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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10) 거제 망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파도에 출렁 안개에 일렁 춤추는 다도해

  • 기사입력 : 2013-03-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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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시 남부면 망산에서 내려다본 다도해. 아름다운 섬들이 바다 위에 끝없이 펼쳐져 있다.
    거제 망산 정상 너럭바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바다 위에 대병대도·소병대도 등 섬들이 떠 있다.


    거제시의 10대 명산 중 정상에 ‘천하일경(天下一景)’이라는 비석이 세워진 유일한 곳이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대·소병대도, 매물도, 가왕도, 성문도, 대덕도, 소덕도, 장사도, 비진도, 죽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한려수도와 일본 대마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도해와 만물상을 바라보는 경치만큼은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거제 최남단에 위치한 남부면 망산(望山)과 천장산(天裝山)은 저구만과 다대만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해발 397m의 산이다. 거제 8경 중 4경에 속하는 ‘다도해’를 이들 산이 뒤에서 품고 있는 형상이다.

    망산과 천장산은 괴암기석(怪岩奇石)의 만물상(萬物相)을 한 돌조각이 병풍처럼 둘려져 있다. 시시각각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천태만상으로 변한다.

    한려수도의 최대 풍광을 찾아 지난 8일 망산과 천장산으로 향했다.

    산행은 저구리 주유소 앞 삼거리, 명사해수욕장, 홍포마을, 여차마을 등 4개의 코스에 시작된다. 이 중 가장 거리가 짧은 홍포마을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코스(1㎞)를 선택했다. 다도해 풍광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비만 오면 무지개가 서는 마을이라 해서 ‘홍포(虹浦)’라고 불린다.

    이날은 운이 좋았다. 차량으로 홍포마을까지 가는 내내 해무(海霧)가 짙게 깔려 다도해 풍광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명사해수욕장을 지나고 커브길을 돌아 홍포마을 초입에 들어서니 강한 햇빛에 해무가 걷히고, 오른쪽으로 잔잔한 파도가 넘실대는 쪽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도로변에 주차하고 산행 준비를 위해 시내버스 정류장 옆 편의점에 잠시 들렀다.

    “오전 내내 해무가 짙게 깔려 시야가 100m도 트이지 않아 산행을 포기하고 돌아갔는데, 오후가 되면서 해무가 사라져 운이 좋네요”라며 편의점 주인이 활짝 웃었다.

    시내버스 정류장 뒤 공중화장실 앞 삼거리 표지판에서 좌측으로 가파른 산길과 돌계단, 목계단을 올라야 한다.

    40분 정도 산을 오르자, 망산과 천장산 갈림길 능선에 도착했다. 좌측으로 20분 정도 더 가면 망산 정상에 ‘천하일경’이란 말이 새겨진 비석이 보인다.

    망산은 고려 말에 국운이 기울면서 왜구의 침입이 잦아지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 정상에 올라 왜구 선박을 감시하기 위해 망을 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인 큼직한 너럭바위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은 ‘과연 천하제일이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동쪽으로 여차마을 무지개 해안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를 향해 길게 튀어나온 좌측 167m봉과 우측 167m봉 사이의 여차마을의 풍광은 이름처럼 동화 속 마을 같다.

    여차마을 해안변에는 선사시대 공룡이 살았던 곳으로 수년 전에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돼 고고학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너럭바위 동쪽 끝에 서자 그제서야 기다렸던 천하일경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담한 홍포마을 뒤로 대병대도, 소병대도, 가왕도, 성문도, 장사도, 비진도, 욕지도, 한산도, 추봉도 등 한려수도의 무수한 섬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낸다.

    통영에서 해금강을 찾는 유람선이 섬과 섬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고, 고기 뱃길 따라 갈매기가 한가로이 날며 뭉게구름 두둥실 떠 있는 벽파(碧波)의 아름다운 절경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날씨가 좋으면 이들 섬 뒤로 길게 펼쳐진 일본의 대마도를 볼 수 있다.

    북쪽 에메랄드빛 저구만 뒤로는 가라산, 노자산 등 산등성이가 차곡차곡 모여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다.

    저구마을 삼거리에서 출발하는 망산 코스는 2㎞의 산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경사가 완만해 가족 단위 등반객에 인기가 높다.

    거제시가 2년 전부터 장목면 대금산에서 출발하는 1박2일 종주코스로 개발 중인 ‘거제 지맥’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이 바로 망산과 천장산이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천장산 절벽에는 천년 이상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천년송’이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천장산에는 여려 형태의 바위가 있다. 미륵바위, 물새바위, 장군바위, 칼바위, 흔들바위, 곰바위 등이 갖가지 형태로 계절에 따라 모습이 바뀐다.

    이 풍광을 보니 속세에서 격해졌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정토’가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태초의 신비가 그대로 남아 있다.

    거제시 문화공보과 김경률 과장은 “천장산에는 능선을 따라 펼쳐진 만물상의 장관이 금강산에 못지않다고 해 ‘거제의 금강(金剛)’이라 불린다”며 “신선이 풍광이 좋은 이곳에 내려와서 놀았다는 신선대와 장군봉 등이 있어 신비감을 더해 준다”고 말했다.

    산행을 마치고 다도해 풍광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홍포마을에서 여차마을로 가는 ‘무지갯길’로 차를 몰았다.

    3분 정도 가다 보면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다도해 감상과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홍포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관람을 마치면 차를 다시 홍포마을로 돌려나와야 한다. 여차마을로 가기 전 전망대 낙석 위험구간(100여m)에는 현재 낙석 제거를 위한 공사가 한창이어서 통행이 위험하다.

    돌아나오는 길에 천장산과 망산의 만물상을 한 번 더 감상하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글·사진=이회근 기자 leeh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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