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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몸에 좋고 보기 좋은 집 (10) 창원시 동읍 노연리 정우성·정윤영씨 황토집

아이들 아토피 사라지게 한 치유의 공간

  • 기사입력 : 2013-03-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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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의창구 동읍 노연리 낙동강변 과수원 터에 통나무와 황토벽돌 등으로 지은 정우성·정윤영 씨 가족의 보금자리.
    아이들이 실내에서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도록 길게 만든 복도에서 막내 시훈이가 달려오고 있다.
    정 씨 부부의 비밀공간인 2층 다락방. 서재와 영화를 볼 수 있는 DVD가 설치돼 있다.
    아이들을 위해 마당에 설치한 나무그네에 형제가 앉아 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아들 맹자의 교육에 관심이 많던 어머니가 맹자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갔다는 유명한 이야기다.

    맹자 어머니의 이야기는 자식을 위한 내리 사랑의 표본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맹자의 어머니만 자식을 사랑했을까.

    창원시 의창구 동읍 노연리 정우성(41)·정윤영(36) 씨.

    아토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과감하게 도심을 떠나 전원생활에 나섰다.

    진해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던 정 씨 부부는 지난 2011년 아이들의 아토피 때문에 고민하다 공기가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자는 데 합의했다.

    이사갈 장소는 창원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는 정씨의 출퇴근이 가능한 곳, 공기가 좋은 곳, 저렴한 땅값 3가지를 우선으로 했다. 3가지 조건이 부합되는 지역으로 동읍 일대를 꼽고 이 일대 물색에 나섰다.

    정 씨 부부는 3주간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이곳을 찾게 됐다. 정 씨는 “내 집이 되려 했는지 이곳에 와 보니 나지막한 동산으로 둘러싸인 과수원터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것이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

    정 씨가 이사를 결심할 때 마침 살고 있던 아파트 가격이 대폭 올라 팔고 나니 집을 짓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집짓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1년 가을께 부지를 마련하고 집을 지을 때 사용할 나무도 미리 준비를 마쳤다. 머릿속에 구상한 집 설계도 건축사에게 맡겼다. 그렇게 시작한 집짓기는 3개월여의 공사를 거쳐 2012년 7월 입주를 하게 됐다. 정 씨 부부의 황토집은 낙동강이 흐르는 본포교 옆 본포수변생태공원 부근 나지막한 과수원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정 씨의 집은 설계 때부터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동선을 고려해 짓다 보니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정 씨 스스로 승려들이 거처하는 요사채 같다고 말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가정주택은 ‘ㄱ’자를 선호하지만 정씨 집은 일자 모양이다. 내부도 거실을 중심으로 방이 배치되는 아파트형이 대세지만 정 씨 집은 긴 일자를 따라 방이 배치됐다.

    현관을 들어서면 거실이 아닌 좌우로 긴 복도가 이어진다. 현관을 기준으로 왼쪽 첫 번째 방이 목욕탕, 두 번째 방이 아이들 장난감방이다. 세 번째가 아이들 공부방이다. 끝에는 정 씨 부부방이 있다. 현관 오른편에는 부엌과 거실이 맞붙어 있다.

    일반 가정에서 보긴 힘든 긴 복도는 아이들이 실내에서도 마음껏 뛰어놀수 있게 한 정 씨의 아이디어다. 오른쪽 맨 안쪽에 자리 잡은 거실은 평소 가족들의 식사 자리로도 이용된다. 식탁도 아이들이 편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앉은뱅이 식탁을 마련했다.

    이 집은 지을 때부터 아이들의 건강을 고려한 만큼 기초를 다질 때만 콘크리트를 일부 사용했고 기둥은 모두 통나무로 세웠다. 벽면은 굽지 않은 압축 황토벽돌과 황토로 마감 미장을 했다. 벽지는 한지를 발라 습기를 조절하도록 했다. 바닥에도 황토를 듬뿍 넣고 마감을 했으며, 위에는 두터운 종이에 기름을 잔뜩 먹인 일명 기름종이를 깔았다.

    정 씨의 집은 사실 단조롭다. 치장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천장은 나무를 그대로 노출시켜 자연미를 살렸다. 그 흔한 샹들리에도 달지 않았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오히려 방해될 것 같아 포기했다. 대신 아이들 방에는 모두 LED 등을 달아 시력에도 신경을 썼다.

    아이들을 위한 집인 만큼 곳곳에 세심한 정성이 드러난다. 집 앞에 달린 나무 데크도 모두 하나로 길게 연결했다. 장난감 자동차만 보면 신이 나는 막내를 위해 마음대로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마당 한쪽에는 조그만 나무 그네도 만들었다. 아이 둘이 들어가면 딱 맞을 것 같은 욕조 같은 미니수영장도 만들었지만 시멘트 독이 빠질 때까지 당분간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현관 데크에는 아이들과 밤하늘의 별도 볼 수 있도록 천체망원경도 설치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인 큰아들 원호(8)와 작은아들 시훈(3)이는 심한 아토피로 고생을 하고 있다. 얼굴과 온몸에 진물이 나 붕대를 감고 생활할 정도로 고통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정 씨는 이사 한 달 만에 거짓말같이 아이들의 아토피가 크게 치유됐다고 한다. 붕대도 풀고 진물도 사라졌다. 물론 아직 아토피가 다 나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별도의 치료 없이 황토집에 이사온 것만으로 일어난 놀라운 성과다.

    온통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집이지만 정 씨만의 비밀의 방이 있다. 바로 다락방이다. 부엌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잘 사용하지 않는 생활용품이 가득 놓인 첫 다락방이 있다. 여기로 연결된 작은 문을 열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두 번째 다락방은 정씨가 조용하게 보낼 수 있도록 서재와 영화를 볼 수 있는 DVD가 갖춰져 있다. 아이들이 잘 때면 부부가 오붓하게 영화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처음엔 다락을 하나만 만들려고 했지만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던 정씨가 우겨서 만든 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이들에게 뺏길 운명에 처했다. 큰아들 원호가 친구들을 데려와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감상을 하겠다고 선포했기 때문이다.

    정씨가 다락방 외에 한껏 멋을 부린 곳은 지붕이다. 처음엔 까만 기와를 얹을 예정이었지만 황토집과 어울리지도 않고 지붕에 따라 집의 기운이 달라질 수 있어 유럽식 붉은색 기와인 일명 스페니시 기와를 얹었다. 또 집을 빙 둘러 산책을 할 수 있는 미니 오솔길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새 집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3년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마당의 잔디나 꽃나무들도 자리를 잡아야 하고 집 지을 때는 몰랐던 욕심도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정씨는 아직 전원생활 만족도가 70% 정도라고 말한다.

    때문에 정씨는 요즘 시간만 나면 집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미처 완성하지 못한 데크도 손을 보고 있고 낮은 나무 울타리도 세울 계획이다. 아이들과 바비큐 파티를 열 피크닉 테이블도 고려하고 있다. 올겨울을 지내 보고 기름이 많이 드는 기름보일러를 화목보일러로 교체할지도 결정할 생각이다.

    아내 윤영 씨도 아이들을 위해 떠난 전원생활이지만 100% 만족할 수 없는가 보다.

    윤영 씨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잘 왔다고 말하면서도 아파트보다는 춥고, 아이들의 학교도 멀고, 자동차가 없으면 교통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도심에 비해 아이들의 친구가 적은 것을 아쉬워했다.

    취재 동안 개구쟁이 두 아들은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었지만 쉼없이 뛰어다니며 금방 또 옷을 더럽힌다. 아내 정 씨의 잔소리가 이어지지만 이들의 보금자리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글·사진=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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