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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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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도심의 풀꽃

눈길을 받지 못해도, 발길에 상처 생겨도
나, 여기에 있다

  • 기사입력 : 2013-03-2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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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내 번화가인 상남상업지구의 분수광장 주변 길가 시멘트 벽 틈에 제비꽃이 피어 있다. 이른 봄 제비가 날아올 즈음 핀다고 제비꽃이다.
    꽃다지
    큰개불알풀
    상남상업지구 내 고인돌 공원에 냉이가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냉이
    개쑥갓
    괭이밥
    꽃마리
    살갈퀴
    보도블록과 벽 사이에 민들레가 피어 있다.
    쇠별꽃



    ■ 창원시내 번화가 상남상업지구에 핀 꽃·꽃·꽃

    얼마 전 회사 주변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길을 걷다 보도블록 사이에 납작하게 엎드린, 아니 사람들의 발에 깔려 반쯤 뭉개진 노란 민들레를 보았다. 그 옆 은행나무 아래에는 제비꽃도 제법 보였다. 벚꽃, 목련 등 보려고 하지 않아도 보이는 그런 꽃 말고 무심코 지나치는 공간에서 풀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카메라를 메고 도내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손꼽히는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를 찾았다.

    없으면 어쩌지, 허탕만 치는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순 없었지만 웬걸, 빨간 벽돌과 보도블록 사이에 노란 민들레가 눈에 확 들어온다.

    쪼그린 채 민들레 사진을 찍고 난 후 5분도 되지 않아 제비꽃이 상남동 분수광장의 시멘트 계단 틈새에서 나를 반긴다. 흙이라곤 찾을 수 없는 틈새에서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가 경이로웠고 궁금하다. 제비꽃은 힘들게 꽃을 피웠는지 호락호락하게 포즈를 취해주지 않는다. 내려다보지 말고 눈높이에서 봐주라고 한다. 키가 작은 데다 거의 바닥에 꽃을 피운 제비꽃은 쪼그린 자세는 안 되고 엎드린 자세를 원한다. 또 기자가 들고 다니는 DSLR 카메라는 꽃보다 키가 커 안 된단다. 그래서 키가 비슷한 똑딱이(자동카메라)로 담으라고 주문한다. 제비꽃의 유세가 꽤나 나를 수고롭게 만들었다.

    이어 흙이 있는 고인돌 공원으로 갔다. 길쭉하게 솟은 꽃대에 하얀 꽃이 쪼르르 달린 냉이가 군데군데 보인다. 냉이꽃과 달리 땅바닥에 붙은 파란색 꽃도 보인다. 큰개불알풀이다. 열매 모양이 개 불알을 닮았다 해서 개불알풀이지만 이름이 민망하다고 해서 봄까치꽃이라고 한다. 꽃이 별 모양을 닮은 별꽃, 꽃이 필 때 꽃차례가 또르르 말려 있는 꽃마리, 고양이가 배가 아플 때 뜯어먹는다는 괭이밥과 그 외 개쑥갓, 꽃다지, 살갈퀴 등 앙증맞은 모양만큼이나 이름도 예쁜 풀꽃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작아서, 몰라서 그냥 지나치는 도심 속 풀꽃은 사람의 발길에 생사를 넘나든다. 길을 걷다 풀꽃과 눈을 맞춰 보면 어떨까? 꽃이름이 뭐꼬? 하면서.

    글·사진=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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