이지 메인화면이 뜬 태블릿 PC를 들고 웃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육아의 달인’으로 통하는 여자가 있다. 창원과 김해, 거제, 부산 등 4개 지역의 ‘임신·육아 카페’를 운영하고, 정모(카페 정기모임)를 통해 매달 500여 명의 엄마들을 만나고 강의를 한다. 산부인과와 인구보건협회에서 마련한 특강에도 초빙되는 태교 강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비영리단체 ‘여성행복연구소’를 만들어 각종 육아 관련 사업 구상에 분주하다.

    전력만 살펴보면 유아교육이나 사회복지를 전공한 전문가가 떠오르지만, 그녀의 정체는 창원에 사는 지극히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다. 대학도 졸업하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결혼했지만, 아줌마가 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적성과 꿈을 찾았다는 자타공인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임경아(31) 씨를 만났다.


    ▲산후우울증 극복하려 인터넷 찾다

    임 씨는 스물넷에 결혼을 했다. 뜻하지 않았던 임신으로 급하게 서두른 결혼이었다. 준비되지 않았던 임신과 결혼생활은 20대 초반의 철없고 욕심 많았던 그녀에게 부담스러웠다.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한 임 씨는 산후우울증이라는 큰 고비를 맞게 됐다.

    “출산 후 아이와 단둘만 집에 하루 종일 있는데,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어요. 일하거나 공부하는 친구들과는 이야기도 안 통하고, 후회되고 짜증이 났죠.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창문을 보면서 아이를 베란다 밖으로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스스로도 놀라서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임 씨는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다. 미혼시절 누구보다 활달하고, 친구를 좋아했었던 그녀였다. 또래 친구들과는 대화의 괴리가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 육아카페를 기웃거리며, ‘엄마 친구’들을 찾았다. 인터넷에서 만난 엄마들과는 서로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적극적인 그녀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한 육아카페의 ‘마산방’에서 정모를 제안한다. 그리고 댓글을 통해 54명의 ‘마산’에 사는 엄마들이 모이기로 약속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소수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50여 명이나 되니까 대체 어디서 모여야 되나 고민됐죠. 그러다 뷔페를 생각했고 예약을 했죠. 단체손님이라 반갑다며 방을 예쁘게 꾸며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임 씨는 모임준비가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었다. 그녀는 괜스레 고마운 마음에 시기가 지나서 못 쓰는 수유패드, 장난감, 기저귀 등을 가방에 챙겼다. 모임에서 추첨을 통해 나눠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녀가 모임을 주최한 원죄(?)에, 또 오지랖 넓은 성격 탓에 그녀는 모임에서 마이크를 쥐게 됐다. 많은 사람 앞에서 처음 마이크를 쥔 그녀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가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이 웃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는 모처럼 크게 웃었다.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가 되다

    마산 아줌마들의 모임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았다. 조금 더 활발한 소통을 위해 이들은 ‘마산맘의 무한도전’이라는 별도의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운영자는 첫 모임에서 설쳤던(?), 가장 나이 어린 임 씨의 몫이었다.

    이후 그녀는 매월 카페 정모를 열었다. 매월 수십 명에서 100여 명의 엄마들이 모여들었다.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그녀는 마티즈에 아이를 태우고 지역의 육아관련 업체를 다니며 후원을 요청했다. “지역 엄마들이 모이는데 좋은 제품 후원을 하면, 홍보가 될 테니 지원해 달라”고. 말 그대로 ‘아줌마 정신’이었다.

    재미가 있어서였을까. 생애 처음 하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꽤 능수능란했다. 늘 모임을 새롭게 기획했고, 아기 개월수별, 나이별 등등 모임도 세분화해서 주최했다. 베이비 샤워, 임산부 강좌 등의 반응은 뜨거웠다.

    “회원들이 꾸준히 늘더라고요. 신랑이랑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마산에 아기엄마들이 이렇게 많다며 매일 신기해했어요. 1만 명이 넘으면서는 사명감 같은 것도 들었어요.”

    2007년 시작한 카페는 6년이 흐르면서, 이름도 창원 통합시에 맞춰 ‘창원 줌마렐라’로 변신했고, 회원 수도 이제 4만 명에 이른다. 창원 육아카페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정모의 경우 인원 100명을 모집하는 데 500명이 신청할 정도로 경쟁률도 높다. 임 씨는 창원줌마렐라를 기반으로 김해, 거제, 부산 줌마렐라도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임 씨가 정모에서 강의를 시작한 것이었다. 초창기에는 행사만 진행하는데 그쳤지만,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해 이제는 한 시간 정도의 육아 관련 강의는 거뜬하다. 강의 내용은 주로 자신이 실패했던 육아 사례다. 그녀의 강의는 소문을 타고 산부인과와 인구보건협회 등 다양한 강좌에도 초빙되고 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니까, 두 아이를 키우면서 몸으로 체득한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카페에 매일 올라오는 엄마들의 진짜 육아 현장 이야기도 참고하죠. 물론 집집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정답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어요. 제가 그랬듯이 엄마들한테는 그런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카페를 통한 수익도 생겼다. 하루 종일 카페 활성화를 위해 힘써온 결과가 자연스레 따라온 것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한 달 월급처럼 가져갈 수 있는 돈이 평균 200만 원 안팎이다. 수익은 카페 홍보게시판을 통해서 얻는다. 광고대행업으로 사업자 등록도 마쳤다.

    “카페가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이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겠다며 오해하기도 해요. 그래서 사업자 등록도 하고, 사무실도 내서 투명하게 회계관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카페 규모가 커지면서 혼자 관리하기에 버겁기도 했고요. 수익의 대부분은 카페 운영에 다시 투자해요. 정모 때 전문 강사를 모셔오고, 회원들을 위한 경품을 마련하는 식이지요. 이제는 단순한 친목카페가 아닌 창원지역 엄마들을 위한 대표적인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요.”

    회원들에게 중고물품을 받아서 미혼모 지원센터에 기부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도 그 책임감의 일환이다.

    그러나 카페가 커지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온라인 카페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회원 수가 많다 보니 갖은 부작용도 생기더라고요. 한 업체에 대해 불만 글이 올라오면, 그 업체가 입는 이미지 타격이 엄청나게 커지거든요. 그래서 늘 회원들에게 음해성·광고성 게시글이나 편향적인 글을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지요. 또 한 엄마가 시댁에 대한 불만을 올렸는데, 그게 시댁 귀에 들어가서 이혼 위기까지 가기도 하구요. 이후로 익명방인 ‘속풀이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7년,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가 CEO가 되고, 육아 전문 강사가 됐다.

    “처음부터 돈이 될 거라고, 내 일이 될 거라고 시작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즐겁게 하다 보니깐 여기까지 왔죠. 제가 바로 줌마렐라 아닌가요?(웃음)”



    ▲꿈, 나를 넘어서다

    그녀는 최근 비영리 단체인 한국 ‘여성행복연구소’를 만들었다.

    “엄마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 사업을 하고 싶은데, 카페 이름으로는 힘들더라고요. 오해하는 시선도 많고, 한계도 있고요. 그래서 올해 초 비영리단체를 만들었어요. 이 단체를 통해 엄마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좋은 일을 시도하고 싶어요.”

    구체적인 계획은 ‘아기동반 음악회’, ‘아기동반 영화관람’ 등 엄마와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행사다.

    “사실상 많은 엄마들이 아기를 낳고, 어느 정도 키울 때까지 문화활동도 제대로 못해요. 그런 엄마들의 고충을 같이 해결해 보고 싶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지잖아요. 가정의 행복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은 거죠.”

    그리고 그녀는 또 하나의 꿈을 만들었다. 태교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강사가 되는 것이다.

    “제가 준비되지 않은 임신을 했잖아요. 너무 힘들었고, 저와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태교는 엄마가 행복한 게 정답이거든요. 그래서 제 경험을 토대로 임산부들을 위한 활동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태교강사를 활성화시키고 싶은 꿈도 있고요.”

    임 씨는 꿈을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CS자격증 등 다양한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여자의 인생에서 결혼과 출산은 아주 중요한 사건이잖아요. ‘줌마렐라’를 통해 지역 엄마들과 그 중요한 시기를 함께 나누고, 또 엄마들이 더 지혜롭고 행복하게 그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제가 아니까요.”


    글= 조고운 기자

    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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